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준만 전북대 신문방송학과 명예교수. ⓒ김도연 기자
▲강준만 전북대 신문방송학과 명예교수. ⓒ김도연 기자

강준만 전북대 신문방송학과 명예교수가 신간 <정치전쟁>에서 “기울어진 언론 운동장이란 말은 믿지 않는 게 좋다”면서 디지털 미디어가 종이신문을 압도하는 오늘날 “언론 운동장의 기울기는 어느 쪽 지지자들이 미디어 소비와 참여를 더 활발하게 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고 주장했다. “이재명이 지지자들에게 ‘우리가 언론사가 되어야 한다’고 역설한 것도 그 점을 간파한 것으로 보인다”는 것. 

강준만 명예교수는 “여권 일각에선 대선 패배 원인을 기울어진 언론 운동장에서 찾고 있다. 그런 생각이 문재인 정권이 망가진 최대 이유”라며 이 같은 인식을 “문재인표 팬덤정치의 재앙”이라 표현했다. 그러면서 “문재인 정권 실정에 대해 비교적 더 옳은 말을 한 건 보수언론이다. 그런데 팬덤정치 틀 안에서는 조선일보를 비롯한 보수언론의 악마화가 왕성하게 이뤄졌다. 그래서 보수언론 주장과 반대로 가는 걸 진보의 길이라 믿은 이가 많았으니, 제 무덤을 파는 꼴이었다”고 주장했다. 

강준만 명예교수는 “윤석열은 문재인 정권의 비극에서 반면교사 교훈을 얻어야 한다. 진보 정권은 보수언론의 말을 더 경청하고, 보수 정권은 진보 언론의 말을 더 경청해야 한다. 반대편 언론의 비판을 악마의 목소리로만 듣지 않아도 절반의 성공”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여론 형성 권력은 언론에서 소비자들에게 넘어갔다는 걸 믿고, 비판 언론에 화를 내지 말고 국민 마음을 사는 일에 최선을 다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Getty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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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교수는 또한 오늘날 뉴스의 생산-소비 행태와 관련해 “뉴스는 소비자들의 흥미성이나 호기심 충족을 기준으로 선택된다”고 정의하며 “김건희 관련 이야기는 흥미성‧호기심에서 단연 최고의 예능 뉴스였다. 게다가 취재 비용도 낮고 어려움도 없는 저비용 고효율 기사였다. 반면 대장동은 이미 수개월 묵은 사건인데다 언론인 독자적으로 사건의 진실을 파헤치기엔 역부족이어서 적극적으로 나서려는 언론이 드물었다”고 해석했다. 

그러면서 “김건희 뉴스의 폭증은 윤석열의 자업자득이었다. 왜 윤석열은 김건희를 말리지 못했을까”라고 묻기도 했다. 강 교수는 “윤석열은 언론에 이어 언론노조까지 비판함으로써 언론계의 강한 반발을 샀는데, 이건 옳지도 않거니와 현명하지도 않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또한 이번 대선 보도를 두고는 “기성 언론은 네거티브 공세를 일용할 양식으로만 소비할 뿐 적절한 여과나 견제 기능을 포기했다. 그래 놓고선 역대급 비호감 재선이라고 외친 게 온당했는지 의문이다”라고 총평했다. 

이번 신간에선 진보신문에 대한 그의 의견도 주목할 만하다. “진보신문은 독자들의 정치적 동질성이 강할 때엔 일부 독자들의 불만은 그럭저럭 견딜 만했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진보 진영 내부 분화가 일어나며 불만은 거세졌다. 디지털 혁명과 함께 팬덤정치가 심화되면서 불만의 표현이 강해지고 집단적으로 이뤄지는 양상을 보였다. 급기야 등장한 말이 절독이었고, 걸핏하면 댓글을 통해 절독 위협을 가하는 독자들이 크게 늘었다.”

“소셜미디어건 유튜브건 나를 대변해주는 미디어가 날이 갈수록 늘면서 그런 세분화를 하기 어려운 신문의 숨통을 조이는 지경에 이르렀다”는 게 그의 결론이다. 이 같은 현실과 관련해 강 교수는 “진보신문 독자들의 생각이 모두 같아야 하는가? 그게 가능한가? 사회는 무엇인가? 생각이 다른 사람들과 어울려 사는 공간이 아닌가”라고 되물으며 진보신문을 향한 일부 독자들의 비판 혹은 비난의 한계점을 꼬집었다. 

동시에 그는 “문재인 정권을 골병들게 만든 주범이 어용지식인론”이라면서 “유시민은 진보 신문을 포함한 진보 진영이 어용 지식인 역할에 충실하지 못했기 때문에 고통스러웠고, 그래서 문재인 정권이 실패했거나 소기의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고 보고 있으니, 참으로 놀라운 일”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유시민을 고통스럽게 만들지 않을 진보신문을 만드는 건 얼마든지 가능하지만, (이 경우) 진보신문은 수십 개로 쪼개져야 할 것”이라 내다봤다.

강 교수는 “유시민과 정반대의 이유로, 진보신문이 지나치게 친여적이라는 이유로 진보신문에 등 돌린 독자들도 있다”고 지적하면서 “‘다름’을 ‘틀림’으로 여기지 않으면서 ‘다름’을 좀 더 너그럽게 대하는 세상을 꿈꾼다”고 밝혔다. 이 책의 부제는 ‘2022년 대선과 진보의 자해극’이다. 

▲신간 '정치전쟁'. 인물과 사상사. 1만7000원. 강준만 지음.
▲신간 '정치전쟁'. 인물과 사상사. 1만7000원. 강준만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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