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BC 드라마 '설강화'의 주인공 은영로(지수 분). 
▲JTBC 드라마 '설강화'의 주인공 은영로(지수 분). 

JTBC 드라마 ‘설강화’ 방영 중지 국민청원에 청와대가 답했다. ‘설강화’는 1980년대 말 대통령 선거를 앞둔 대한민국 호수여대 기숙사에서 벌어진 간첩의 인질극을 다룬 가상의 드라마로, 간첩 임수호(정해인 분)와 대학생 은영로(지수 분)의 절절한 사랑 이야기를 다뤘다.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실 디지털소통센터는 16일 “청원인께서는 드라마의 일부 내용과 설정들이 민주화 운동의 가치를 훼손시키고 있고, 시청자들에게 잘못된 역사관을 심어줄 수 있다며 방영 중지를 요구하셨다. 청원에는 약 36만5000여명의 국민께서 동의해 주셨다”고 전한 뒤 “JTBC는 ‘역사왜곡’과 ‘민주화운동 폄훼’ 우려는 드라마 전개 과정에서 대부분이 해소될 것이라고 밝혔고, 해당 드라마는 지난달 30일 16부로 종영됐다”고 설명했다.

국민소통수석실은 “방송법 제4조는 방송 편성의 자유와 독립을 보장하면서, 법률에 의하지 않은 규제나 간섭을 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며 “때문에 정부는 국민 정서에 반하는 창작물의 내용에 대해 창작자, 제작자, 수용자 등 민간에서 이뤄지는 자정 노력 및 자율적 선택을 존중한다는 점을 이전의 방송 중지 요청 청원에서 답변드린 바 있다”고 밝혔다. 정부가 나서서 드라마 내용의 수정을 요구하거나 방영 중지를 요구할 수 없다는 의미다. 

다만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따르면 ‘설강화’ 관련 접수된 시청자 민원이 900여 건에 달하며, 절차에 따라 방송심의 규정 위반 여부가 논의될 예정”이라고 전했다. ‘설강화’가 객관성‧공정성 등 심의 규정 위반으로 제재를 받을 가능성은 매우 낮아 보인다. 국민소통수석실은 “K-콘텐츠가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는 만큼 ‘창작의 자율성’과 ‘방송의 공적 책임 준수’ 사이의 균형이 잘 이루어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JTBC 드라마 '설강화'. ⓒJTBC
▲JTBC 드라마 '설강화'. ⓒJTBC

2회 방영 직후인 지난해 12월20일 등장한 ‘설강화’ 방영 중지 국민청원에는 “근거 없이 간첩으로 몰려서 고문을 당하고 사망한 운동권 피해자들이 분명히 존재하며 이러한 역사적 사실에도 불구하고 여주인공이 간첩인 남주인공을 운동권으로 오인해 구해주는 내용의 드라마를 만든 것은 분명히 민주화운동의 가치를 훼손시키는 일”이라는 주장이 담겼다. 그러나 극이 흐를수록 민주화 시대 부당했던 국가폭력을 풍자하고 비판하는 대목이 주를 이뤘다.

극 중 군사정권은 보도지침으로 언론을 통제하고, 안기부장이 총상을 입자 무장간첩이 쏜 것으로 조작해 허위보도를 내보냈으며, 안기부는 대선 공작의 진실을 알리려던 기자를 총으로 쐈다. 주인공인 간첩 임수호(정해인 분)는 “정권의 횡포에 맞서는 사람들을 간첩으로 몰아서 죽인 안기부”라 비판했고, 호수여대 사감 피승희(윤세아 분)는 안기부를 향해 “비록 당신들의 힘에 굴복한 나약한 존재지만 죄 없는 사람을 간첩 만들어 출세하는 악마들한테 우리 학생들, 판 적 없어요”라고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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