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사적 공간에서 상호 합의에 따라 이뤄져 군기에 지장을 초래하지 않는다면 동성 군인 간 성행위를 군형법으로 처벌할 수 없다’고 새 판례를 제시했다. 대법원은 군인의 성적 자기결정권도 보호받아야 할 법익이라고 판단했다.

이 판단을 두고 경향신문, 한겨레는 환영의 사설을 쓰고 더 나아가 군형법 92조의 6에 위헌 결정을 선고해야한다고 촉구했다. 서울신문, 조선일보 등은 이번 판결에 대해 성소수자 시민단체 등은 찬성을 하고, 종교계는 반대를 하고 있다며 찬반 의견을 모두 싣는 식으로 보도했다.

반면 기독교 계열인 국민일보는 교계의 반대 입장을 주로 실었다. 국민일보는 이번 판단에 대해 “군 기강 문란해질 수 있다”, “비상식적”이라는 교계 관계자들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또한 21일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박병석 국회의장에 ‘검수완박’으로 불리는 검찰의 수사와 기소권 분리 법안 처리를 위해 22일 본회의를 소집해달라고 요구, 국민의힘은 이법안의 법사위와 본회의 통과를 막겠다며 비상대기해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

▲22일 주요 종합일간지 1면 모음.
▲22일 주요 종합일간지 1면 모음.

다음은 22일 주요 종합 일간지 1면 톱기사 제목이다.
경향신문 “대선땐 ‘통합협치’ 언제 그랬냐는 여야”
국민일보 “‘검수완박 꼼수’ 전방위 비난에 민주당 속도조절”
동아일보 “‘反민주’비판에도 버티는 민주당 강경파”
서울신문 “검수완박 숨고르기 오늘 데드라인 전운”
세계일보 “귀닫은 민주 ‘검수완박’ 입법 직진”
조선일보 “‘처럼회’10명이 쥐고 흔드는 검수완박”
중앙일보 “꼼수 검수완박 역풍 민주당내 반발 확산”
한겨레 “구태정치 빠진 민주당의 ‘오만’”
한국일보 “‘민주완박’ 민주당”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21일 군형법 92조의6항 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와 B씨의 상고심에서 유죄를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고등군사법원으로 돌려보냈다. 남성 군인 A씨와 B씨는 2016년 일과 시간 이후 군부대 밖 독신자 숙소에서 2차례에 걸쳐 상호 합의하 성행위를 했다. A씨는 또 다른 남성 군인 C씨와 2016년부터 2017년 군대 밖 독신자 숙소에서 성행위를 했다. A씨와 B씨는 2017년 3월 육군 성소수자 색출로 재판에 넘겨졌다.

군형법 92조6항은 ‘군인 등에 대해 항문성교나 그 밖의 추행을 한 사람을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고 규정한다. 1심과 2심은 A씨에게 징역 4년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고, B씨에게는 징역 3개월의 선고를 유예했다.

▲22일 서울신문 2면.
▲22일 서울신문 2면.

그러나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사적 공간에서 자발적 의사 합치에 따른 성행위 등 군기를 직접적·구체적으로 침해한 것으로 보기 어려운 경우에는 해당 규정이 적용될 수 없다”고 했다. 이어 “동성 간의 성행위가 일반인에게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고 선량한 성적 도덕관념에 반하는 행위라는 평가는 이 시대 보편타당한 규범으로 받아들이기 어려워졌다”고 했다. 대법원은 군형법 92조6항의 보호법익에는 ‘군이라는 공동사회의 건전한 생활과 군기’ 외에 ‘군인의 성적 자기결정권’도 포함된다고 밝혔다.

경향·한겨레 환영의 사설
“진일보…대표적 인권침해 조항은 폐지해야”

경향신문은 이날 사설 “성소수자 군인의 평등권·행복추구권 확인한 대법원 판결”에서 “대법원 판결을 환영한다”며 “성소수자 군인을 차별하고 사생활을 침해하는 시대착오적 악법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2012년 유엔 국가별 정례인권검토(UPR)와 2015년 유엔 자유권규약위원회에선 해당 조항 폐지를 권고했다”고 전했다.

이어 “헌재 역시 도도한 변화의 흐름을 반영해 군형법 92조의 6에 위헌 결정을 선고해야 한다”며 “국회도 해당 조항을 폐지하는 작업에 서둘러 나서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22일 경향신문 사설.
▲22일 경향신문 사설.

한겨레는 6면에서 “성소수자 군인 처벌 관행에 제동, 74년만의 1보 전진”이라는 제목으로 대법 전원합의체 판결을 보도했다.

한겨레는 이날 사설에서도 “동성 군인 성관계 ‘처벌 남용’에 제동 건 대법 판결”에서 “기존 판례를 변경한 것으로, 최고 법원인 대법원이 시대의 흐름을 반영해 진일보한 판단을 내놓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동성애가 자연스러운 성적 지향의 하나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시대 변화상을 판단에 적극 반영한 것”이라고 썼다.

이어 “군형법상 추행죄는 동성애자를 잠재적 범죄자로 낙인찍고, 피해자가 없음에도 처벌을 하는 대표적인 인권침해 조항으로 꼽힌다”며 “미국의 군형법을 거의 그대로 받아들여 만든 조항이지만, 미국에서는 이미 2003년 연방대법원의 위헌 판결로 사라졌다. 유엔 ‘시민적·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위원회’ 등 국내외 인권단체들도 줄곧 폐지를 권고해왔다. 정치권이 더 이상 귀를 막아서는 안 된다”고 전했다.

▲
▲22일 한겨레 6면. 
▲22일 한겨레 사설.
▲22일 한겨레 사설.

국민일보 “군 기강 문란, 기독교 신앙 전파 분위기 흐려질 것”

반면 순복음교회 계열의 국민문화재단에서 발행하는 국민일보는 이번 판결에 대해 교계의 입장을 주목해 담았다. 1면 기사에서 국민일보는 “동성 군인 합의 성관계 처벌 불가 선고… ‘軍 현실 무시한 판결’”이라고 제목을 뽑고, “의무복무인데다 위계질서가 분명한 한국 군대 현실을 감안하지 않았다는 비판과 함께 입법 취지를 지나치게 간과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며 “종교계는 ‘비상식적 판결’이라고 반발했다”고 썼다.

1면 기사에서는 육군 대령 출신 김기호 강서대 교수의 말을 인용해 “동성 군인 간에 성관계를 허용한다면 군의 가장 소중한, 군 기강을 문란시킬 수 있다”고 지적하고 한국기독교군선교연합회 관계자의 말 등을 인용했다.

▲22일 국민일보 1면.
▲22일 국민일보 1면.
▲22일 국민일보 종교1면.
▲22일 국민일보 종교1면.

또한 종교1면(종합29면)에서는 “교계 ‘軍동성 간 성행위 허용은 동성애 합법화 수순’ 반발”이라는 기사를 실었고 “기독교계는 군대와 군인의 특수성을 고려하지 못한 판결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고 보도했다. 이 기사에는 김영길 바른군인연구소장, 동성애동성혼반대국민연합, 군목들의 발언을 인용했다. “동성애라는 것 자체가 기독교 신앙과 선교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인데 군대에서 이것이 어느정도 용인되는 기반이 마련돼 향후 군 기독교 신앙 전파 분위기가 흐려지는 요인이 될 것”이라고 썼다.

서울신문의 경우는 2면에서 “‘적극적 판시 환영’ ‘성소수자 일방적 두둔’”이라는 제목으로 성소수자 관련 활동을 하는 시민단체에서는 환영을, 종교계는 반발을 했다고 두 입장을 모두 전했다.

조선일보는 6면에서 “군기 침해땐 합의한 동성애라도 처벌”이라고 제목을 뽑고 다수의견과 반대의견을 모두 전했다.

민형배 의원 탈당에 ‘검수완박’ 여론 역풍…숨 고르기

더불어민주당이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입법을 강하게 밀어붙이고 있는 가운데 비판적 여론이 일자 막판 협상에 돌입한 모습이다. 민주당은 이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강행하려던 안건조정위 구성을 잠정 보류하고 22일까지 합의를 시도할 예정이다.

특히 안건조정위에서 20일 민주당 소속 법사위원 민형배 의원이 탈당을 하며 역풍이 분 모양새다. 민주당은 민주당 3명, 국민의힘 2명, 무소속 1명으로 구성되는 안건조정위에서 법안을 처리하기 위해 민 의원을 ‘무소속 1인’으로 만들어놓은 상태다.

▲22일 한겨레 1면.
▲22일 한겨레 1면.

한겨레는 1면 기사 “구태 정치 빠진 민주당의 ‘오만’”에서 민주당을 강하게 비판했다. 특히 민형배 의원의 ‘위장탈당’을 강하게 비판하면서 “당 안팎에서도 비판이 나온다. 거대 여당이 속도전을 앞세워 국회법이 규정한 절차적 민주주의까지 훼손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동아일보는 이날 사설 “꼼수로 얼룩진 ‘검수완박’, ‘민주주의 능멸’ 흑역사로 남을 것”에서 “민주당의 무리수는 민형배 의원의 위장 탈당으로 정점을 찍었다”며 “검경 수사권 조정 1년 만에 논란이 큰 검수완박을 밀어붙이는 게 말이 되느냐는 각계 비판이 쇄도하고 있다. 이제라도 이성을 찾고 여야 및 검찰 등과의 협의에 착수하는 게 상식이고 순리”라고 비판했다.

▲22일 한국일보 1면. 
▲22일 한국일보 1면. 
▲22일 동아일보 사설.
▲22일 동아일보 사설.

국민일보는 이날 사설 “국회와 민주당이 ‘처럼회’ 강경파에 휘둘려선 안된다”에서 “무리한 법안 추진에 반대의견들이 조금씩 힘을 얻어가고 있다”며 “용기는 위장 탈당을 위해 내는 것이 아니라 독선적인 입법 폭주를 견제하는 용기, 개혁을 명분으로 형사사법제도를 무너뜨리는 법안에 반대하는 용기가 필요하다”고 썼다.

경향신문은 여야중재를 이끌어내야 할 박 의장의 책임과 역할이 무거워졌다며 “박병석 의장을 주목한다”는 사설을 썼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