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백신 접종증명 및 음성확인제, 이른바 ‘방역패스’ 제도를 두고 연일 찬반 공방이 언론을 통해 전해지고 있다. 방역패스 이슈가 ‘기본권 대 공익’ 충돌 구도로 다뤄지면서 실질적인 정책 평가나 사각지대 해소 논의는 뒤로 밀렸다는 지적이다.

최근 방역패스 보도 키워드로 ‘기본권’이 떠올랐다. 방역패스 시행 방침이 공표된 지난해 10월29일 이래 ‘방역패스’ 보도량은 청소년 방역패스 시행 방침(올해 3월 이후)이 발표된 12월31일 급증했다. 이를 기점으로 불거진 ‘논란’은 지난 4일 서울행정법원의 학원·독서실·스터디카페 등 3개 교육 관련 시설에 대한 방역패스 집행정지 신청 인용으로 또다시 불 붙었다. 방역패스 보도 연관어에 ‘기본권’이 등장했고, 공익을 내세운 방역정책이 개인의 권리를 침해한다는 관점의 보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이후 언론은 행정법원 결정과 방역정책에 대한 비판적 여론을 앞다퉈 전했다. 일각에선 “미접종자가 ‘범죄자’보다 자유를 제한받고 있다는 성토도 나왔다”(헤럴드경제, 10일 마트·백화점 방역패스 적용? 미접종자들 ‘마녀사냥’ 분노)거나 “미접종자가 ‘범죄자’보다 자유를 제한받고 있다는 성토도 나왔다”는 식의 극단적 주장(머니투데이, “2차접종 보류하자” 의사 만류에도…‘K-왕따’ 두려운 사람들)을 그대로 전하기도 했다. 신미희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의 표현에 따르면 “언론이 방역정책의 부정적인 부분, 선정적인 반응만 부각하는 행태가 반복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방역패스와 기본권 관련 보도 갈무리(네이버 뉴스)
▲방역패스와 기본권 관련 보도 갈무리(네이버 뉴스)

공방이 이어지자 정치권 인사들이 가세하면서 정쟁화된 보도들도 잇따랐다. 방역패스의 백화점, 대형마트 등 적용을 하루 앞둔 9일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페이스북에 “‘마트 갈 자유’조차 제한된다”면서 방역정책을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한 일이 대표적이다. 같은 날 김부겸 국무총리는 KBS ‘일요진단 라이브’에서 “생명권보다 더 귀한 기본권이 어디 있나”라고 밝혔다. 이는 ‘여vs야’, ‘정부vs야당’ 등의 관점에서 또 다시 대결구도로 전해지는 데 그쳤다.

방역패스에 대한 깊이 있는 평가, 대안을 담은 보도는 찾기 어렵다. 지난 4일부터 9일까지 뉴스데이터 분석프로그램 빅카인즈에서 ‘방역패스’ ‘기본권’ 키워드로 추출한 기사는 251건, 이 중 분석·대안을 제시한 기사는 찾기 어렵다. 그나마 4일자 한겨레([뉴스AS] 7% 미접종자, 위중증·사망 53% 차지하는데…방역패스 무용론?), 5일자 한국일보 기사(번져가는 방역패스 반대론...정부·전문가들 “폐지는 안돼” 선 그어)는 오미크론 변이 확산이 임박했다는 의료계 분석을 전하고, 방역패스 정책을 조정할 필요성을 촉구했다. 6일자 경향신문 기사(“마트는 왜? 교회는 왜?”···원칙 없는 정책이 방역패스 불복종 불렀다)는 업종·시설별이 아닌 ‘환기 시설·정도, 공간 부피 등을 고려해 방역패스 적용 등급을 나눠야 한다’는 전문가 의견을 전했다.

그간 코로나19 보도에 제기된 ‘보도량은 많지만 정보량은 부족한’ 문제가 반복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유명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방역패스가 어떤 점에서 효과적이고 어떤 점에서 비효율적인가 따져볼 수 있도록 국민이 판단할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방역패스를 없애고 사회적 거리두기 만을 했을 때, 혹은 둘 다 없거나 있을 때 등의 시나리오에서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재훈 가천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방역패스는 본질적으로 사회적 거리두기를 줄이기 위한 수단”이라며 “방역정책을 평가하려면 장기적 관점에서 감염병 통제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치는지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방에 치우친 찬반 중계가 실제 관심이 필요한 계층을 가린다는 우려도 있다.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미접종자’와 관련해 취약계층 의견을 존중한다기보다는 반발 측면의 목소리를 키워주는 경우가 있다. ‘안티 백서’가 함께 묶이기도 하고, 일부 정치적 세력이 방역패스에 대한 반발을 ‘정치적인 모멘텀’으로 삼으려고 몰리기도 한다”면서 우려를 표했다.

▲스마트폰 QR코드를 이용한 방역패스 인증 ⓒ연합뉴스
▲스마트폰 QR코드를 이용한 방역패스 인증 ⓒ연합뉴스

유 교수는 “백신 접종이나 방역패스 취지엔 찬성을 해도 정책이 개선될 필요가 있다고 보는 분들, 방역패스에 반대하지만 개선 여지가 있다면 취지를 완전히 부정하지 않을 분들이 있다”며 “중간에서 배제되거나 소외되는 목소리가 있다”고 지적했다.

일례로 신체적 이상반응을 감내하고 백신을 맞아야 할 상황에 놓인 이들이다. 유 교수는 “1, 2차 접종 과정에서 임상적 판정을 받지는 않았지만 신체의 변화를 경험하는 분들의 경우 방역패스 시행으로 접종을 결심하는 경우가 있다. 이들의 심리 상태를 듣고, 필요한 정보나 지원을 할 수 있는 서비스가 미비하다고 생각한다”며 “애매한 지점에 있는 분들의 감염 확산을 줄이면서도 어떻게 배려할 수 있는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듣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시각장애인, 고령자 등 디지털 취약계층에게 불편한 스마트폰 QR코드 기반 방역패스 시스템 등도 꾸준히 공론화해 구체적인 대안·정보를 제공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또한 학부모, 자영업자 등 방역패스에 우려가 높거나, 피해를 감내하는 이들의 목소리도 깊이 파고들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여러 측면을 따져야 할 방역정책이 속보로 다뤄지는 근본적 문제를 해소해야 한다는 당부도 나온다. 정재훈 교수는 “기본권 중에는 생명권도 있다. 자기 결정권도 신체의 손해를 받는 경우 등을 포괄적으로 다뤄야 한다”며 “속보성이거나 특정 결정에 대한 여론이 아니라 여러 측면의 공론화 과정이 전해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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