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남지역 민영방송인 KNN에서 ‘특정 건설사를 봐주기 위해 뉴스 리포트가 훼손됐다’는 비판이 나온 가운데 KNN 노사가 공정방송협의회(공방협)를 열고 진위 파악에 나섰다. KNN 보도국장은 해당 리포트가 메인뉴스 톱기사로 보도된 점, 광주 건설현장 사고 후속보도의 성격 등을 고려한 결정일뿐 특정 기업의 눈치를 보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KNN 기자협회(한국기자협회 KNN지회)는 24일 성명서를 내고 “지난 13일 경동건설 사고를 다룬 뉴스 리포트가 훼손됐다”며 “뉴스 작성의 원칙은 현장 기자의 판단을 믿고 현장성을 살리는 것인데 이 원칙이 특정 기업 봐주기로 무너졌다”고 비판한 뒤 “경동건설과 관련한 개입은 비단 이번뿐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지난 13일자 KNN 뉴스아이 “아파트 공사장에서 콘크리트 날벼락, 행인 부상”이란 리포트를 보면 광주 아파트 붕괴사고 이후 부산과 경남에서도 긴급 안전진단이 실시된다는 내용을 전했다. 원래 취재기자가 작성한 리포트를 보면 부산시가 진단을 하고 있던 경동건설 아파트 공사장에서 콘크리트가 도로 아래로 쏟아져 지나가던 20대 남성이 부상을 입었다는 사실도 담았다. 리포트에는 목격자의 진술과 공사장 현장소장이 사고 당시 상황을 전하는 인터뷰를 넣었다. 

데스킹을 받은 최종 리포트를 보면 사고 소식을 짧게 다룬 뒤 부산과 경남에서도 안전진단이 실시되고 있다는 사실을 강조했고, 사고 상황을 전한 현장소장 인터뷰가 빠진 자리를 부산시 안전점검단 위원의 발언으로 대체했다. 사고를 강조하는 리포트에서 안전점검에도 초점을 둔 리포트로 바뀐 것이다. 원래 리포트에는 해운대구청이 해당 공사장에 공사중지 명령을 내렸다는 내용을 담았지만 최종 리포트에는 해당 내용도 빠졌다. 

▲ 13일자 KNN 뉴스아이 첫번째 리포트 화면 갈무리
▲ 13일자 KNN 뉴스아이 첫번째 리포트 화면 갈무리

 

기자협회는 “편파적 지시를 한 당사자들이 경각심을 가지길 촉구하고 특정 개인에게 책임 전가를 해선 안 된다”며 “데스크 한 사람의 결정이 아니라는 증거가 있다. 꼬리자르기식의 대처를 한다면 더 큰 역풍을 불러올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기자협회는 “KNN 보도국이 부당한 압력을 받은 것은 처음이 아니다”라며 “사업을 위한 기사 작성, 사업에 위배한 기사 배제가 다반사로 일어나고 있으며 기자협회는 이를 조사하고 있다”고 했다. 또 “재발방지의 약속을 잊은 채 사주의 장학금, 기부 행사 기사가 최근 부쩍 늘어나기 시작했다”고 했다. 

이에 전성호 KNN 보도국장은 이날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특정 기업 눈치를 보고 (경동건설 관련 내용을) 빼려고 했다면 톱기사로 보도했겠느냐”며 지난 13일 아침회의부터 상황을 설명했다. 

전 국장은 13일 아침 데스크회의 때 ‘광주 붕괴사고 대응, 긴급 안전점검 실시’란 제목의 리포트를 톱기사로 배치했다. 원래 안전점검 내용이 첫 번째 리포트였다는 뜻이다. KNN의 경우 이날 6개의 리포트를 준비했는데 이날부터 창원시가 ‘창원특례시’로 변경되는 중요한 일이 있어 관련 리포트 2개가 잡혀있었다. 광주 건설현장 사고 이후 다른 지역사회에서 대응책을 톱기사로 결정한 가운데 이날 오후 부산의 한 건설현장에서 콘크리트가 떨어졌다는 영상제보가 들어왔다. 

전 국장은 “시멘트 대부분이 공사현장 안쪽으로 떨어졌고, 일부만 밖으로 튀었기 때문에 이정도면 단신으로 하고 리포트할 거리는 아니라고 생각했다”며 “그런데 취재부장이 광주에서 사고도 있었으니 긴급 안전점검 리포트(톱기사)에 넣자고 해서 ‘도입을 제보영상으로 하고 안전점검을 내용을 넣자’고 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취재기자가 작성해온 기사를 보니 데스크의 의도와 달리 사고내용이 중심이었다. 당초 데스크회의때 계획한 내용은 사라지고 단신 내용이 리포트로 바뀌었다고 봤다. 이에 전 국장의 지시로 기사 내용을 수정했다. 

전 국장은 보도 이후에 누구도 자신에게 별 얘기를 하지 않았는데 다음날 노조로 문제제기가 있었다는 얘기를 들었고, 이 부분이 “아쉽다”고 털어놨다. 그는 “(창원특례시 아이템때문에) 사고 리포트를 하나 하고 두 번째로 안전점검까지 두 꼭지를 넣을 수 없었다”며 “오히려 나는 사고와 안전점검 둘 다 살리자는 입장이었고, 현장 기자는 사고만 살린 것인데 (최종 보도가) 축소보도라고 볼 수 있나”라고 반문했다. 

▲ 13일자 KNN 뉴스아이 첫번째 리포트 갈무리
▲ 13일자 KNN 뉴스아이 첫번째 리포트 갈무리

 

전 국장은 성명서 중 ‘현장 기자의 판단을 믿고 현장성을 살리는 것’이 원칙이라는 주장에 동의하지 않았다. 그는 “우리 같이 리포트 수가 적은 곳에선 현장기자만의 판단이 아니라 전체 스토리텔링을 봐야 한다”며 “이건 선악의 문제가 아니라 뉴스를 어떻게 만들 것이냐의 문제이고, 최종 책임도 국장인 내가 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성명서 중 ‘부당한 압력이 처음이 아니다’라는 부분에 대해 전 국장은 “(기자협회와 소통 전이라) 어떤 내용인지 모른다”며 “공방협에선 ‘오래 전 일’이라고 들었다”고 전했다. 

‘사주의 장학금, 기부행사 보도가 많다’는 부분은 KNN의 대주주 넥센, 즉 넥센월석문화재단의 장학금 전달 등의 보도를 뜻한다. 전 국장은 “과거 방송통신위원회에서 이 부분에 대해 조사한 게 있는데 2016년부터 2020년까지 KNN 보도를 보면 경남은행, 농협, 롯데자이언츠, 두산중공업, 경남스틸 등 기부 관련 보도가 159건이었다”며 “지역사회에서 기부문화를 확산한다는 차원에서 기부 소식을 보도해왔다”고 말했다. 

지난주 금요일(21일)에 기자협회는 긴급 회의를 열었다. 전 국장은 이날 중요한 사정으로 휴가였고, 참석하지 못했지만 기자협회에 조속한 시일 내에 만남 자리를 마련해달라고 요청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KNN지부(지부장 최철규) 요청으로 이날 공정방송협의회가 열렸다. 최 지부장은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오늘은 노사 양쪽 입장을 듣고 진위 파악하는 자리여서 결론이 난 것은 없다”고 말했다. 전 국장은 “오늘 공방협에서 상황을 자세하게 설명을 했고, 상당 부분 수긍하는 분위기였다”며 “기자협회 성명은 (자신과) 소통 없이 나온 내용”이라고 말했다. 

김동환 KNN지회장은 이날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지난주에 회의를 했는데 (성명에 나오는) 여러 문제제기가 있어서 공방협 열리기 전에 입장을 냈다”며 “기자협회가 조사를 할 수 있는 건 아니라서 공방협 등을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기자협회는 성명에서 “구두에만 그치는 약속을 더 이상 믿지 않겠다”며 “보도국을 지킬 제도적 장치가 필요한 때”라며 보도국장 임명동의제를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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