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tty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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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언론진흥재단이 기후위기 취재기자 11명, 시민단체 활동가 9명, 교수 4명 등을 상대로 심층 인터뷰를 진행한 결과를 바탕으로 기후위기 보도 개선 방안을 내놨다. 

언론재단은 최근 발간한 ‘국내 기후변화 보도의 현황과 개선방안’(진민정 이봉현 신우열) 보고서에서 “북극곰이 살 빙하가 녹아 없어지고 있다는 이야기보다 불볕더위로 가을 모기가 기승을 부려 잠을 뒤척인 사람이 많다는 이야기가 더 와 닿는다”며 “기후위기를 ‘당장 나에게 중요한 문제’로 받아들이게 해야 한다. 기후변화 피해가 지금 여기서 나와 내 가족 내 친구에게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기사를 써야 효과적”이라고 제언했다. 

그러면서 “공포심‧죄책감을 조장하는 뉴스에 계속 노출될 때 독자는 무기력해질 수 있다. 국내 주요 일간지 6곳의 기후변화 기사는 기후변화를 대응 가능한 문제로 접근해 일상적으로 실천할 수 있는 행동을 제시하는 데 소홀했다”고 지적하며 “솔루션 저널리즘으로 접근해야 한다. 환경을 위해 무언가를 할 의향이 있는 독자를 위해 미디어가 실천할 만한 정보와 지식을 제공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보고서는 “전력중독 사회를 비판한 언론사가 며칠 뒤에는 전기요금 폭탄 기사를 싣기도 한다. 깊이 있고 일관된 관점이 부족하다”며 이에 대한 개선을 요구하는 한편 “기후위기가 성장 중독 사회의 성찰과 수정을 요구하는 경고라는 점이 언론에서 쉽게 잊힌다”며 편집국 전체가 기후위기에 대한 올바른 관점을 공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무엇보다 “기후변화 대응 논의가 정쟁의 영역에 갇히면 시간을 허비할 위험이 크다. 핵발전에 대한 의견 차가 한 예”라며 “기후 문제를 지나치게 정치적 공방으로 다루지 말라”며 합리적 보도를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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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룸에는 ‘혁신’을 요구했다. 보고서는 “뉴욕타임스는 15명의 취재팀으로 기후 보도를 이어가고 있고, 르몽드는 기후변화와 에너지를 다루는 ‘지구’ 섹션 인력을 22명으로 늘렸다”고 밝히면서 “전담조직을 두고 예산을 지원해야 한다. 데스크는 역량을 높여야 한다. 기사가 데스킹 뒤 오히려 개악된 경험을 이 영역의 기자 여럿이 갖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장기적으로는 “기후 보도를 환경의 틀에 가두어선 안 된다. 기후위기 대응이라는 큰 우산 아래 정치 경제 산업 노동 문화 복지 등의 영역이 중첩되게 재배열돼야 한다. 기후변화 보도를 잘하는 정치부 산업부 사회부 기자가 나와야 한다”고 밝혔다. 

스토리텔링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중앙일보의 창간 55주년 기획 ‘기후재앙 눈앞에 보다’(2020)는 VR과 입체 사운드 등 실감형 기술을 활용해 독자가 직접 기후재앙을 체험하도록 했다. 세계일보 ‘기후위기 도미노를 막아라’ 기획(2020)은 229개 지자체의 기후변화 위험도를 측정해 한국 기후위기 지도를 만들었다.

보고서는 동시에 “언론도 스스로 해결의 일부가 되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신문과 방송의 취재 제작 보도 활동도 적지 않은 탄소발자국을 남긴다. 뉴스를 전달하는 인터넷만 해도 국가로 치면 6번째로 배출량이 많은 이산화탄소 발생원이다. 기후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좋은 보도를 하면서 스스로 최대한 해결의 일부가 되고자 하는 노력이 독자에게 주는 메시지는 강렬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일례로 가디언은 2030년까지 ‘넷제로’(이산화탄소 배출 총량 0)를 달성하겠다고 공약했다. BBC 환경 섹션 ‘퓨처 플래닛’은 기사 말미에 ‘이 디지털 기사를 읽는 데는 페이지뷰 당 1.2~3.6g의 이산화탄소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적고 있다. 기자의 해외 출장도 억제한다. 국가 차원의 노력도 참고할 만하다. 프랑스는 올해 1월부터 플라스틱 비닐을 사용한 신문‧잡지 배송을 금지하고 신문의 50% 이상은 재생 종이로 인쇄하도록 강제했다. 탄소 중립 규제 준수는 정부의 언론 지원 대상 선정 기준이 된다. 

인터뷰에 응한 전문가들은 국내 기후변화 보도의 문제점으로 ① 정치인‧기업인의 책임을 묻는 기사를 보기 힘들고 ② 기상 이변이 잦은 여름과 겨울에 기사가 집중되고 ③ 이념적 성향에 따라 같은 사안에 대해 관점을 달리해 보도하고 ④ 정부가 설정한 정책적‧제도적 목표만 달성되면 기후위기가 해결될 것처럼 보도하고 ⑤ 소수의 전문가를 반복적으로 혹은 검증 없이 인용하며 ⑥ 언론사가 한 지면에서 전혀 다른 관점의 기사들을 보도하고 ⑦ 보도자료에 의존하는 관행으로 유사한 보도를 남발하고 있는 점을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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