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1일 한·미 정상회담 공동기자회견에서 워싱턴포스트 기자의 질문이 주목을 받았다. 그는 윤석열 정부 내각의 ‘남성 편중’을 지적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공직사회에서, 예를 들어 내각의 장관이라고 하면, 그 직전의 위치까지 여성이 많이 올라오지 못했다”고 답했다. 그는 “여성에게 공정한 기회가 적극적으로 보장되기 시작한 게 오래되지 않았다”고도 했다.

워싱턴포스트는 ‘젠더 불평등 관련 압박 질문에 한국 대통령이 불편함을 드러냈다’ 기사를 내 윤석열 대통령의 여성가족부 폐지 공약과 남성 편중 내각 현황을 전했다. 

윤석열 정부 ‘남성편중’ 질문, 조선 중앙 외면

이 사안을 가장 적극 보도한 신문은 한겨레와 경향신문이다. 두 신문은 각각 사설을 통해 이 문제를 다뤘다. 경향신문은 윤석열 대통령의 답변에 관해 “장관으로 기용할 만한 ‘스펙’을 갖춘 여성이 부족하다는 시각이다. 여성 장관 부족을 사실상 여성 책임으로 돌리며, 성차별 개선 의지가 부족함을 국제사회에 드러냈다”고 비판했다. 

▲ 23일 한겨레 경향신문 사설
▲ 23일 한겨레 경향신문 사설

한겨레는 사설에서 “정상회담 회견장에서 나온 이례적 질문은 그만큼 새 정부의 노골적인 ‘여성 패싱’이 국제사회에서도 우려의 대상이 되고 있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야 한다”며 “윤 대통령의 말과 달리, (장관 뿐 아니라) 차관 및 처·청장급 41명 인선에서도 여성은 2명뿐이었다. 남녀 동수 내각이 속출하는 시대에 경제, 문화 등 각 분야에서 영향력이 훌쩍 커진 한국의 이런 모습이 기이하게 비치는 건 당연하다”고 지적했다. 

반면 주요 종합일간지 가운데 중앙일보 등 신문은 지면에서 이 사안을 다루지 않았다. 조선일보는 ‘서로 ‘멋진 파트너 만난 것 같다... 예정시간 넘기며 회담’ 기사를 통해 양 정상의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중점적으로 전한 뒤 해당 기사 마지막 문단에 “윤 대통령은 정상회담 공동 기자회견에서 미국 기자로부터 내각의 성비 불균형과 관련 기습 질문을 받기도 했다”고 전했다. 

관련 기사를 낸 다른 신문의 경우 ‘미 기자 ‘내각에 여성 적다’ 돌발질문... 윤 ‘기회 더 보장’’(동아일보) ‘미 기자 ‘남성 편중 내각’ 돌발 질문에 윤 진땀’(한국일보) ‘‘남자내각’ 외신 질문에 윤 ‘장관 직전까지 여성 못 올라와’’(경향신문) 등 제목을 써 조선일보와 차이를 보였다. 

▲ 23일 조선일보 기사
▲ 23일 조선일보 기사

 

안보 업그레이드 vs 중국 리스크 우려

이날 정상회담은 한국이 미국과 안보, 경제 등에서 적극 협력 기조를 보이면서 여러 측면에서 파장을 낳게 됐다. 보수신문에선 일제히 ‘핵 대응’과 ‘경제 협력’을 강조하며 ‘업그레이드’ 등 표현을 쓰며 긍정적인 면을 부각했다. 

특히 북핵 문제에 강경한 대응을 주문해온 보수신문은 한미 공동성명에서 확장 억제 수단으로 ‘핵’을 구체적으로 처음 언급한 사실, 한미 군사훈련 확대 등을 부각했다. 조선일보의 1면 톱 기사 제목은 ‘핵에는 핵으로’, 동아일보의 1면 톱 기사 제목은 ‘한미 정상, 북 핵위협에 핵대응 첫 명시’다. 

▲ 23일 조선, 동아일보 1면
▲ 23일 조선, 동아일보 1면

조선일보는 사설을 통해 “TV용 깜짝 쇼를 통해 북핵 문제를 해결했다는 환상으로 국민을 눈속임했던 한미 정권이 모두 바뀌면서 비로소 김정은 정권에 대한 상식적 대응이 재개됐다”며 “북핵이라는 눈앞의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데 4년이 걸렸다”고 했다.

중앙일보는 ‘윤석열 외교, 한미동맹 업그레이드로 첫발 뗐다’ 사설을 통해 “공공연히 핵 사용을 언급한 북한의 위협에 무방비 상태로 있을 수는 없는 일”이라며 긍정 평가했다. 다만 중앙일보는 조선일보와 달리 “대화의 문을 열어 놓고 북한을 설득하는 노력은 계속돼야”라는 표현을 함께 써 강경일변도를 주문한 조선일보와는 차이를 보였다. 

반면 진보성향 신문들은 ‘중국’과 멀어지는 거리를 함께 조명하며 우려의 목소리를 전했다. 이번 공동성명에는 ‘민주주의와 규범에 기반한 국제질서 촉진, 부패 척결 및 인권증진이 양국 공동의 가치’ 등 중국을 겨냥한 내용을 담았다. 특히 경제분야에서 중국에 배타적 내용들이 포함됐다. 

한겨레 1면 톱 기사 제목은 ‘중국 보란 듯... 한미 경제안보 내세워 초밀착’, 경향신문 1면 톱 기사 제목은 ‘안보도, 경제도 미국... ‘중국 리스크’ 시험대’다. 한겨레는 사설을 통해 “국제질서 급변의 시기에 한국의 무게중심이 미국 쪽으로 크게 기울면서, 한반도 정세의 긴장과 중국 리스크는 커졌다”며 “한-미 동맹의 범위를 반도체·배터리·사이버, 우주, 원전·보건 협력, 글로벌 사안들까지 전방위로 확장하겠다는 의기투합이 한국에 ‘양날의 칼’일 수 있음 또한 유념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 23일 한겨레, 경향신문 1면
▲ 23일 한겨레, 경향신문 1면

경향신문은 “중국에서는 한국이 안미경중(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기존 외교정책 틀에서 벗어나 미중 사이의 전략적 균형을 깼다는 평가가 나온다”며 “한국 정부로서는 균헝추를 미국 쪽으로 옮겨가면서도 대중관계를 어떻게 관리할지가 숙제로 남게 됐다”고 했다. 

경제신문, “기업이 애국자” 극찬

여러 경제신문들은 이번 정상회담 보도의 중심에 ‘기업’을 놓았다. 한국경제는 1면 톱기사에 ‘삼성 현대차가 이끈 한미 ‘경제안보 동맹’기사를 내고 “한국 대표 글로벌 기업들이 더 이상 한미 동맹의 조연이 아니라 주연이 됐다는 점”을 강조했다. 매일경제 역시 1면 톱 기사로 “정의선, 바이든에 50억 달러 더 풀었다”기사를 통해 현대자동차의 투자 소식을 전했다. 서울경제는 ‘기업이 경제안보 지키는 애국자임을 보여줬다’ 사설을 냈다. 

▲ 23일 한국경제 1면
▲ 23일 한국경제 1면

이들 언론의 ‘메시지’는 결국 ‘친기업적 정책 요구’로 귀결됐다. 서울경제는 관련 사설에서 이번 정상회담에 기업의 기여를 강조한 다음 “기업이 글로벌 정글에서 경쟁력을 갖추고 살아남으려면 정부가 규제 혁파, 노동 개혁, 법인세 부담 완화 등 기업 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매일경제는 “한국을 대표하는 민간사절로 기업인이 맹활약하는 이때 이런저런 이유로 기업이의 발목을 잡고 있으니 안타깝다”고 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