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를 끌었던 tvN ‘스물다섯 스물하나’가 3일 종영했다. 최종회는 수도권 가구 기준 평균 12.6%, 최고 15.1%를 기록(닐슨 코리아 기준)하며 전채널 동시간대 시청률 1위를 차지했다.

그러나 극중 나희도(김태리 배우)와 백이진(남주혁 배우)의 이뤄지지 못한 사랑 결말로 인해 시청자들의 불만은 커진 모양새다. 극중 백이진은 뉴욕지국 특파원에 뽑혀 한국에서의 일을 정리하러 들어오며 나희도와 이별을 맞이했다. 두 사람은 마지막 만남에서 눈물을 흘리며 포옹을 나누고 마지막 인사를 하며 헤어졌다.

드라마의 마지막은 시간이 흘러 2009년 결혼한 뒤 샌프란시스코 대회를 끝으로 은퇴한 나희도와 UBS 뉴스 앵커로 발탁돼 한국으로 돌아온 백이진의 모습을 보여준다. 2021년 잃어버린 다이어리를 찾은 나희도는 백이진과의 가슴아픈 이별을 회상하며 극이 종결됐다.

시청자들은 이뤄지지 않은 결말에 불만을 내비치고 있다. 드라마의 두 주인공 김태리와 남주혁의 사랑 이야기에 몰입한 시청자들이 많았기 때문에 더 그랬다.

▲tvN '스물다섯, 스물하나' 결말 장면.
▲tvN '스물다섯, 스물하나' 결말 장면.

911테러 현장 전하는 화면, 
기자 남주인공 보면서 웃는 여주인공 장면 연출에 비판

드라마 후반부 에피소드들이 911테러를 배경으로 나오자 시청자들의 비판도 나왔다. 남주혁 배우는 사명감 높은 기자에서 앵커까지 오른 캐릭터를 연기했는데, 2일 방송된 15회분 극중 배경이 문제가 됐다. 이날 방송분은 백이진이 911테러 현장을  찾고, 연인인 나희도가 TV뉴스 화면을 통해 백이진을 보는 장면이 나온다. 백이진이 참담한 테러 현장을 중계하는 모습이 나와도 나희도는 함박웃음을 짓는다.

그러면서 백이진은 “오늘 얼굴 안 나오면 너가 실망할 것 같아서. 너한테 예쁘게 보이려고 스탠드업 찍을 때 옷 신경쓴다”고 말하기도 한다. 방송 이후 일부 시청자들은 “911테러를 묘사하는 방식이 부적절하다”고 비판했다. 참사를 드라마 소재로 이용하는 경우 예민할 수 있는 부분에 대해 신경을 덜 쓴 가벼운 연출이 아니었냐는 지적이다.

▲문제가 된 tvN '스물다섯 스물하나'의 장면.
▲문제가 된 tvN '스물다섯 스물하나'의 장면.

다만 911테러 장면 부분은 극 중 서사에서 아주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아니며, ‘첫사랑’을 소재로 한 드라마이기에 결국 이뤄지지 않은 사랑이라는 방향은 이미 어느 정도 예고된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모든 이야기 ‘해피엔딩’이라면 이야기 앙상해질 것”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드라마의 서사 구조 자체가 회고담이며, 시작점부터 결말은 어느정도 정해졌다는 뉘앙스를 준다”며 “특히 첫사랑에 대한 일반적인 극이 그렇듯 결말의 방향은 처음부터 정해져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표적으로 첫사랑을 다룬 영화 ‘건축학 개론’이 그렇듯, 첫사랑은 이뤄지지 않는 경우가 많으며, 첫사랑 극이 이야기하는 것은 둘이 헤어졌다고 하더라도 그 시간이 무의미하지 않다는 것, 사랑을 통한 성장이 있다는 것이 기본적 구조”라며 “다만 시청자들이 극에 빠져들어 두 사람의 사랑이 이뤄졌으면 좋겠다고 갈망하는 것도 자연스러운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tvN '스물다섯 스물하나'.
▲tvN '스물다섯 스물하나'.

정 평론가는 “어쩌면 이러한 갈망이 깊어지고, 극 중 둘의 헤어짐에 안타까움을 표하는 시청자들이 많아진 것은 결혼이라는 선택지가 현실적으로 더 택하기 어려워진 상황 때문일수 있다”며 “현실에선 드라마와 달리 사랑만 가지고 결혼을 하기가 힘든 지점들이 있고, 시청자들은 현실에 부재한 판타지를 드라마를 통해 채워지길 원하기도 하는데 그 바람에 맞지 않으니 불만이 나온다”고 분석했다.

911테러를 소재로 활용한 장면 연출을 향한 비판에 대해 정 평론가는 “911자체를 이야기의 배경으로 가져온 것은 윤리적 문제가 될 수 있고 비판을 제기할 수도 있는 부분”이라면서도 “다만 해당 장면이 이야기에 굉장히 중요한 사안인가를 봤을 때 꼭 그렇지만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드라마 소비경향이 ‘사이다’와 ‘고구마’로 나눠진다. 스물다섯 스물하나가 초중반에는 악역도 없이 청춘 사랑을 아름답게 그리며 ‘사이다’ 서사를 전개해나갔다. 다만 결말 부분에서 ‘고구마’ 서사가 전개된 지점들이 있다”며 “시청자들이 자신이 몰입한 극을 ‘사이다’ 결말로 풀어낼 것을 원하는 감정은 충분히 이해가 되지만 ‘사이다’ 전개만 있다면 오히려 이야기의 측면에서 앙상해질 것”이라고 짚었다.

정 평론가는 해당 드라마와 같은 날 종영한 JTBC ‘기상청 사람들’을 예시로 들며 “‘기상청 사람들’의 엔딩은 완전한 해피엔딩이었다. 그러나 그 엔딩을 두고 일부 시청자들은 ‘어떻게 저렇게 갑자기 모든 갈등이 풀리며 행복해질까’라고 의문이 생길 수 있다”며 “시청자와 작가 어느쪽이 옳다, 그르다의 문제가 아니다. 드라마만의 이야기와 서사는 이미 정해져있는 경우가 많고 모두가 완벽하게 여기는 결말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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