▲2018년 4월 남북정상회담 당시 남측 프레스센터의 모습. 
▲2018년 4월 남북정상회담 당시 남측 프레스센터의 모습. 

2002년 연합뉴스-조선중앙통신 기사 수신 계약 체결. 2003년 EBS 애니메이션 <뽀롱뽀롱 뽀로로> 합작 생산. 2006년 제1차 남북 언론인 토론회 금강산 개최…. 2008년 금강산 관광객 피살 사건 이후 남북 언론 교류는 사실상 전면 중단됐다. 윤석열 정부에서도 교류는 쉽지 않아 보인다. 

문재인정부에선 기회가 있었다. 2018년 남북정상회담 이후 △남측 프레스센터 건립 △KBS‧연합뉴스 평양지국 설립 △남북 공동 언론중재기구(가칭) 설립 등이 아이디어로 등장했다. 그해 5월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언론단체 대표들과 남북 언론 교류 활성화를 위한 간담회를 가졌고, 그해 9월 임동원 한반도평화포럼 이사장은 대통령과 오찬에서 “남과 북의 통신사가 서로의 건물에서 상주하며 활동하도록 하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결정적 순간은 2018년 7월이었다. 당시 권석천 JTBC보도국장 이하 실무진이 3박4일간 평양에 다녀왔다. 남측 언론인의 방북은 공식적으로 2009년 이후 9년 만이었다. 북측과 JTBC는 8월1일~2일 <뉴스룸> 평양 생방송 합의까지 도달했다. 물론 그 뒤 결과는 모두가 아는 대로다. 언론인 손석희는 훗날 자신의 책 <장면들>에서 “평양에서의 ‘뉴스룸’ 진행 자체는 양쪽 모두에게 의미 있는 일이었겠지만, 무엇을 다룰 것이냐에 대해선 간극이 좁혀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지난 3일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한국언론학회‧행정안전부 이북5도위원회 주최 ‘한반도 언론 방송 문화 교류협력과 사회적 신뢰 쌓기’ 토론회에서 김선호 한국언론진흥재단 책임연구위원은 향후 남북 언론교류가 쉽지 않다고 전망한 뒤 “어떤 것을 언론 교류라 불러야 할까. 교류의 지향점은 무엇이어야 할까”라며 본질적인 물음을 던졌다.

▲지난 3일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한국언론학회‧행정안전부 이북5도위원회 주최 ‘한반도 언론 방송 문화 교류협력과 사회적 신뢰 쌓기’ 토론회 모습. 
▲지난 3일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한국언론학회‧행정안전부 이북5도위원회 주최 ‘한반도 언론 방송 문화 교류협력과 사회적 신뢰 쌓기’ 토론회 모습. 

김선호 책임연구위원은 “언론에 대한 정의가 남‧북한이 다르다. 남한의 언론은 민간영역인데 북한의 언론은 국가영역이다. 중국의 신화통신 탐사보도가 지방 관리를 통제하는 수단으로 활용되는 식”이라면서 “북한과 언론 교류에 나서도 카운터 파트가 상당히 모호하다는 구조적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북한은 국경없는기자회가 발표하는 세계 언론자유지수에서 최하위(180위) 국가다. 

앞서 북한을 9번 다녀온 신석호 동아일보 기자(북한학 박사) 또한 과거 한 토론회에서 “언론 교류는 정보의 소통을 의미한다. 독재체제가 가장 싫어하는 것”이라며 “북한 당국을 설득하고 개방시켜 나가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성급하게 접근할 경우 한국 언론이 가지고 있던 평판과 자유가 희생당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한 바 있다.

김선호 책임연구위원은 “동독 주민이 서독 방송을 시청했던 것과 달리 북한 주민이 남한 매체를 접할 가능성은 매우 적다”고 했으며 “서독 언론과 달리 북한과 관련해 남한 언론은 이념적으로 분열되어 있다”며 과거 동서독 언론 교류 사례를 한반도에 단순 적용하기도 어렵다고 했다. 

▲Gettyimages.
▲Gettyimages.

앞서 동·서독은 1972년 기본조약 체결 당시 상대 지역에서 언론인의 자유로운 직무 활동 보장에 합의했다. 서독 언론인과 달리 동독 언론인은 이미 서독에서 취재 및 보도 활동이 가능했다. 1974년 10월까지 동독 취재가 허가된 서독 언론인은 13개 언론사 13명이었다. 남북 언론 교류가 가능하려면 이 같은 ‘취재의 자유’ 상호 합의가 출발이지만, 세계 최악의 언론자유탄압 국가가 받아들일지 회의적이다. 현 정부에서 2018년과 같은 우호적인 남북관계 상황을 기대하기도 쉽지 않아 보인다. 

그럼에도 ‘교류’는 포기할 수 없고, 피할 수도 없는 과제다. 대북방송 연구자인 조수진 장로회신학대 교양학 교수는 “최근 넘어온 탈북청년들을 인터뷰해봤더니 북한도 미디어 환경이 많이 바뀌었다. 휴대폰에 몰래 유심을 꽂아 남쪽 영상을 보고 있다고 한다. 북한 주민은 남한 콘텐츠의 영향을 많이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누군가 먼저 (교류를) 터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선호 책임연구위원은 “북한에 대한 객관적 보도를 위해 우선 북한 자료 접근이 자유로워야 한다”며 로동신문, 조선중앙TV, 조선중앙통신 등 북한 보도에 대해 언론인의 경우 특수자료 취급지침 완화 조치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또 북한에 대한 젊은 언론인들의 관심이 부족해지고 있는 점을 개선하기 위한 연수프로그램 확대‧강화를 제안했다. 이진규 이북5도위원회 위원장은 “남북 언론이 냉전 시기 적대적 관계 속에서 갈등‧이질성을 증대시켰다면 앞으로는 동질성 회복을 모색할 수 있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