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지난 24일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7형’의 시험발사에 성공했다고 25일 발표했다. 김정은 위원장은 “미제국주의와의 장기적 대결을 철저히 준비하라”며 “미 제국주의와의 장기적 대결을 철저히 준비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발사는 김 위원장이 23일 ICBM 발사 친필 명령서를 하달하고 24일 시험발사 현장에 방문해 전 과정을 지도했다. 

북한의 ICBM 발사에 언론의 보도 경향은 두갈래로 갈렸다. 북한이 ICBM을 쏜 것을 밝히자 미국이 1시간 만에 바로 제재를 하겠다는 것을 강조한 언론과, 북한이 왜 지금 이 시기 어떤 이유로 모라토리엄을 파기하면서 ICBM을 쏜 것인지 분석한 언론으로 논조가 나뉘었다.

이날 신문에는 북한 ICBM 발사 이슈가 대부분을 차지했지만 ‘토요판’인 만큼 각 신문마다 준비한 커버스토리를 배치하기도 했다. 한겨레의 경우 기자 2명이 우크라이나 접경지역에서 14일 동안 피란민을 취재한 취재기를 실었고 국민일보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대선 패배 이후 어떤 역할을 해야하는지 대선 역사를 짚어가면서 정리했다.

다음은 26일 주요종합 일간지 1면 톱기사 제목이다.
경향신문 “북 ‘미와 장기전’ 핵협상 주도권 겨눴다”
국민일보 “김정은 ‘장기대결’ 美 즉각 제재 응수”
동아일보 “김정은 ‘美와 대결’ 1시간뒤 바이든 ‘北-러 제재’”
세계일보 “美‘北미사일메카’ 제재, 北‘장기적 대결’”
조선일보 “새감사위원 제청 임기말엔 부적절”
중앙SUNDAY “김정은 ‘용감히쏘라’현장 지휘, 美 북한ICBM 도발 즉각 제재”
한겨레 “김정은의 ICBM, ‘바이든 무관심’을 겨냥하다”
한국일보 “물음표 남긴 ‘괴물 ICBM’”

▲26일 주요 종합일간지 1면.
▲26일 주요 종합일간지 1면.

조선일보, 동아일보, 중앙SUNDAY는 북한이 ICBM 발사를 발표한 지 1시간만에 미국이 제재를 한 것을 1면 제목으로 뽑았다.

동아일보는 1면 기사 제목을 “김정은 ‘美와 대결’ 1시간뒤, 바이든 ‘北-러 제재’”라고 뽑고 기사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북한이 ICBM 발사를 발표한 지 한 시간 만에 추가 대북 제재로 맞섰다”며 “미 국무부는 ICBM을 개발한 제2자연과학원(현 국방과학원) 외무국과 리성철, 북한 미사일 개발을 지원한 러시아 기업 2곳 및 러시아 국적자 1명을 제재 대상에 올렸다”고 전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북한의 장거리 탄도미사일 발사를 강하게 규탄한다”고 밝혔다.

▲26일 동아일보 1면. 
▲26일 동아일보 1면. 

조선일보도 1면 기사 “김정은 ‘美와 장기전, 용감히 쏘라’… 美는 즉각 제재”에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25일 오후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에 따른 추가 제재를 논의할 긴급 공개 회의를 소집했다고 밝혔다”며 “안보리가 북 미사일 문제로 공개 회의를 여는 것은 북한의 핵·미사일 폭주가 한창이던 2017년 이후 5년 만”이라고 전했다.

이어 “바이든 미 대통령은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와 만나 북한 ICBM 발사를 강력히 규탄했다”며 “레드라인을 넘은 북한의 도발을 응징하려 국제사회가 기민하게 움직이는 모습”이라고 썼다.

▲26일 조선일보 1면.
▲26일 조선일보 1면.

중앙SUNDAY도 1면 기사 “김정은 ‘용감히쏘라’현장 지휘, 美 북한ICBM 도발 즉각 제재”에서 “미국은 이같은 보도가 나온지 한시간 만에 추가 제재를 발표하며 대북 압박을 한층 강화하고 나섰다”며 미 국무부가 곧바로 북한과 러시아 기관 세곳와 개인 두명을 제재한다고 전했다.

▲26일 중앙SUNDAY 1면.
▲26일 중앙SUNDAY 1면.

왜 김정은은 4년간 지켜온 모라토리엄을 파기했나

경향신문과 한겨레는 왜 북한이 ICBM을 발사하게 됐는지를 자세히 분석하는 기사를 배치했다. 경향신문은 1면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4년간 지켜온 ‘모라토리엄(핵실험·ICBM 발사 유예)’ 파기가 공식화됐다”며 “당초 오는 4월15일 김일성 주석 생일(태양절) 110주년을 계기로 군 정찰위성을 명분으로 한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 전망이 우세했지만 ICBM 카드를 먼저 꺼냈고, 발사 시기도 예상보다 빨랐다”고 전했다.

경향신문은 1면 기사에서 “국제정세가 군사적 목표를 추진할 절호의 시기로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며 “미·러 대결구도, 미·중 갈등 장기화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를 통한 대응이 사실상 어렵기 때문”이라고 썼다.

이어 “4월 한·미 군사훈련 실시, 한·미 간 북핵 공조가 강화되는 분위기 속에서 전략적 위상을 인식시키려는 의도도 보인다”며 “새 정부가 대북정책을 수립하기 전 핵무력 강화에 집중하는 모양새”라고 분석했다.

▲26일 경향신문 1면. 
▲26일 경향신문 1면. 

한겨레는 이날 커버스토리를 제외한 1면 기사에서 “김정은의 ICBM, ‘바이든 무관심’을 겨냥하다”라는 제목으로 이 이슈를 보도했는데 김정은 위원장이 이번 발사를 한 것에 대해 “북한이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의 ‘상응조처’를 ‘더는 기다릴 수 없다’는 전략적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한겨레는 김정은 위원장이 모라토리엄 파기를 이미 1월에 예고했었는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1일 의회 국정연설에서 북한을 언급하지 않고, 아프가니스탄 철군과 그 후폭풍,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란 핵협정 복원 등에 외교 자원을 쏟아부으며 북을 향해선 대화를 위한 ‘행동’에 나서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26일 한겨레 6면.
▲26일 한겨레 6면.

한겨레는 “(미국에게) 북한은 ‘우선 관심사’가 아니라는 얘기”라며 “북한 정부가 바이든 행정부에게 ‘대북 제재 완화’는 커녕 적극적인 북-미 협상조차 당분간은 기대하기 어렵다는 판단을 한 듯하다”고 이번 발사의 배경을 분석했다.

또한 한겨레는 북한이 “‘미·중·러 3각 전략게임’(미-중 패권·전략 경쟁, 미-러 대치, 중·러 협력)을 북·중·러 북방 3각 협력체제의 복원 및 김 총비서의 대외 운신의 폭을 넓힐 기회로 삼으려는 전략적 포석”을 놓은 것이라며 “북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규탄하는 유엔 안보리의 두차례 결의(3월1일, 3월24일)에 모두 반대표를 던졌고, 북의 ‘반대’는 두차례 모두 ‘기권’ 표결한 중국의 선택보다 훨씬 더 친러시아적”이라고 분석했다. 북·중·러 3각 협력체제를 강화하기 위한 발사였다는 것이다.

한겨레는 이날 사설을 통해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가 빨리 만나 안보 문제 등을 논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여가부 ‘간판 뗀다’는 기정사실화

 

▲26일 경향신문 3면.
▲26일 경향신문 3면.

경향신문은 3면 기사 “인수위, 폐지 기정사실화…여가부 보고 단 30분 만에 종료”에서 인수위가 윤석열 당선인의 핵심 공약인 여성가족부 폐지를 밀어붙이고 있다며, 인수위가 25일 여가부 업무보고 전 브리핑을 통해 “여성가족부라는 이름으로 존치시키지 않는다”고 수차례 밝혔다고 전했다.

이 기사는 “정부 부처 중 가장 후순위로 미뤘던 여가부 업무보고는 단 30분 만에 끝났다”며 “인수위는 여가부 업무를 쪼개 여러 부처로 나누거나 다른 조직을 신설해 대체하는 방안을 검토할 것으로 알려졌다”고 전했다. 타 부처 업무보고가 보통 2시간 내외로 진행된 것과는 대조적으로 짧은 시간이라고도 했다.

경향신문은 “여가부 업무가 여러 부처로 쪼개진다면 가족 정책은 보건복지부, 청소년 정책은 교육부, 여성고용 정책은 고용노동부 등으로 뿔뿔이 이관될 가능성이 높다”며 “성평등 업무는 성평등 관련 위원회를 신설하는 방안이 거론된다”고 전했다.

▲26일 한국일보 4면.
▲26일 한국일보 4면.

한국일보도 4면 기사에 “30분 만에 끝난 여가부 보고”를 전달했는데 “이날 인수위와 여가부 등에 따르면 지금의 여성가족부 간판을 떼는 건 기정 사실이 된 분위기”라며 “(여가부) 내부에서는 사업 지속 필요성을 강조하고 저소득 한부모, 청소년 부모, 다문화 가족, 학교 밖 청소년 등 타부처에선 주목받지 못하지만 분명 수혜자가 있는 차별화 정책과 성과 위주로 전담 조직 필요성을 내비치는 ‘우회전략’을 준비했다는 전언”이라고 보도했다.

우크라이나 접경지 14일 취재한 한겨레
역대 대선 재수생들 역사 짚은 국민일보

‘토요판’에서 신문들 각자의 기획도 선보였다. 한겨레는 커버스토리로 ‘잠 못 드는 우크라이나 국경의 밤’이라는 기사를 배치했는데 기자 2명이 14일간 우크라이나 접경지를 취재한 취재기다. 이들은 우크라이나 접경지 폴란드로 가 피란민이 된 이들의 삶을 취재했다. 취재기에는 전쟁을 겪은 트라우마를 가진 피란민들에게 ‘한국 기자’가 어떻게 다가가야 할지 고민하는 모습과 그럼에도 이야기를 들려준 피란민들의 일상을 전달했다.

▲26일 한겨레 커버스토리 중 일부.
▲26일 한겨레 커버스토리 중 일부.
▲26일 국민일보 커버스토리 기획. 
▲26일 국민일보 커버스토리 기획. 

국민일보는 커버스토리로 ‘역대 대선 재수생들의 복귀 역사’라는 기획을 실었다. 대선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0.73%포인트로 패배한 뒤 민주당 일각에서 이 전 지사의 지방선거 역할론부터 당권 도전까지 다양한 목소리가 나오는데 이러한 상황과 함께 김영삼, 김대중, 박근혜, 문재인의 공통점은 실패 후 당권 잡고 대권을 쟁취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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