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야말로 ‘핫’했던 제94회 아카데미 시상식이었다. 27일 미국 로스앤젤레스 할리우드 돌비극장에서 열린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미국 배우 윌 스미스의 무대 소동 이슈가 가장 뜨거웠지만 애플TV+가 제작한 영화 ‘코다’의 작품상 수상, 윤여정 배우의 시상식에서의 수어, 신문사 뉴욕타임스의 단편 다큐멘터리 부문 수상까지 화제가 가득했다.

윌 스미스에 “이해된다” 공감과 “그래선 안돼” 반응 나뉘어

가장 관심을 모은 소식은 윌 스미스가 시상식 무대에서 코미디언 크리스 록의 뺨을 때린 것이다. 크리스 록이 윌 스미스 부인 제이다 핀켓 스미스의 머리 모양을 두고 “지아이 제인2에 출연하는 것을 기대하겠다”고 말해서다. 제이다 핀켓 스미스는 몇 해 전 질환으로 탈모증을 앓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로 인해 삭발을 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크리스 록이 이를 농담 소재로 사용한 것이다. 영화 ‘지아이 제인’은 1997년 개봉한 영화로 데미 무어가 삭발을 해 화제가 됐다. 데미 무어가 영화에서 맡은 역할은 특전사 훈련을 통과한 여성이었다.

윌 스미스는 무대에서 시상자 뺨을 때리고 나서도 “내 아내 이름을 네 입에 올리지 말라”며 소리를 쳤다. 이 모습은 전 세계에 송출됐다. 이후 크리스 록이 2016년 시상식에서도 아시아인 비하 발언을 했다는 사실이 회자되며 왜 크리스 록을 시상자로 선정했느냐는 비판이 제기되기도 했다. 윌 스미스에 대해서도 “아내를 조롱하는 데 화가 나서 그럴 수 있다”는 반응과 “화가 났더라도 폭력은 사용하면 안 된다”는 반응으로 나뉘고 있다.

▲윌 스미스가 크리스 록의 뺨을 때린 후 얼마 후 남우주연상으로 호명돼 상을 받고 있다. 사진출처=오스카 홈페이지. 
▲윌 스미스가 크리스 록의 뺨을 때린 후 얼마 후 남우주연상으로 호명돼 상을 받고 있다. 사진출처=오스카 홈페이지. 

소동 후 남우주연상 받은 윌 스미스 “사과의 말씀”

이런 소동이 있고 얼마 지나지 않아 윌 스미스는 영화 ‘킹 리차드’로 남우주연상을 받았다. ‘킹 리차드’는 테니스 스포츠 스타 비너스, 세레나 윌리엄스 자매를 키워낸 아버지 리차드 윌리엄스와 그 가족에 대한 영화다. 남우주연상을 받은 윌 스미스는 “리차드는 가족들의 극진한 보호자였다. 내 삶의 이 시점, 이 순간 나는 감동으로 너무 벅차다. 이 역할을, 이 시기에, 이 세상에서 하게 된 것이 소명이었다고 느낀다”며 “사람들을 보호하고 약속을 지키는 것이 내 소명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앞전 소동에 대해 “아카데미와 오늘 여기 모든 동료, 후보 분들께 사과의 말씀을 드리고 싶다”며 “내가 우는 것은 상을 받았기 때문이 아니라 모든 분에게 빛을 내리는 이 순간이 벅차기 때문이다. 내년에도 아카데미가 날 불러주면 좋겠다”고 전했다.

애플TV+ ‘코다’ 작품상, OTT 오리지널 아카데미 최고상 수상

이날 작품상은 션 헤이더 감독의 ‘코다’가 받았다. OTT 오리지널 영화가 미국 아카데미 영화 시상식에서 최고상을 받은 것이다. 코다는 애플TV+의 오리지널 영화로 청각 장애인을 부모로 둔 자녀의 이야기다.

▲영화 '코다'로 남우조연상을 받은 트로이 코처. 한국의 윤여정 배우가 시상을 맡았다. 사진출처=오스카 홈페이지. 
▲영화 '코다'로 남우조연상을 받은 트로이 코처. 한국의 윤여정 배우가 시상을 맡았다. 사진출처=오스카 홈페이지. 

다수 언론은 넷플릭스 오리지널보다 애플TV+ 오리지널이 아카데미에서 승리했다고 보도했다. 이날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넷플릭스 제작 ‘파워오브 도그’와 ‘돈 룩 업’이 작품상 후보에 올랐지만 애플TV+의 ‘코다’가 작품상을 받았기 때문이다. 특히 ‘코다’는 작품상과 남우조연상도 수상했다.

이날 ‘코다’의 남우조연상을 시상한 한국 배우 윤여정의 수어도 화제였다. 윤여정은 지난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미나리’로 여우조연상을 받은 바 있다. 전년도 수상자가 남녀 부문을 바꾸어 시상하는 관행에 따라 올해 남우조연상을 발표하게 된 것이다. 윤여정은 이날 수상자 이름을 발표하기에 앞서 “축하합니다” 등의 문구를 수어로 한 뒤 청각 장애인인 ‘코다’의 배우 트로이 코처에게 상을 전달했다.

뉴욕타임스의 첫번째 오스카, ‘더 퀸 오브 바스켓볼’

한편 이날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뉴욕타임스가 제작한 다큐멘터리 ‘더 퀸 오브 바스켓볼’이 단편 다큐멘터리 부문을 수상했다. ‘더 퀸 오브 바스켓볼’은 여성 농구인을 다룬 스포츠 다큐멘터리다. 뉴욕타임스는 이에 “뉴욕타임스가 첫 번째 오스카 상을 탔다”고 알리기도 했다. 

▲뉴욕타임스 커뮤니케이션의 트위터 계정. 
▲뉴욕타임스 커뮤니케이션의 트위터 계정. 

이번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은 ‘코다’, 남우주연상은 ‘킹 리차드’의 윌 스미스, 여우주연상은 ‘디 아이즈 오브 타미 페이’의 제시카 차스테인, 남우조연상은 ‘코다’의 트로이 코처, 여우조연상은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아리아나 데보스에게 돌아갔다.

감독상은 ‘파워오브 도그’의 제인 캠피온, 각본상은 ‘벨파스트’의 케네스 브래너, 각색상은 ‘코다’, 촬영상은 ‘듄’, 편집상 ‘듄’, 미술상 ‘듄’, 의상상 ‘크루엘라’, 분장상 ‘디 아이즈 오브 타미 페이’, 음악상 ‘듄’, 주제가상 ‘007 노타임 투 다이’, 음향상 ‘듄’, 시각효과상 ‘듄’, 국제장편영화상 ‘드라이브 마이카’, 장편애니메이션상 ‘엔칸토’, 단편애니메이션상 ‘더 윈드실드 와이퍼’가 차지했다.

단편영화상은 ‘더 롱 굿바이’, 장편 다큐멘터리상은 ‘소울, 영혼, 그리고 여름’, 단편 다큐멘터리상은 ‘더 퀸 오브 바스켓볼’, 팬 페이버릿은 ‘아미 오브 더 데드’, 치어 모먼트 부문은 ‘잭 스나이더의 저스티스 리그’가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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