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25일 차기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며 “나부터 기득권을 내려놓겠다”고 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의 최측근 그룹인 ‘7인회’의 백의종군 선언에 이은 쇄신안이다. 이른바 86그룹(80년대 학번, 60년대생)의 용퇴론이 확산할지 관건이다. 송 대표는 오는 3월9일 서울종로, 경기안성, 청주상당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후보를 내지 않겠다고 했다. 동일지역 4선 연임 금지, 6월 지방선거 때 전체 광역·기초의원 30% 청년공천, 윤미향·이상직·박덕흠 의원 제명안 처리 등도 내놨다. 쇄신안에 대한 신문들의 평가는 엇갈렸다. 

연일 김건희씨의 무속 의존 발언이 세간에 오르내리는 가운데 동아일보에서 “샤머니스트 레이디”라는 제목의 칼럼이 나왔다. 칼럼에선 김씨와 서울의소리 기자간 대화 중 ‘영빈관을 옮겨야 한다’는 말에 동의하거나 홍준표·유승민 후보도 굿을 했다는 식의 발언, “내가 신(내림)을 받은 건 아니지만 웬만한 사람보다 (점을) 잘 본다”고 한 발언 등을 자세히 소개하며 “샤머니스트가 퍼스트레이디가 되는 건 두고 볼 수 없다”고 했다. 한편 교육부가 김씨 허위이력을 확인한 점도 함께 비판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김건희씨와 결혼한 2012년 3월 이후 건설업체 삼부토건에서 명절 선물 접대 등을 지속으로 받은 정황을 한겨레가 보도했다. 지난해 7월 한겨레가 2011년 삼부토건에서 골프접대·향응 등을 받은 것으로 의심되는 기록에 대해 보도하자 윤 후보는 “최근 10년 사이 교류가 없다”고 해명했는데 이와 배치되는 내용이다. ‘김건희 녹취록’에서 김씨는 조남욱 삼부토건 회장을 “우린 다 그런 가족 사이”라고 말한 것과 연결된다. 

▲ 26일자 아침신문 1면 모음
▲ 26일자 아침신문 1면 모음

 

설연휴 앞둔 여당 쇄신안, 조선 “진정성 의구심”

송영길 대표가 86용퇴론 등 정치쇄신안을 발표한 가운데 언론의 평가는 엇갈렸다. 26일 한겨레는 1면 “‘586 용퇴’ 총대 멘 여당 대표”란 기사에서 “30%대에 갇힌 이재명 후보의 지지율 반등을 꾀하려 다급한 승부수를 던진 것”이라며 “당내에서는 이대로는 쉽지 않다는 위기감이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고 해석했다. 긍정평가와 함께 기대감도 드러냈다.

한겨레는 “송 대표의 불출마 선언은 당내 586 의원들의 동참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우상호 의원은 페이스북에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겠다”며 “난 지난해 차기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이 약속을 반드시 지킬 것”이라고 했다. 이 후보도 송 대표 제안에 “‘나부터 내려놓는다’고 했으니 진정성을 받아주면 좋겠다”며 “우리가 잘못이라 할 수 없는 곳도 공천을 포기해 진정성을 갖고 변화한다는 말을 당대표께 드린 것”이라고 환영의 뜻을 보였다. 

또 한겨레는 사설 “송영길 ‘정치 개혁안’ 발표, 민주당 쇄신으로 이어져야”에서 “당대표이자 ‘정치권 86그룹’의 맏형 격인 송 대표의 결단은 그 배경과 의도가 무엇이든 높이 평가할 만하다”며 “국민들은 지금 민주당에 뼈저린 자성과 대대적인 쇄신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고 했다. 

경향신문도 사설에서 “인적쇄신 추진이 늦은 감이 없지 않다”면서도 “늦었다 해도 주저앉아 있는 것보다 낫다”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이어 “국민의힘은 민주당 움직임을 선거용이라 깎아내리지만 말고, 쇄신 대열에 동참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민주당의 쇄신 움직임이 한국 정치의 혁신을 이끌고 오는 마중물이 되길 바란다”고 했다. 

▲ 26일 한겨레 만평
▲ 26일 한겨레 만평

 

동아일보는 일단 쇄신안에 대해선 긍정 평가하면서도 진정성있게 추진해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사설 “與 쇄신안 몰아치기, 시늉만으론 공감 못 얻는다”에서 “(4연임 금지에 대해) 진정성을 인정받으려면 최소한 당헌에 못을 박거나 당론 입법에 나서야 하고 말이나 던져보자는 식으론 공감을 얻기 어렵다”며 “생각이나 체질 자체가 바뀌어야지 그저 지지율을 올려 보자는 심산으로 ‘쇄신 시늉’만 했다가는 ‘대선 꼼수’라는 비판을 면키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조선일보는 ‘선거용’이라고 평가하며 당안팎에서 나온 비판 목소리에 주목했다. 진정성이 없다는 평가다. 정치면 “송영길 ‘종로 등 3곳 무공천’…윤미향·이상직 뒷북 제명”이란 기사에서 송 대표의 불출마에 대해 “송 대표는 이미 5선이나 지냈고, 차차기 대선 출마를 준비하는 것 아니냐”는 한 재선 의원의 입장을 담았다. 우 의원의 불출마 입장에 대해서도 “당내 86인사들 중 우 의원만 ‘불출마 확약’을 했을 뿐 여타 중진 의원들은 ‘침묵을 지켰다’”고 봤다. 

민주당이 4선 연임 금지를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에 올려 법제화하겠다는 방침에 대해 조선일보는 “이는 헌법상 직업 선택의 자유를 침해해 위헌 소지가 있다는 반론도 많다”며 “이를 법제화하려면 여야 합의를 해야 하는 데다, 다음 총선까지 2년 넘게 남아 나중에 유야무야될 가능성도 크다”고 봤다. 

▲ 26일 조선일보 사설
▲ 26일 조선일보 사설

 

조선일보는 사설 “‘윤미향·이상직 제명’ 선거 불리할 때만 ‘반성’하는 與”에서 “두 사람(윤미향·이상직 의원)은 임기 절반 가까이 채웠다”며 “윤 의원에 대한 재판은 기소 11개월 만에 열렸고, 이 의원에 대한 수사는 검찰이 1년이나 미적거렸다. 임금 체불에도 고용노동부 등은 아무 조치도 안했다”고 설명한 뒤 “이렇게 두 사람을 감싸던 민주당이 갑자기 ‘제명한다’는 것은 반성하기 때문이 아니라 선거가 가까워졌기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민주당 쇄신안에 대해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선거에 임박해 이런 발표를 하는 것에 대해 국민들이 진정성을 판단할 것”이라며 “마음껏 국회를 주무르다 (윤미향 등 제명안은) 왜 이렇게 늦게 하느냐”고 비판했다. 

동아 “샤머니스트가 퍼스트레이디, 두고 볼 수 없어”

동아일보 송평인 칼럼에선 김건희씨가 무속에 의존하는 모습에 대해 강하게 비판했다. 

“김씨는 허위 이력을 적은 서류가 적지 않게 드러났다. 그의 어머니는 은행 통장 잔액을 위조한 혐의로 1심에서 징역 1년의 유죄 판결을 받았다. 김씨는 주가 조작한 도이치모터스에 돈을 빌려준 데 대해 수사를 받고 있다. 그 집안이 검사 사위를 얻는 데 집착한 이유와 무속을 가까이 한 이유가 크게 달라 보이지 않는다. 부정한 방법으로 아슬아슬 살아왔으니 늘 불안했을 것이다.”

해당 칼럼에선 서울의소리 기자를 “유튜브 채널 직원”이라고 표현하며 “기자의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통화 녹취 공개에 대해 “사생활로 보호받아야 할 영역을 침해한 것”이라고 비난했다. 그러면서도 일단 공개된 내용에 대해선 김씨를 비판했다. 

▲ 26일 동아일보 오피니언면
▲ 26일 동아일보 오피니언면

 

동아일보는 김건희 녹취록 공개 이후 온라인상에서 “‘원더우먼’ 등 영화 포스터에 김씨 얼굴을 합성하며 ‘걸크러시’하다고 두둔하는 반응”에 대해 “샤머니즘에 빠졌다는 사실 이상으로 충격적”이라고 했다. “물질주의와 무속의 결합이 김씨 같은 서울 강남 졸부들에게 이상한 것이 못 되듯 이준석이나 ‘이대남’에게도 그런것인가”라며 “국민의힘은 이런 반응을 내세워 윤 후보 자신이 그 일부인 샤머니즘 문제를 뭉개고 넘어가려 한다”고도 했다. 

또 고종 때 민비가 박창렬이라는 무녀를 데려와 국(國)무당으로 세워 대소사를 논의했던 과거 사례를 들며 “무녀에게 놀아난 나라가 망하지 않을 수 있었겠나”라고 했다. 장희빈과 민비 등을 언급하며 “샤머니스트가 퍼스트레이디가 되는 건 두고 볼 수 없다”고 했다. 이어 “사죄로 퉁치고 넘어갈 문제가 아니다”라며 “납득할 만한 처리가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동아일보는 교육부가 김씨 2014년 국민대 겸임교수 지원서에 이력을 허위로 기재한 점을 확인한 것도 비판했다. 사설 “김건희 허위 이력 확인…尹 부인·장모 의혹 묻고 갈 순 없다”에서 교육부가 김씨의 2014년 국민대 겸임교수 지원서에 이력을 허위로 기재해 국민대에 조치를 요구한 것에 대해 “김씨의 허위 이력을 처음 공식 확인된 것”이라며 “윤 후보와 김씨는 허위 경력 의혹에 대해 뭉뚱그려 사과했을 뿐 구체적인 해명은 내놓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김씨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의 전주 역할을 했다는 의혹, 코바나컨텐츠가 전시회를 열며 대기업에서 불법 협찬을 받았다는 의혹은 검찰 수사중이다. 윤 후보의 장모인 최은순끼 관련해 경님 성남 땅 매입 과정에서 통장 잔고증명서 위조 혐의로 징역 1년을 선고받았고, 양평 공흥지구 관련 수사도 진행 중이다. 동아일보는 사설에서 “윤 후보는 부인 및 장모와 관련된 다른 의혹에 대해서도 보다 구체적으로 해명하고 사과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한겨레, 尹 삼부토건에서 2015년까지 선물받아

26일 한겨레는 조남욱 회장의 여러 기록을 종합할 때 조 회장은 윤 후보에게 2012년 설부터 2013년 추석까지 ‘정육’, 2014년 설 이후엔 수산물·과일 등을 명절 때마다 보냈다. 2012년 처음 선물을 기록한 때부터 2015년까지 총 17차례 윤 후보의 선물을 표기했다. 정육은 30만~40만원대 선물인데 선물을 차등해 보낸 조 회장이 전직 대통령 노태우씨, 국무총리 등에게 선별해 보낸 품목이라고 이 신문은 전했다. 

▲ 26일 한겨레 4면
▲ 26일 한겨레 4면

 

한겨레는 윤 후보와 결혼 직후인 2012년 5월 김씨가 개최한 전시에 삼부토건이 후원사로 참여한 사실도 확인했다. 당시 삼부토건은 서울중앙지검의 수사를 받는 상황이었고, 윤 후보는 서울중앙지검 특수부 부장검사였다. 

이는 ‘김건희 녹취록’에서 김씨 발언과도 맞닿는다. 김씨는 서울의소리 기자와 통화에서 2010년 개최한 ‘샤갈전’에 대해 “협찬은 한군데밖에 없고 협찬이 아니라 전시를 크게 보이려고 협찬이라고 이름만 올려준 것”이라며 “대기업한테 받은 건 없다”고 말했다. 

한겨레는 “샤갈전의 협찬사는 7곳이었는데 김씨 말대로라면 대기업 삼부토건의 후원, 티켓 구매 지원 자체가 특별해 보인다”고 봤다. 김씨는 또한 서울의소리 기자와 통화에서 “삼부 회장님하고 되게 오랫동안 우리 가족같이 친하게 지냈고 우리 다 그런 가족사이”라고 했다. 이와 관련 한겨레 취재에 국민의힘 측은 답을 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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