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인수위 브리핑에서 발언하는 박성중 간사.
▲26일 인수위 브리핑에서 발언하는 박성중 간사.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과학기술교육분과 박성중 간사(국민의힘 의원)가 26일 인수위 브리핑에서 “과감한 규제 혁파를 통해 미디어 시장의 자율성을 높이고 투자를 활성화 하겠다”면서 “종편 승인 기간 3~5년으로는 자체적인 경쟁력 강화 및 서비스 혁신에 역량을 집중하기 어렵고, 종편 승인 조건도 과도하게 많아 방송사업의 자율성을 지나치게 제약한다”고 주장했다. 이명박정부 시절 탄생해 특혜로 성장한 종합편성채널이 새 정부에서 다시 정책적 수혜를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박성중 간사는 “미디어산업 자율성‧경쟁력을 강화하고, 투자 활성화 및 규모의 경제실현이 가능하도록 허가‧승인, 소유‧겸영 제한, 광고‧편성‧심의 규제 등 미디어산업 규제 전반을 과감하게 걷어내겠다”고 예고했다. 그는 “자산총액 10조원 이상 대기업은 지상파방송사 지분의 10%, 종편‧보도채널 지분의 30%로 소유가 제한되어 있고, 외국인은 지상파방송사 투자가 아예 금지”라고 전한 뒤 “지상파와 유료방송 간 겸영도 제한돼 투자 활성화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주장했으며 “방송심의도 모호한 기준으로 방송내용에 지나치게 간섭한다는 지적이 있다”며 대대적 개편을 예고했다. 

이날 인수위 브리핑은 종편의 요청이 일정 부분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 앞서 종편 4사는 지난 3월31일 인수위 간담회에서 △재승인 기간 연장 △재승인 시 심의 제재 요건 완화 △콘텐츠 대가산정 현실화 △현행 30% 소유제한 완화 △미디어렙 이종매체 광고 판매 허용 등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금처럼 재승인제도를 유지하되, 어렵지 않게 재승인 받게 해달라는 것이 핵심이다. 

앞서 23일 방송학회 학술대회에서 채널A‧MBN‧TV조선 기획세션으로 진행된 ‘종합편성채널 규제 합리화’ 세미나에서 노창희 디지털산업정책연구소 연구위원은 “사업자 입장에선 부관 조건이 계속 붙게 되면 결국 투자를 하는데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면서 “재승인 기간 5년도 사업자 입장에선 짧은 유효기간으로 느껴질 수 있다. 현행 5년을 7년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종편 사업자 재승인 평가지표들은 주관적이고 자의적 평가에 따라 승인이 좌우되거나 조건이 붙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종편 사업자의 투자 부담을 줄여주는 차원에서 부관 조건 역시 최소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김광재 한양사이버대 광고영상창작학과 교수도 “정부가 부관을 활용하는 방식이 사업자를 통제하는 수단으로 변질될 가능성이 있다”면서 방통위 재승인 과정의 전면적 변화를 요구했다.

▲종편 4사 로고.
▲종편 4사 로고.

MBN은 2020년 11월27일 3년 조건부 재승인, JTBC는 같은 날 5년 재승인을 받았는데 MBN 재승인 조건은 17개였다. 같은 해 4월20일 TV조선은 3년 조건부 재승인을 받았는데 재승인 조건은 11개였다. 채널A는 4년 재승인을 받았으나 재승인 처분 취소가 가능한 유례없는 ‘철회권 유보’ 조건이 붙었다. 재승인 조건은 13개였다. 

이날 인수위 브리핑은 ‘불편하지 않은’ 재승인 심사를 원하는 종편의 요구를 들어주겠다는 시그널로 풀이된다. 이 경우 ‘오보 막말 편파방송에 따른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법정 제재 매년 5건 이하 유지’라는 재승인 조건을 지키기 위해 행정소송을 반복하고, 법정 제재에 민감하게 반응해야 했던 현실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된다. 

인수위가 예고한 대로 소유제한이 완화될 경우 종편을 소유한 신문사들의 종편 지배력은 강화될 전망이다. 조선일보의 TV조선 지분은 22%, 동아일보의 채널A 지분은 29.32%다. JTBC는 중앙그룹이 25%, 중앙일보가 4.99%를 갖고 있다. 매일경제는 MBN 지분 31.88%를 소유(2021년7월31일 기준)해 방통위 시정명령을 받고 지난 3월 30% 이하로 지분을 내렸다. 방송법 8조3항에 따라 일간신문은 종합편성채널 주식의 30%를 초과 소유할 수 없다.

그러나 신문사 종편 지분이 늘어나면 의결권 강화에 따른 경영상 편리함뿐만 아니라 우호지분들의 잠재적 위협도 제거할 수 있다. 자본잠식이 상당히 진행된 JTBC의 경우 다른 주주를 고려하지 않고 중앙그룹 차원에서 대대적인 증자가 가능해진다. 현행 120원대로 알려진 종편 프로그램 사용료 인상, 온라인 광고와 방송 광고 결합판매가 가능한 크로스미디어렙 허용도 장기적으로 모두 종편의 수익을 높여줄 변화로 예상된다. 이 같은 정책변화에 종편과, 종편을 소유한 신문사들이 어떠한 화면과 지면으로 ‘화답’할지는 이명박정부 시절 편파 보도로 예측 가능하다. 

더불어 인수위는 “자본이 집중돼야 세계경쟁에서 이길 수 있다”며 대기업의 지상파 지분 규제 완화도 시사했다. 이 경우 당장 올해 10조 원 규제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높은 SBS 대주주 TY홀딩스(태영건설)가 이익을 얻게 될 것이란 전망이다. 자산총액 10조를 넘어 광주방송 지분을 매각해야 했던 호반건설도 앞으로는 방송사를 자유롭게 살 수 있게 된다.

이런 가운데 인수위는 윤석열 당선자의 공약이었던 미디어혁신위원회 출범도 공식화했다. 박성중 간사는 “미디어 전반의 법체계를 재정립하겠다. 새로 마련될 법제는 사업자를 규제하기 위함이 아니라 종합적인 지원‧진흥이 중심”이라면서 “효과적 논의를 위해 미디어 전략 컨트롤타워, 가칭 미디어혁신위원회를 설치하겠다”고 밝혔다.

박성중 간사는 “혁신위는 한시적 기구”라고 전한 뒤 “정책의 실효성을 높이려면 대통령 직속으로 하는 게 좋다”고 밝혔다. 이어 “혁신위에서 미디어 규제체계 정비방안, 미디어 생태계 조성방안, 미디어 진흥을 위해 필요한 사항을 폭넓게 논의할 것”이라 예고했다. 윤석열 정부가 향후 혁신위 중심의 미디어정책 논의를 가져가며 방통위를 ‘패싱’할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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