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 안 어려워요, 그래프 5개부터 봅시다”
“기후위기? 안 어려워요, 그래프 5개부터 봅시다”
[서평] 평범한 시민의 ‘지식 무장’ 위한 기후위기 기본 교양서, 김백민 교수 ”우리는 결국 지구를 위한 답을 찾을 것이다“

남녀노소 누구든 기후위기를 ‘과학적으로’ 쉽게 이해하도록 안내하는 기후 교양서가 나왔다. “기후위기는 과장됐다”는 회의론에 반박할 지식도 쥐여 준다. 지난 6월 발간된 “우리는 결국 지구를 위한 답을 찾을 것이다”(출판사 블랙피쉬) 책이다.

기후 문제엔 한 가지 편견이 있다. “일반인이 이해하기엔 너무 어려운 문제”라는 인상이다. 한눈에 이해하기 어려운 그래프, 복잡한 역학, 전력 관계망이 등장하면 위축부터 된다. 단번에 이해할 문제는 아니지만 여기서 그치면 ‘비민주적’인 결과를 낳을 수 있다. 문제를 둘러싼 판단을 전문가와 정책결정자에게만 맡겨버릴 수 있어서다.

▲8월9일 서울 '풀무질' 책방에서 열린 북토크 행사에서 김백민 교수가 강연을 하고 있다. 사진=손가영 기자.
▲8월9일 서울 '풀무질' 책방에서 열린 북토크 행사에서 김백민 교수가 강연을 하고 있다. 사진=손가영 기자.

 

김백민 부경대 교수(대기과학과)는 시민들에게 앎의 힘을 심어줄 ‘기후 수업’ 대중서를 썼다. 먼저 지구가 어떻게 생겼길래 온도가 변하는지, 역사적으로 어떻게 변해왔는지를 설명하면서 자연스레 왜 ‘산업혁명 후 경제활동’이 기후위기 주범인지를 보인다. ‘기본 그래프 5종’을 중심으로 기후위기를 설명하는 방법도 알려준다. 결국 시급한 과제는 “화석연료없이 살아남기”인데 한국 정부는 아직 경각심이 부족해보인다고도 지적한다.

“온도 급증은 ‘가장 평화로웠던’ 2차 대전 후”

기후위기는 ‘속도’의 문제다. 5여억원 역사 동안 지구 평균 온도는 10℃부터 30℃ 이상까지 꾸준히 변했다. 가장 극적인 온난화가 있었던 5500만년 전 소위 ‘최대 온난기’엔 평균기온이 5℃ 가량이나 올랐다. 이는 2만년에 걸친 결과다. 지금 기후위기 징표인 1℃ 상승, 14℃에서 15℃로의 상승은 불과 150여년(1850년~현재)만에 이뤄졌다. ‘최대 온난기’보다 20배 넘게 빠르다. 기후위기를 이해하는 첫 번째 및 두 번째 그래프 내용이다.

▲5억년 전부터 현재까지 지구 평균 온도 변화. 사진=김백민 교수 '풀무질 북토크' 강연 자료.
▲5억년 전부터 현재까지 지구 평균 온도 변화. 사진='풀무질 북토크' 강연 자료.
▲지구 평균 온도 및 이산화탄소 농도 변화. 사진=동일 자료.
▲지구 평균 온도(오른쪽) 및 이산화탄소 농도 변화. 사진=동일 자료.

 

‘킬링 곡선’ 정도는 상식으로 알아놔도 좋다.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심각한 수준으로 증가하고 있음을 확인한, 지구과학계에서 가장 유명한 곡선이다. 미국의 과학자 찰스 데이비드 킬링이 1957년부터 무려 43년간 남극과 하와이에서 이산화탄소 농도를 측정해 자료를 남겼다. 그래프는 톱니 모양으로 오른쪽 위를 향한다. 의심할 여지없이 이산화탄소 농도는 매해 증가했다. 산업혁명 전 280ppm이던 이산화탄소 농도는 2013년 400ppm을 돌파, 2021년 2월엔 416ppm을 기록했다.

‘대가속 그래프’는 기후 변동의 주요 요인을 보여준다. 세계 2차 대전 후인 1950년대를 기점으로 인구수, GDP, 에너지 사용량, 질소비료 소비량, 이산화탄소와 메탄 농도, 지구 온도, 열대우림 감소율, 그리고 해양산성화까지 인류 생산활동의 다양한 자취가 모두 가파르게 증가한 그래프다. 모두 지구 지속가능성을 해치는 신호로, “인류가 지구에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근본 원인은 부의 축적이다. “전 세계 부가 축적될수록 인류는 더 많은 일을 하고자 했으며, 더욱 많은 양의 에너지가 필요했다”는 해석이다.

▲찰스 데이비드 킬링이 1957년부터 43년간 기록한 이산화탄소 농도. 사진=동일 자료
▲찰스 데이비드 킬링이 1957년부터 43년간 기록한 이산화탄소 농도. 사진=동일 자료
▲윌 스테판 등이 분석한 '인류세' 특징을 짓는 대가속 그래프들. 사진=동일 자료
▲윌 스테판 등이 분석한 '인류세' 특징을 짓는 대가속 그래프들. 사진=동일 자료

 

김 교수는 “보다 완만했던 온도 증가가 1960년을 계기로 왜 급증했는지를 봐야 한다”며 ‘질소 비료 소비량’을 강조했다. 질소와 수소를 화학적으로 반응시켜 암모니아를 대량생산하는 인공 비료 기술은 세계 2차 대전 이후 전 세계에 보급됐다. 이후 인류의 식량 생산력은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그러면서 “질소비료로 인구가 증가하고, 인구증가는 다시 질소비료 사용을 부추기는 ‘인구-질소비료 증폭작용’이 시작”됐다.

김 교수는 대가속 그래프의 함의를 “지구 역사상 가장 강력한 산업혁명으로 처음 식량에 대한 걱정이 사라진 시대, 핵에 대한 공포가 사라지고 평화가 보장된 상태는 인구 수의 큰 증가를 일으켰고, 인구-질소비료 증폭작용은 자연이 컨트롤할 수 없는 양상으로 흘러갔다”고 설명했다.

마지막 그래프는 지구의 한계상태를 보여준다. 이산화탄소 배출량에 비례해 바다, 토양, 대기 등의 이산화탄소 흡수량이 1950년대 이래 어마어마하게 증폭한 그래프다. 김 교수는 지구가 이산화탄소를 조절하는 메커니즘을 욕조에 빗댔다. 인간활동이란 큰 수도꼭지와 화산활동 등의 작은 수도꼭지가 욕조에 물(이산화탄소)을 콸콸 쏟아내는데, 배수구 크기는 이보다 턱없이 작아 물이 차고 있다. 지구는 이 덕분에 겨우 버티고 있었다. “바다와 토양이 이산화탄소를 흡수하지 않았다면 지금쯤 지구 온도는 2℃ 상승했을 것”이다.

▲이산화탄소 배출원과 흡수원 그래프 0선 위는 배출원, 아래는 흡수원의 값이다. 사진=동일 자료.
▲이산화탄소 배출원과 흡수원 그래프. 0선 위는 배출원, 아래는 흡수원의 값이다. 사진=동일 자료.

 

배수구 종류는 ‘화학적 풍화’, ‘바다’, ‘토양과 식물 흡수’ 등의 이산화탄소 흡수 메커니즘이다. 전체 대기 중 이산화탄소의 25% 가량을 숲과 토양이, 25%는 바다가 흡수한다고 알려졌다. 화학적 풍화의 예는 이산화탄소가 내리는 비에 녹아 땅에 떨어지는 산성비인데, 흡수량은 무시해도 좋을 만큼 느리다. 토양·식물의 흡수는 쉽게 말해 광합성이다. 문제는 ‘바다 흡수’ 배출구 크기가 급격히 작아지는 점이다. 바다가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효율은 온도에 반비례하는데 지구 온도는 계속 뜨거워지고 있어서다.

“회의론에 속지 않게 정신적 무장을”

‘기후 회의론자’에 대한 반박도 김 교수가 책을 쓴 이유다. 2007년 BBC의 ‘위대한 지구온난화 대사기극’ 다큐멘터리가 유명한 예다. 근래 전 세계로 발생하는 자연 재난에 회의론 입지가 좁아지는 추세지만 여전히 왜곡된 주장이 돌아다닌다. “중세엔 지금보다 더 따뜻한 시기가 있었다”는 오랜 주장이 가장 유명하다. 실제 IPCC 1차 보고서도 관련 그래프를 인용해 논란 확산에 기여했다.

이는 유럽에 국한된 지역적 변화에 가까울 뿐이고, 기후학자들의 비영리 연구 협력 네트워크 ‘PAGES 2k’가 종지부도 찍었다. 전 세계에 흩어진 지난 2000년 동안의 지구 온도 변화 자료를 수집해 ‘중세 온난기’는 지역적 현상일 뿐이라고 결론냈다. 김 교수는 “어떤 정신적인 무장을 해야 하는지 보여 주겠다”며 40여 장에 걸쳐 기후위기 회의론과 반박 논리를 설명한다.

▲'우리는 결국 지구를 위한 답을 찾을 것이다' 책 표지.
▲'우리는 결국 지구를 위한 답을 찾을 것이다' 책 표지.

동시에 김 교수는 과장된 경고도 경계했다. “위기를 경고하는 취지는 좋으나 최악을 상정한 시나리오를 전제로 극단적인 결과만 강조하는 경향은 잘못”이라는 것이다. IPCC 보고서 중 ‘RCP8,5’ 시나리오 내용만 강조하거나 인용한 언론도 해당된다.

RCP(Representative Concentration Pathways)는 쉽게 말해 화석연료 사용이 최소화된 사회(RCP2.6)부터 화석연료를 전혀 줄이지 않은 사회(RCP8.5)까지 수준에 따라 4개 사회를 나눠, 각 미래 환경이 어떨지 예측한 시나리오다. 김 교수는 RCP8.5가 “무지막지하게 화력연료 쓰고 어떤 기후위기 대응도 하지 않는 극단적 시나리오인데 보도에선 매번 헤드라인을 차지한다”며 “과학자들이 이 시나리오에 현실성이 있다고 말한 게 아니다. 순수하게 과학적 사고 차원에서 가정한 것인데, 오해해 전달한다”고 지적했다.

나아가 김 교수는 “2030년 1.5℃ 기온 상승을 막을 수 없다면 인류는 망한다”는 수사에 “인류가 어떤 짓을 해도 1.5도 상승은 막을 수 없다”고 말했다. 바다에 축적된 열에너지 때문이다. 바다는 지구에 발생한 열의 90%를 흡수한다. 이 열은 꾸준히, 천천히 대기로 방출되기에 “당장 내일부터 화석연료를 안 써도 0.3~0.7℃는 오른다”는 설명이다. 이미 지구 평균 온도는 1.1℃ 올랐다. 남은 값은 0.4℃다.

김 교수는 이 지적의 이유를 “‘6℃가 오른다’ ‘3℃가 오른다’고 했을 때 마음가짐이 다르다”고 말했다. “만약 6℃가 오르면 전 국가가 탄소감축 자체에만 올인해야 할 상황으로, 유럽·미국만 좋아하는 시나리오일 수 있다”며 “아직 인간은 온도 상승을 충분히 막아 낼 기회가 있다. 그 방법들을 합리적으로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 재생에너지, 인프라 없이 수만 늘려 실패

김 교수는 2030년까지 지구 평균 온도가 약 2.5~3℃ 오를 것이라 내다봤다. 노력 여하에 따라 2.5℃ 내에서도 상승을 충분히 막아낼 수 있다고도 했다. 이 경우도 막심한 피해는 비켜갈 수 없다. 비유하자면 100년에 한 번꼴로 일어나던 폭염, 홍수, 한파 등 이상기후현상이, 지구온도가 2℃ 더 오르면 10년에 한 번꼴로, 3℃ 오르면 5년에 한 번 일어날 수 있다.

▲사진=pixabay.
▲사진=pixabay.

 

“화석연료없이 살아가기”는 마지막 7장 제목이다. 에너지 전환은 재난과 재앙 수준의 기후 변화를 막기 위해 가장 시급한 과제다. 한국 사회는 얼마나 준비돼있을까. 불행히도 김 교수의 진단은 매우 부정적이다. 신재생에너지 전환의 핵심은 발전소 개수만 늘리는 게 아니라 전력을 효율적으로 저장하고 전달하는 전력망 구축인데, 이와 관련된 정책적 고민과 실태 모두 부실하다.

제주도의 풍력발전 개발 중단은 그 예다. 인프라 구축 없이 발전소만 늘리면서 에너지가 실수요보다 과잉생산됐지만, 에너지 저장 기술은 없었고 남은 에너지를 육지로 보내는 전력망도 구축돼있지 않았다. 김 교수는 “숫자에만 집중하니 도심에서 멀리 떨어진 곳의 산을 깎고 논을 없애 태양광발전소를 만든다. 에너지 효율성이 떨어지는 데다 탄소 흡수 수단도 없애는 셈”이라며 “에너지가 꼭 필요한 곳에 효율적으로 쓰이는 경우에만 정부 보조금을 줬다면 막을 수 있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김 교수는 끝으로 ”신재생에너지 설비 증량 위주 정책에서 탈피해 탈석탄 사회 전환을 위한 전기 인프라 확충에 힘쓰고, 전기 저장에 유용한 수소 연료 전지 등 저장 인프라를 확대해야 한다“며 ”징검다리로서 원자력을 보다 안전히 활용할 방법은 없는지 등 전방위로 에너지 정책을 검토해야 할 시점“이라고 밝혔다. 그는 언론에게도 “정보의 홍수인 시대다. 눈 가리고 코끼리를 더듬거리는 식의 부분적인 보도는 사람들을 더 혼란스럽게 만들 수 있다. 기자들도 보도를 위해 (과학) 공부를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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