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떠올리게 하는 정호영 후보자 자녀 문제” (15일 조선일보 사설)
“변명까지 조국사태 닮아가는 정호영 의혹” (18일 조선일보 사설)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가 윤석열 정부 버전 ‘조국사태’로 비화하고 있다. 다만 인사청문회를 앞둔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와 정 후보자에 대한 조선일보의 비판수위는 차이를 보인다. 과거 조 후보자에겐 검찰수사를 강도높게 주문했던 조선일보는 최근 정 후보자를 조국사태와 연결지으면서도 수사에 대해선 말하지 않고 있다. 

사실 조선일보를 비롯해 보수진영이 더불어민주당의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을 반대하는 와중에 정 후보자에 대한 검찰수사는 ‘검수완박’ 여론을 무력화할 좋은 기회다. 

▲ 조국 전 법무부장관. ⓒ 연합뉴스
▲ 조국 전 법무부장관. ⓒ 연합뉴스

조국사태와 연결 짓지만 검찰수사 거론 않는 언론

최근 조선일보는 정 후보자에 대해 두 차례 사설을 썼다. 15일자 사설에선 “조국 비리를 수사한 사람이 윤 당선자”라며 “당선자 측과 정 후보자는 철저하고 명확하게 해명해야 한다”고 했다. 지난 17일 정 후보자의 두루뭉술한 해명과 윤 당선자의 두둔이 있었다. 지난 18일 사설에선 “의혹투성이 40년 지기를 계속 감싸고돈다면 민심이 윤 당선자를 향해 회초리를 들 것”이라며 6월 지방선거 악재가 될 것이라 경고했다. 

모두 검찰수사가 필요하다는 주장은 빠져있다. 조선일보는 ‘검수완박’에 대해 상당히 비판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18일 “文 임명 검찰총장 두 명째 옷 벗게 만든 ‘검수완박’ 폭주”란 사설에선 “문 정권에서 벌어진 산업통상자원부의 블랙리스트 사건, 월성 1호기 경제성 조작, 대장동 비리 등”을 거론하며 “검찰 수사권을 박탈한다고 가려질 일이 아니다”라고 했다. 

다른 보수신문도 검찰수사를 말하지 않는 분위기다. 중앙일보는 18일 사설에서 “윤 당선자가 임명한 장관 후보라면 자녀 문제를 더욱 강도 높게 걸러내야 했다”며 검증 부실 책임을 지적하며 “6·1 지방선거에서 민심의 거센 역풍을 맞을 것”이라고 조선일보처럼 지방선거를 거론했다. 문화일보는 14일 사설에서 정 후보자의 자녀 ‘특혜 편입’ 의혹을 나열하며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철저한 검증이 필요”하다고 했다. 

동아일보만 15일 사설 “복지장관 후보자 자녀 ‘아빠 찬스’ 의혹, 수사 대상 아닌가”에서 “이 정도면 수사 대상이라는 주장이 나올 법하다”고 지적했고 다음날인 16일 사설에서도 “정 후보자의 결백을 증명하기 위해서라도 편입학과 병역에 특혜가 있었는지를 ‘조국 수사’ 수준으로 검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국 수사’ 수준으로 검증해야 한다”는 부분을 두고 향후 갑론을박이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19일 사설에서도 정 후보자가 즉각 사퇴하고 조사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여기서 전제할 건, 장관 인사라는 정치적인 문제를 수사와 재판으로 해결하는 ‘사법화’ 현상이 반드시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다. ‘국민정서’, ‘국민의 눈높이’에서 논쟁하며 문제를 해결하는 게 아니라 불법여부를 가리자며 수사기관으로 정치의 문제를 끌고 가는 건 무책임한 정치라고 비판받는다. 조 전 장관 역시 인사청문회 전에 검찰이 나서면서 정치영역에서 해결할 기회를 초기에 박탈당한 측면이 있다. 

▲ 검찰총장 청문회 당시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 사진=YTN 갈무리
▲ 검찰총장 청문회 당시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 사진=YTN 갈무리

조국 일가엔 검찰 강제수사 수차례 촉구하던 조선·중앙

2019년 8월 ‘조국사태’ 초창기, 인사청문회(2019년 9월6일~7일) 이전 언론보도는 어땠을까? 조선일보는 적극적으로 검찰에 수사를 주문하며 구체적인 혐의점까지 제시했다. 2019년 8월21일 조선일보는 사설 “외고생이 병리학 논문 제1저자라니, 수사해야 한다”에서 “교수들이 본인이나 지인의 미성년 자녀를 논문 저자로 끼워 넣는 것은 대입 수시전형을 노린 입학 비리 수법”이라며 “대학 측이 ‘논문 확인에 미진한 부분이 있어 사과한다’며 자체 조사를 벌인다고 하지만 그보다 검찰이 나서 철저한 수사를 통해 포괄적 뇌물과 업무 방해 여부 등을 따져야 한다”고 했다. 

조국 당시 후보자에 대한 조선일보의 검찰수사 압박은 연일 이어졌다. 8월26일 “조국씨는 장관실이 아니라 검찰 조사실로 가야 한다”, 8월27일 “청문회론 조국 의혹 규명 한계, 강제 수사권 가진 검찰이 나서야” 등 수사분위기를 조성했다. 

▲ 2019년 8월26일자 조선일보 사설
▲ 2019년 8월26일자 조선일보 사설

중앙일보는 8월21일 “특혜성 논문으로 명문대 입학…‘오해’ 아니라 수사 대상이다”에서 조국 일가에 대한 검찰수사를 촉구했고, 8월29일 중앙일보는 “조국에 대한 엄정한 수사가 진정한 검찰개혁이다”란 사설에서 “윤석열 검찰은 정치권의 외압에 한치도 동요됨 없이 (중략) 조국 의혹의 진실을 밝혀주길 기대한다”고 주장했다.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정 후보자에 대한 수사촉구가 없는 것과 대비된다. 

▲ 2019년 8월29일 중앙일보 사설
▲ 2019년 8월29일 중앙일보 사설

정 후보자에 대한 수사는 정권에 부담이 될 가능성이 크다. 게다가 윤 당선자가 이미 ‘부정의 팩트가 없다’며 두둔했다. 만약 정 후보자가 근시일 내 사퇴하더라도 수사를 시작하면 관련 이슈는 이어질 수밖에 없고, 기소라도 된다면 정권 내내 거론될 악재다. 보수매체에서 윤 당선자에게 결단를 촉구하며 빨리 정 후보자 배제를 주장하되 수사를 거론하지 않는 배경이다. 

검수완박과 정호영 검찰수사 사이, 민주당 딜레마  
검수완박 반대하던 박지현, 수사 촉구에 일부 언론 비판

민주당도 ‘검수완박’과 ‘정 후보자 수사’ 사이에서 딜레마에 빠졌다. 검수완박을 당론으로 정했는데 정 후보자에 대한 검찰수사를 대놓고 주장할 수 없기 때문이다. 민주당 입장에선 조 전 장관 일가에 대한 검찰의 ‘과한’ 수사를 정 후보자를 비롯해 현재 장관 후보자 관련 의혹수사에도 적용해야 한다고 생각만할뿐 입밖에 내지 못하는 분위기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19일 “경찰은 오늘이라도 즉각 수사에 착수해서 한 치의 의혹도 남지 않도록 철저하고 신속하게 조사해야 할 것”이라고 경찰수사를 언급했다. 

▲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 사진=SBS 화면 갈무리
▲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 사진=SBS 화면 갈무리

다만 ‘검수완박’ 처리에 비판 의견을 냈던 박지현 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은 정 후보자에 대한 수사필요성을 선명하게 주장했다.  

윤 당선자가 “부정의 팩트가 확실히 있어야 하지 않나”라며 정 후보자를 두둔한 것에 대해 박 위원장은 18일 비대위회의에서 “(검찰이) 조국 전 장관 때 같았으면 지금쯤 열 곳은 압수수색을 했을 것”이라며 “조국 전 장관은 팩트가 있어서 70여곳을 압수수색했나, 수사를 해야 팩트가 나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 위원장은 “정 후보자의 사퇴는 당연하고 사퇴하더라도 수사는 받아야 한다”며 “그것이 공정”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일부 언론에선 박 위원장이 모순적이라고 비판했다. 조선비즈는 18일 “민주당은 ‘검수완박’하는데…박지현 ‘검찰, 정호영 수사 왜 안 하나’”란 기사에서 박 위원장 발언에 대해 “그런데 민주당은 ‘검수완박’을 추진하고 있어, 모순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고 보도했다. 

검찰, 어느 정도 수사할까?

조 전 장관 일가와 정 후보자에 대해 검찰수사를 촉구하는 언론보도의 분위기는 이처럼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과연 조 전 장관 일가 수준으로 수사할 의지를 보여줄지, 검경수사권 조정으로 검찰의 수사범위가 줄어든 상황에서 직접수사가 가능한 부분을 얼마나 있을지, 그 영역이라도 적극 수사에 나설지, 다시 검찰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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