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취임 4주년 기자회견에 나선 문재인 대통령. ⓒ청와대
▲지난 10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취임 4주년 기자회견에 나선 문재인 대통령. ⓒ청와대

문재인정부가 집권 5년 차를 맞았다. 문 대통령은 지난 10일 취임 4주년 기자회견에서 부동산 정책 실패를 인정하며 “정부가 할 말이 없는 상황이다. LH공사 비리까지 겹쳐지면서 지난번 보궐선거를 통해 엄중한 심판을 받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 내에선 선거 참패가 ‘언론 탓’이라는 주장도 있었다. 김종민 의원은 4월8일 MBC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보궐선거에서 이 정도였는데 대통령 선거에서까지 언론이 편파적이다, 언론이 그라운드 안에 들어왔다 이런 느낌을 주게 되면 민주주의에 상당한 큰 위험 요소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민주당 미디어·언론 상생TF 내에서도 보궐선거 패배 이후 언론 보도에 대한 불만이 나왔던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지금 민주당은 역대 민주당 정부 가운데 가장 유리한 언론환경에 놓여 있다. 우선 조선·중앙·동아일보로 대표되는 보수신문의 여론선점 능력이 현저히 감소했다. 한국언론진흥재단에 따르면 종이신문 이용률은 김대중정부 시절이던 2002년 82.1%, 참여정부 시절이던 2006년 68.8%였으나 2020년 10.2%를 나타냈다. 일부 보수신문은 박근혜 탄핵 이후 ‘태극기 세력’과의 결별 여부를 놓고 갈팡질팡하며 현 정부가 스스로 무너지기만을 고대했다. 지금은 전례없는 부수 조작 사태마저 벌어져 신문사들은 도덕성도 타격을 입었다. 

방송은 어떨까. 이명박-박근혜정부 내내 불공정 보도를 비판하며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을 주장했던 민주당은 현 정부 들어 관련 논의에 매우 소극적이다. 민주당이 지금의 공영방송 보도가 불공정하다고 판단했다면 일어날 수 없는 상황이다. 리서치뷰가 지난달 말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가장 신뢰하지 않는 방송매체’를 물은 결과 국민의힘 지지자의 33%가 KBS를, 20%가 MBC를 꼽았다. 민주당 지지자는 5%만이 KBS를, 4%만이 MBC를 꼽았다. 

더욱이 3년 연속 청취율 1위를 기록 중인 시사 라디오프로그램 ‘김어준의 뉴스공장’ 진행자 김어준씨가 민주당을 대변하는 대표적 언론인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는 매일매일 민주당에 유리한 의제를 강조하고 불리한 이슈는 방어 논리를 만들어준다. 오프닝격인 ‘김어준의 생각’코너에서 기성 언론을 비판하며 스스로를 ‘대안언론’으로 포지셔닝하고, 청취자들은 그의 ‘편향’을 기성 언론의 ‘편향’에 맞선 것으로 받아들이며 정당화한다.

포털은 어떨까. 네이버는 현 정부 들어 모바일 첫 화면에서 뉴스를 없앴다. 실시간 검색어 서비스도 폐지했다. ‘많이 본 뉴스’(랭킹 뉴스) 페이지도 없앴다. 네이버는 뉴스와 멀어지는 길을 선택하며 뉴스 노출과 둘러싼 논란을 최소화하고 있다. 이에 모바일 웹에서 포털 뉴스서비스 순방문자(안드로이드 기준, 닐슨 코리안클릭)는 2015년 6월 기준 1929만9058명에서 2020년 6월 기준 1585만3309명으로 줄었고 도달률도 63.5%에서 48.6%로 떨어졌다. 이런 가운데 뉴스플랫폼은 페이스북, 유튜브, 구글로 점차 다양화되고 있다.

여전히 조선·중앙일보 등 보수신문의 주목도가 네이버에서 높지만, 이는 이들 신문의 높은 구독자 수에 따른 결과일 수도 있고 네이버 알고리즘을 간파한 결과이거나 많은 인력을 ‘이슈대응’에 집어넣은 결과일 수 있다. 네이버는 댓글 정책도 ‘드루킹 사건’이후 하나의 계정이 쓸 수 있는 댓글 수를 제한하고 언론사에 댓글 운영 권한을 넘기는 식으로 바꿨다. 일련의 변화가 ‘여론 조작’이 점점 어려워지는 방향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문 대통령이 취임 4주년 기자회견에서 기자들의 질의를 받는 모습. ⓒ청와대
▲문 대통령이 취임 4주년 기자회견에서 기자들의 질의를 받는 모습. ⓒ청와대

돌이켜보면 정부 여당은 ‘언론개혁’ 의제에 대해 실천 ‘동기’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취임 이후 2년간 유례없는 지지율 고공행진을 했다. 그러다 조국 사태를 거치고 지지율 하락세에 돌입하며 언론개혁 의제가 떠올랐지만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과 같은 언론 운동 진영의 기존 요구와는 동떨어진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내세우며 언론노조와 기자협회 등의 비판을 받기도 했다. 최근에는 정부 부처 소속 기구가 포털의 뉴스 배열을 관리감독하는 신문법 개정안(김남국 의원 대표 발의)까지 등장한 가운데 윤호중 신임 민주당 원내대표는 조만간 당내에 ‘언론개혁 특위’도 출범시키겠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기자들이 왜곡 보도하면 실시간으로 비평의 대상이 되고 ‘기레기 추적자’ 페이스북 페이지에 박제되는 시대다. 유튜브 채널 역시 야당에게 유리한 공간으로 보긴 어려워졌다. 정부여당이 180석을 갖고 언론 탓을 하는 건 스스로의 무능을 홍보하는 꼴이다. 지난해 여권이 180석을 가져간 것은 언론이 갑자기 ‘정론보도’에 나선 결과였던가. ‘언론 탓’으로는 현 정부 여당의 실정과 무능을 합리화할 수 없다. 여당은 ‘언론의 문제는 변수가 아닌 상수’라는 관점에서 자신들의 문제부터 바라봐야 한다. 

이해찬 전 민주당 대표는 3월19일 유튜브채널 ‘김어준의 다스뵈이다’에 출연해 “선거가 아주 어려울 줄 알았는데 요새 돌아가는 것을 보니 거의 이긴 것 같다”고 말했다. 5년 차 여당은 언론 탓 이전에 오만함에 대한 반성이 전제되어야 한다. 김어준씨는 보궐선거 직후였던 8일 “KBS의 내곡동 측량현장 보도, (서울시장 선거에) 굉장히 결정적인 보도였는데 이 기사를 포털이 이틀 동안 싣지 않았다. 메인에 노출시키지 않았다”고 주장했으나 사실과 거리가 멀었다. 5년 차 여당은 언론 탓 이전에 음모론과 거리를 둘 필요가 있다. 

▲3월19일 '김어준의 다스뵈이다'의 한 장면. 이해찬 전 민주당 대표(오른쪽)가 말하고 있다.
▲3월19일 '김어준의 다스뵈이다'의 한 장면. 이해찬 전 민주당 대표(오른쪽)가 말하고 있다.

김의겸 열린민주당 의원은 4월29일 KBS ‘최경영의 최강시사’에서 김어준씨를 향한 국민의힘 공세가 부당하다면서도 “김어준식 방송은 여러 문제점이 있다. 저널리즘의 원칙에서 벗어나 있는 부분들이 많이 있다”고 지적하며 “저도 (김어준의 뉴스공장) 피해자 중의 한 사람이고 김어준 씨가 이야기하고 있는 몇 가지 이야기들은 음모론이라고 생각하고 공감하지 않는다”고 밝힌 바 있다. 5년 차 여당은 보궐선거 이후 활발해진 각종 ‘언론개혁’ 입법 논의에 앞서 전직 청와대 대변인의 지적에 담긴 행간 역시 읽어야 한다.  

윤창현 언론노조위원장은 언론노조가 발행하는 5월7일자 ‘주간속보’에서 “민주당이 팬덤을 강화하며 언론에게 또 다른 정파성을 요구하는 것을 개혁으로 인식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고 우려한 뒤 “힘센 기득권 언론이 약한 소수인 민주당을 공격한다는 판단이라면 중대한 인식 오류”라고 주장했다. 윤 위원장은 무엇보다 “언론에 대한 왜곡된 피해의식과 혐오에 기초한 대책은 반드시 반발과 부작용을 부르고 실패할 수밖에 없다”며 민주당이 추구해야 할 언론개혁의 핵심은 언론의 독립성 확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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