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후보들이 정책 공약집을 발표하며 미디어 공약이 수면 위로 드러났다. 이재명 후보의 미디어 공약은 다방면에서 제시됐지만, 전과 달리 ‘표현의 자유’ 공약을 찾아볼 수 없다. ‘정치적 공방’의 주된 소재인 포털 뉴스와 관련해선 양당 후보가 공약을 제시하지 않았다. 여러 후보가 미디어 기구 개편을 시사했지만 ‘디테일’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재명 공약 구체적, ‘표현의 자유’는 실종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미디어 산업 활성화, 사업자 간 갈등 조정, 지원 등 다방면에서 가장 많은 공약을 냈다. 일례로 ‘산업 진흥’ 공약의 경우 △국내OTT 정책자금 지원확대 및 펀드 조성·세제지원 등 추진 △글로벌 OTT 국내 제작사 지식재산권 보장 및 공정한 수익배분 △1인미디어 제작공간 마련 지원·제작비 등 지원 확대 △ PP 콘텐츠 가치 정상화 통한 유료방송 콘텐츠 시장 활성화 △중소제작사 제작비 지원 및 지방 외주독립제작사 지원 강화 등 주체별로 세부적인 공약을 제시했다. 

▲ 대선 후보 미디어 공공성 관련 공약 정리
▲ 대선 후보 미디어 공공성 관련 공약.(미디어 공약 5개 이상 제시 후보 반영)

이는 방송통신위원회,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문화체육관광부 등 관계부처의 업무 과제이기도 해 집권 정당이기에 차별성이 두드러진 대목이라고 할 수 있다.  

다만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 시절 ‘익명 표현의 자유 보장’ 공약을 제시했는데 이재명 후보 공약에선 찾아볼 수 없었다. 문재인 대통령 후보 공약인 △ 인터넷 정치적 표현에 대해 자율규제 전환 △사실적시 명예훼손에 대한 위법성 조각사유 대폭 확대 △정보통신망법상 임시조치 제도(권리침해 피해자가 신고하면 게시글을 무조건 차단하는 제도) 개선 등 약속은 이행되지 않았다.

윤석열 후보 역시 ‘표현의 자유’ 관련 공약을 제시하지 않았다. 이재명, 윤석열 두 후보 중 누가 당선돼도 ‘표현의 자유’ 정책은 찾아보기 힘들 전망이다. 반면 심상정 후보는 통신심의 자율규제 전환, 임시조치 제도 개선 등 공약을 냈다. 

윤석열 미디어 공약 적은데 ‘공영방송’엔 주목

윤석열 후보는 전반적으로 미디어 공약이 많지 않은 가운데 ‘공영방송 공약’에 집중했다. 윤석열 후보 공약집은 공영방송에 관해 “국민은 공영방송의 공정성과 객관성에 대해 매우 비판적” “(공영방송의) 허위조작정보에 대한 검증 체계가 마련되어 있지 않은 실정”이라고  진단했다. 공약은 공영방송 경영평가 강화, 공영방송 정치적 중립성과 신뢰성 보장 위한 다양한 장치 마련 등이다.

이재명, 심상정, 김재연 후보는 방송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확보할 수 있는 ‘편성위원회 설치’ 등을 공약해 대조적이다. 김동찬 언론개혁시민연대 정책위원장은 “윤석열 후보의 경우 ‘공영방송’ 공약에 집중했는데 내용을 보면 ‘독립성’과 ‘자율성’에 초점을 맞춘 다른 후보들과 달리 ‘중립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 우려스럽다”고 지적했다. 

▲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공약집 갈무리
▲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공약집 갈무리

 

양대 후보 포털 공약 ‘소홀’

포털과 온라인 표현물 규제는 미디어 부문의 최대 ‘정치 쟁점’이지만 정작 공약에는 이를 찾아보기 힘들다. 특히 주요 후보로 거론되는 이재명, 윤석열, 안철수 후보의 포털 뉴스 정책, 알고리즘 배열 등에 대한 공약을 찾기 힘들다. 김동원 전국언론노조 정책협력실장은 “국회 내내 포털 뉴스 서비스로 논쟁을 이어가더니 공약에서 포털을 언급한 원내 정당 후보는 심상정 후보 뿐”이라고 지적했다. 

▲ 네이버 사옥. ⓒ 연합뉴스
▲ 네이버 사옥. ⓒ 연합뉴스

온라인 표현물 규제와 관련해 이재명 후보는 언론 규제를 언급하진 않았지만, 1인 미디어 관련 공약으로 ‘1인 미디어 불법행위에 대한 규제 강화’를 제시했다. 반면 윤석열 후보는 ‘가짜뉴스 악의적 왜곡 등 자율규제 해결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을 공약에 담았다. 다만 윤석열 후보가 한국기자협회 주최 대선 토론회에서 언론 자율규제에 사실상 반대 입장을 낸 바 있어 후보 입장과 공약이 상반되는 상황이다.

신미희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은 “포털뉴스 공적책무와 투명성 강화를 위한 근본적 개혁방안 없이 이재명 후보와 윤석열 후보 모두 1인 미디어 불법행위, 악의적 가짜뉴스 규제 등 지엽적 대책만 내놨다”고 했다.

진보정당 ‘노동’, 이재명 ‘거래 관행’ 초점

언론계의 현안 과제인 ‘방송작가 등 비정규직’ 문제의 경우 심상정과 김재연 두 후보가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냈다. 심상정 후보는 △평등수당 도입 △미디어 기업 근로감독 정례화 △재허가 심사에 노동권 항목 강화 등을 공약에 담았다. 김재연 후보는 △해고 방송작가 원직복귀 △미디어기업 근로감독 정례화 △ 편성 취소나 결방 시 임금 보장과 생계지원대책 마련 등을 제시했다.

이재명 후보는 ‘방송 비정규직 개선’보다는 ‘사업자 간 거래 관행 개선’에 초점을 맞췄다.  △ 방송사-제작사 표준계약서 의무적용 불합리 특약 금지 △ 불공정 거래행위 보호 대상에 제작사 포함 공약이 대표적이다. 윤석열, 안철수 두 후보는 문화예술계 전반의 공약을 제시하며 각각 ‘프리랜서 및 중소콘텐츠 업체 등 체계적 지원’ ‘비정규직, 프리랜서 문화예술인의 공정계약과 저작권 권리 등 담은 표준지침 마련 및 확대’ 공약을 냈다.

▲ 지난달 21일 오후 서울 마포구 MBC 미디어센터 공개홀에서 열린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 주관 제20대 대통령선거 후보 초청 1차 토론회에 앞서 대선 후보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 후보, 정의당 심상정 대선 후보,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 ⓒ연합뉴스
▲ 지난달 21일 오후 서울 마포구 MBC 미디어센터 공개홀에서 열린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 주관 제20대 대통령선거 후보 초청 1차 토론회에 앞서 대선 후보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 후보, 정의당 심상정 대선 후보,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 ⓒ연합뉴스

 

미디어 조직개편 ‘어떻게’가 안 보여

다수 후보들은 정부 미디어조직 개편을 시사했다. ‘방송영상미디어 정책 통합 전담부처 신설’(이재명) ‘미디어 및 콘텐츠산업 진흥 전담기구 설치’(윤석열) ‘방통심의위 폐지 및 방통위를 방통인공지능위로 확대 개편’(심상정) 등이다. 윤석열, 심상정 두 후보는 미디어 정부조직 개편 및 과제를 논의하는 기구를 설립하겠다는 입장이다. 안철수 후보는 국무총리실 직속 디지털·콘텐츠 산업 자문위원회를 구성해 업무 조율 및 규제개혁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미디어 부처 통합’과 이를 위한 ‘논의’의 구체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김동원 실장은 “다수 공약은 법 제·개정을 거쳐야 하는 정책이다. 그래서 이전 정부는 방송개혁위원회와 같은 사회적 합의기구를 설치하고 국회가 그 제안을 받는 형식을 택했다”며 “윤석열, 심상정 후보가 이런 기구 설치를 공약에 넣었지만, 무엇을 위한 논의기구인지는 빠져있다”고 지적했다.

미디어 공약 주목도 낮아, 이행 가능성 ‘물음표’

김동찬 정책위원장은 “공약을 보고 차기 정부의 방향을 가늠하기 어렵다. 각 정당마다 핵심적인 미디어 정책 비전이 보이지 않는다”며 “후보들이 전반적으로 미디어 분야에 대한 중요도를 낮게 본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언론개혁시민연대는 뉴스톱과 함께 문재인 정부 미디어 공약 이행을 평가한 바 있다. 김동찬 정책위원장은 “여당의 경우 공약이 전체적으로 5년 전과 크게 다르지 않은데 문재인 정부에서 미디어 공약에 주목하지 않은 경우가 많았기에 이행될지 회의적”이라고 했다.

김동찬 정책위원장은 공약 내용 뿐 아니라 만들어진 ‘과정’에도 주목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각 정당이 해당 분야에 관심을 기울이고 일련의 과정과 노력을 거쳐 완성된 게 아니라 담당자가 정한 내용이거나, 우호적인 시민사회의 입장을 받아 열거해놓은 경우가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김동원 전국언론노조 정책협력실장은 “대통령 5년 임기를 전제로 해야 한다”며 “차기 정부와 여야 의석수에 따른 갈등 가능성, 관료의 저항에 부딪힐 정부조직 개편, 글로벌 자본과 대기업 중심 시장 주도 등의 조건도 정부 수반인 대통령의 권한을 제약한다. 늘 대선에서는 이런 전제와 조건은 고려하지 않고 주문형 공약을 쏟아낸다”고 지적했다.

신미희 사무처장은 “대선후보들이 언급을 꺼리는 정책 중 하나가 미디어정책이었다는 사실부터 유감을 표하지 않을 수 없다. 민언련에서도 대선후보를 초청해 미디어정책을 토의하고자 했는데 대부분 일정 등을 이유로 고사했다”며 “거대 양당이 2월 말에야 공식 정책공약집을 뒤늦게 내놓은 것도 구체성이 결여된 미디어정책을 낳은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