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중동 로고.
▲조중동 로고.

강준만 전북대 신문방송학과 명예교수가 20일자 한겨레 칼럼(조중동 프레임? 이제 제발 그만!)에서 김대중정부 시절부터 20년 넘게 사용된 ‘조중동’(조선·중앙·동아일보) 프레임이 오히려 더불어민주당을 포함한 진보진영의 성찰을 가로막고 있다며 조중동 프레임을 버리자고 주장했다. 언론운동진영에서도 조중동 프레임에 대한 시대적 적합성과 이론의 합리성을 두고 비판과 성찰의 움직임이 나올지 주목된다. 

강준만 명예교수는 “문재인 정부 부동산 가격 폭등은 조중동의 프레임”, “조선일보에서 하지 말라는 거면 해야 하는 거고, 하라고 하면 안 하면 되는 것” 등 더불어민주당 쪽에서 등장한 ‘조중동 프레임’의 용례를 언급하며 “프레임은 아주 유익한 개념이긴 한데, 한국에선 오·남용이 워낙 심해 집단적 성찰을 방해하는 대표적인 언어로 전락하고 말았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프레임 이론가인 인지언어학자 조지 레이코프가 “나도 한때는 보수주의자들을 천박하고, 감정이 메마르거나 이기적이며, 부유한 사람들의 도구이거나, 혹은 철저한 파시스트들일 뿐이라고 얕잡아 생각했었다”고 밝혔다며 “한국의 진보에 가장 필요한 건 이런 종류의 성찰”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이러한 성찰을 방해하는 것이 바로 ‘조중동 프레임’이라는 것. 

강준만 명예교수는 “보수주의자들을 경멸하고 혐오만 할 것이 아니라 그들을 이해하고 더 나아가 존중해야 한다. 그들이 예뻐서가 아니다. 민심의 바다에서 이기기 위해서다”라고 강조한 뒤 “민주당과 지지자들은 레이코프의 고언은 싹 무시하고 ‘보수 폄하’와 ‘보수 모욕’으로 자신들의 진보성을 과시하려는 이상한 병에 걸려 있다”고 비판했다.

▲강준만 전북대 신문방송학과 명예교수. ⓒ김도연 기자
▲강준만 전북대 신문방송학과 명예교수. ⓒ김도연 기자

그러면서 “자신들의 문제를 지적하면 이구동성으로 내놓는 모범답안이 바로 ‘조중동 프레임’이란 말이다. 그 한마디면 끝이다. 마치 조중동의 주장과는 반대로 가는 것이 진보와 개혁의 본질이라도 되는 양 여기는 ‘조중동 숭배증’에 빠져 있다”며 “‘조중동 숭배증’의 죄악은 생각하기를 싫어하는 게으름, 죽어도 자신들의 과오를 인정하지 않으려는 오만, 같은 진영 내의 경쟁자를 악마화 수법으로 손쉽게 제압하려는 탐욕, 그리고 자신이 비이성적으로 보여도 전혀 개의치 않는 무감각에 있다”고 지적했다. 

강준만 명예교수는 “누가 더 조중동을 악마화하느냐에 따라 자신의 진보성을 더 찬란하게 과시할 수 있다고 믿으며, 실제로 그런 믿음이 통하는 민주당의 풍토는 정치를 ‘강성 팬덤 동원의 기술’로 전락시킨다. 강성 지지자들 위주로 단기적인 승리를 누리려는 의원들이 득세하는 정당은 멸망의 길로 갈 수밖에 없다”고 경고하며 ‘모든 게 보수언론 탓’이며 ‘보수언론 논조에 동조하는 것은 분열이자 변절’이라는 식의 ‘조중동 프레임’에서 벗어나야 민주당이 살 수 있다고 했다. 

강준만 명예교수는 “강성 지지자들은 진보 언론마저 사실상 장악해 다른 목소리를 내는 걸 어렵게 만들었다”며 “민주당 스스로 사과했던 주요 문제들에 대해 지난 5년간 누가 더 많은 비판을 했는가? 조중동인가, 진보 언론인가? 조중동이었다!”고 꼬집으며 진보 언론의 ‘선택적 침묵’을 비판했다. 이어 “비판의 동기와 방식은 불쾌할망정 (보수언론에도) 귀담아들을 게 있다”며 조중동을 ‘폐간’의 대상으로만 보는 관점을 버려야 한다고 했다.  

‘조중동 프레임’은 ‘언론개혁’ 의제를 꺼낼 때 여전히 현실에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이봉수 전 세명대 저널리즘스쿨대학원 교수는 <창작과비평> 여름호에서 “문재인정권이 개혁진영의 목소리를 정치에 반영하기보다 보수언론의 비판에 휘둘리는 바람에 정권을 내줬다”고 주장했다.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유튜브 채널 <알릴레오 북’s>에서 “언론사주가 싫어하던 분이 대통령으로 있던 시기에는 시민들의 불안감을 조성할 수 있는 모든 형태의 보도를 폭포수처럼 쏟아내던 언론들이 지금은 그걸 안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조중동 프레임’은 ‘기울어진 언론 운동장’ 프레임으로 이어진다. 하지만 강준만 명예교수는 지난 4월 신간 <정치전쟁>에서 “민주당 일각에선 대선 패배 원인을 기울어진 언론 운동장에서 찾고 있다. 그런 생각이 문재인 정권이 망가진 최대 이유”라며 이 같은 인식을 “문재인표 팬덤 정치의 재앙”이라 명명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