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승호 뉴스타파PD(전 MBC사장). 
▲최승호 뉴스타파PD(전 MBC사장). 

더불어민주당이 대선에서 패배하자 민주당 지지자들 사이에서 ‘진보 종편’을 만들자는 주장이 나왔다. 이에 MBC사장을 역임한 최승호 뉴스타파PD는 12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대선 결과의 주된 요인을 언론지형 등 외부에서 찾는 방식으로는 절대로 민주당의 정치가 진화하지 못할 것이고 그 결과는 다시 또 패배일 것”이라며 “지금은 언론지형의 문제보다 언론을 바라보아온 그동안의 시각에 대해 재검토해볼 때”라고 주장했다. 

최승호PD는 “(현 정부에서) 한겨레‧경향마저 대통령의 문제를 지적하거나 지지자들이 믿는 것과 반대 방향의 보도를 하면 공격의 대상이 됐다. 뉴스타파조차도 해야 한다고 믿는 보도를 하지 못한 경우가 많이 생겼다”고 전한 뒤 “그 결과 진보 언론조차 문재인정부의 문제를 제대로 지적하지 못하니 상황은 브레이크 없이 굴러갔다”고 주장했다. 앞서 정부 지지자들이 2019년 윤석열 검찰총장 후보자 인사청문회 국면에서 윤 후보자 검증 보도를 내보낸 뉴스타파를 맹비난하다 조국사태 이후 ‘참언론’으로 치켜세웠던 ‘블랙코미디’가 일례다. 

최승호PD는 “보수언론은 언제나처럼 정부를 비판했고, 그 비판 중 일정 부분은 들을만했지만 (정부여당은) ‘저쪽은 늘 우리를 공격하니까’ 신경 쓰지 않았다”면서 “부동산문제와 검찰개혁의 피로감에 많은 중도층이 떠났지만 여전히 많은 지지층이 굳건하게 버티고 있으니 대통령은 부동산문제처럼 기조를 너무 늦게 바꾸거나, 그마저도 바꾸지 않아 자신이 임명한 검찰총장을 야당 대통령 후보로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최승호PD는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은 언론의 반응보다는 지지자들의 팬덤을 더 의식하는 행보를 보였다”고 꼬집으며 현 정부여당 실패에 김어준씨 등 인플루언서가 있다고 강조했다. “지지자들에게 강한 영향력을 갖고 있는 인플루언서 방송에 민주당 대표 후보자들이나 대통령 후보자들이 줄을 지어 마치 심사받듯이 (출연)하는 것을 보고 참 걱정스러웠다”는 것이다. 최PD는 “특정 정당을 지지하는 인플루언서들이 갖는 한계는 ‘그들은 언제나 특정 정당을 지지한다’는 것”이라면서 “그들은 아무리 민주당이 잘못해도 잘못이 아니라고 강변하거나, 그런 방어가 어려우면 민주당이 최소한 국민의힘보다는 더 낫다는 증거를 제시해 비판을 무화시켜 민주당이 반성할 필요가 없도록 만든다”고 비판했다. 
 
최PD는 “일각에서 진보 종편을 만들어야 한다는 논의가 나오는 것 같지만 진보종편이 일부 인플루언서처럼 민주당을 정치적으로 지지하는 좀 더 큰 스피커를 의미한다면 만들어봐야 별 영향력이 없을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언론이 영향력을 갖는 것은 객관적 시선을 갖고 있다는 믿음을 줄 때”이며 “어떤 언론이 한쪽 방향으로만 보도한다는 인식을 주면 그 언론의 영향력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설사 한 방향으로 보도해서 영향력이 커진들 지금 인플루언서들이 가진 문제점을 더 크게 만들 뿐”이라고 덧붙였다.

최PD는 “진보진영은 늘 언론지형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이명박 씨의 종편 허가와 공영방송 탄압이 언론지형을 결정적으로 더 악화시킨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기술발전으로 작은 자본으로도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시대가 왔고, 그런 발전이 언론지형의 문제를 일부 보완하고 있다. 하지만 그런 발전이 오히려 언론 수용자들을 더 작은 주장의 버블 속으로 자신을 밀어넣고 있는 면도 있다”며 문제의 복잡성을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 버블 속에서 늘 같은 톤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현실 인식이 왜곡되는 결과를 가져온다”며 “이제 그 버블의 문제를 보고 좀 더 넓은 시야에서 언론을 바라볼 때”라고 강조했다.

그의 ‘해법’은 공영방송에서 출발한다. 최PD는 “현재 가장 중요한 언론 문제는 공영방송을 어떻게 정치적으로 독립시켜 국민 대다수가 신뢰하는 언론으로 만들 것인가(이다)”라면서 “대통령이 사실상 공영방송 사장을 정할 수 있는 현재의 지배구조를 개혁해야 한다. 지배구조 개혁은 민주당을 더 지지하는 공영방송을 만들지는 않겠지만 진보와 보수 모두 좀 더 신뢰할 수 있는 방송을 만들 것”이라 밝혔다. 최PD는 “공영방송이 보도하는 기본 팩트에 대한 믿음이 확립된다면 그것을 기초로 우리 사회는 사회적 이슈들에 대해 편견없는 대화를 할 수 있게 되고 그 대화는 우리 사회를 좀 더 같이 살 만한 곳으로 만들 것”이라 내다봤다.

앞서 이재명 민주당 대선후보는 자유언론실천재단의 ‘공영방송 정치적 독립 방안’ 정책 질의에 “그동안 정치적‧정략적 이해관계에 얽매여 제대로 된 논의가 이루어지지 못했다”고 진단한 뒤 “공영방송 사장은 주권자인 각계각층, 각 지역 국민대표가 참여하는 국민위원회 같은 기구가 이사 후보자를 추천해 선출하도록 해 임명권을 국민께 돌려드리겠다”고 공약했다. 그러면서 “5월까지 국회 언론‧미디어특위가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 법안을 통과시키지 못하면 정부 출범 후 최우선 과제로 사회적 공론화를 거쳐 추진하겠다”고 약속했다. 민주당은 언론‧미디어특위에서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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