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확진자·격리자 사전투표 관리 부실로 대통령 선거에 대한 유권자 신뢰를 뒤흔든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7일 “책임을 통감하며 재발 방지 대책을 철저히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오는 9일 본 투표에서는 코로나19 확진자·격리자들이 직접 투표함에 투표용지를 넣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중앙선관위는 이날 오전 전체 위원회의를 열고 9일 선거일 당일 코로나19 확진자·격리자 선거권 보장을 위한 투표 관리 대책을 결정했다.

중앙선관위는 위원 일동 명의로 “이번 확진자 등 선거인의 사전투표관리와 관련해 그 사전투표 규모를 예측하고 대비하지 못했다”고 시인한 뒤 “임시기표소 투표에 대한 정보제공 등도 미흡했음을 사과드린다. 혼란을 초래하고 국민들께 불편을 끼쳐 송구하다”고 사과했다.

이어 “위원장 및 위원 모두는 이에 대해 책임을 통감하며 원인을 파악하고 재발방지 대책을 철저히 강구하겠다”고 덧붙였다.

▲ 유권자들이 투표 사무원의 관리 부실에 거세게 항의하거나 투표도 못하고 발길을 돌린 사례도 이어지고 있다. 서울 양천구 신월6동 주민센터에 마련된 확진자·격리자 임시 기표소가 대표적이다. 사진=김도연 기자.
▲ 유권자들이 투표 사무원의 관리 부실에 거세게 항의하거나 투표도 못하고 발길을 돌린 사례도 이어지고 있다. 서울 양천구 신월6동 주민센터에 마련된 확진자·격리자 임시 기표소가 대표적이다. 사진=김도연 기자.

중앙선관위에 따르면, 확진자·격리자들은 오는 9일 방역당국의 일시 외출 허가를 받아 오후 6시 이후부터 7시30분까지 본인의 주소지 관할 투표소에서 투표할 수 있다. 오후 6시 이후 일반 유권자들이 투표를 마치고 모두 퇴장한 후 해당 투표소에서 일반 유권자와 동일한 방법으로 투표하게 된다는 것이다.

선관위는 “9일 오후 6시까지 일반 유권자들의 투표가 종료되지 아니한 때는 일반 유권자들과 동선이 분리된 투표소 밖 별도 장소에서 대기하다가 일반 유권자들이 모두 퇴장한 후 투표한다”고 밝혔다. 

지난 5일 확진자·격리자 사전투표에서 가장 문제가 됐던 ‘투표사무원을 통한 투표’도 사라진다. 일반 유권자처럼 확진자와 격리자들도 자신의 기표용지를 직접 투표함에 넣을 수 있게 됐다.

앞서 사전투표에서 확진자·격리자들은 별도 임시 기표소에서 기표한 투표용지를 ‘임시기표소 봉투’에 넣어 투표 사무원에게 전달해야 했다. 이 경우 자신의 투표용지가 투표함에 실제 투입됐는지 확인할 길이 없어 문제였다. 자신의 투표용지를 남의 손에 맡겨야 했던 상황.

이 과정에 투표 사무원이 앞사람이 기표한 투표용지를 투표함에 투입하지 않고 뒷사람에게 전달해 부실 선거 논란이 증폭됐다. 투표용지가 허술하게 종이박스나 쇼핑백 바구니 등에 담겨 투표함으로 이동되는 모습도 포착돼 공분을 샀다. 선관위가 선거에 대한 불신을 자초했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부정선거 등 선거불복 세력에 빌미만 제공했다는 지적이다.

중앙선관위는 “지난 5일 실시된 확진자 등의 사전투표에서 제기된 각종 문제점이 선거일에는 재발되지 않도록 세밀하게 준비하고 있다”며 “확진자 등에게 투표 안내 문자메시지 등으로 투표 방법을 안내하는 한편, TV·라디오·신문 등의 각종 프로그램·자막·광고 등을 활용해 선거일 정확한 투표 절차 전달에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고 했다.

▲ 노정희 중앙선거관리위원장. 사진=중앙선관위 홈페이지 갈무리.
▲ 노정희 중앙선거관리위원장. 사진=중앙선관위 홈페이지 갈무리.

하지만 논란은 잦아들지 않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노정희 선관위원장(대법관) 거취 문제가 거론된다.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7일 “선관위원장은 본 투표 종료와 동시에 사퇴하겠다고 입장을 명확하게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원희룡 국민의힘 선대위 정책본부장도 “선관위가 민주당 편이라는 사실은 상상도 하기 싫지만 이 혼란은 분명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총괄선대위원장도 7일 오전 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회의에서 “코로나 확진자와 격리자 사전투표에서 큰 혼란이 생겼다. 그에 대한 선관위의 사후 해명도 불성실했다”고 질타한 뒤 노 위원장을 겨냥해 “(사전)투표일에 출근도 하지 않았다고 한다. 민주주의 국가로서, 코로나 방역 모범 국가로서 부끄러운 일”이라고 비판했다.

이 위원장은 전날인 6일 페이스북에 “선관위, 이게 뭡니까? 코로나 확진자 및 격리자 사전투표 부실관리에 대한 입장표명도 왜 이리 불성실한가”라며 “내가 알던 선관위는 이러지 않았는데 어디가 고장난 것인가”라고 개탄했다. 일부 시민단체는 6일 직권남용, 강요, 직무유기, 헌법 및 공직선거법위반 혐의 등으로 노 위원장을 대검에 고발했다.

대한변호사협회도 성명을 통해 “투표용지를 허술하게 보관하거나 선거 보조원들이 대신 받아 처리했다는 사실에 충격을 금할 수 없다”면서 “이런 방식의 선거 사무 진행은 민주적 기본질서에 관한 선관위 인식을 크게 우려하지 않을 수 없는 구태한 행정”이라고 비판했다. 9일 본투표가 마무리돼도 선관위에 대한 문책 여론과 책임자 사퇴 요구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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