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포털의 연합뉴스 제재 효력을 중단하는 가처분 신청을 인용한 가운데 포털 뉴스제휴평가위원회가 법원 결정에 ‘강력한 유감’을 표명하며 포털이 소송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앞서 포털 제휴규정 위반인 기사형 광고(기사로 위장한 광고, 돈을 받고 대가로 쓴 기사) 문제가 적발돼 제휴 강등이 결정된 연합뉴스는 지난달 네이버와 카카오를 상대로 ‘포털 계약 해지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을 한 바 있다. 최근 법원이 인용 결정을 해 연합뉴스는 본안 판결 확정 전까지 포털 제휴 계약을 유지할 수 있게 돼 포털에 복귀했다.

[관련 기사 : 연합뉴스 가처분 인용, 포털 제평위 근간 뒤흔들다]

법원 결정에 ‘명예훼손’ ‘강력한 유감’

제휴평가위는 양대 포털에 보낸 공문을 통해 “뉴스제휴평가위원회 심의위원회는 법원의 결정에 강력한 유감을 표하며 규정과 양심에 따라 자율규제 업무를 수행해온 전체 위원들의 명예를 훼손한 사건으로 규정한다”고 밝혔다.

그간 유사한 가처분 신청 사례에서는 제재의 정당성을 인정해 가처분을 기각하거나 화해권고 결정을 내려왔다. 반면 연합뉴스 가처분의 경우 법원 결정문을 보면 제휴평가위의 심사 기준과 방식 전반에 문제를 지적했다.

법원의 연합뉴스 가처분 신청 결정문을 보면  △재평가의 구체적인 결과와 사유를 통지하지 않아 이의제기와 시정에 제약이 있고 △청문, 의견진술 절차가 있는 미디어심의기구와 달리 방어권 보장이 취약하고 △제평위원 선임 기준·절차에 대한 객관성·독립성을 보장하기 위한 규정이나 장치가 존재하지 않고 △주관적 평가가 가능한 비중이 크고 항목도 포괄적·추상적이고 △제휴심사 규정이 바뀔 때마다 언론에 자동으로 적용해오는 등 심사와 약관 연동이 부적절한 점 등을 지적했다.

제휴평가위는 이어지는 의견서를 통해 “언론계, 학계, 법조계, 시민사회단체 등 총 15개 단체에서 추천한 각 분야 전문가 30명이 ‘합의와 자율’의 대원칙 아래, 구체적으로는 해마다 개정·수정되고 있는 제평위 규정에 따라 운영되고 있다”며 “뉴스에 대한 각 기관의 이해관계가 다를 수도 있지만 활동하는 위원들은 자율성을 갖고 토의한 뒤 규정에 의거한 투표와 의결을 통해 지난 6년간 활동했다”고 밝혔다.

▲ 서울 종로구 연합뉴스 사옥
▲ 서울 종로구 연합뉴스 사옥

제휴평가위는 “‘미디어오늘’의 연합뉴스 관련 보도 이후 제휴평가위원회의 심의 과정과 결과는 언론계는 물론 대한민국 정치권까지 흔드는 ‘빅뉴스’였다”며 “판결문을 살펴보면 제휴평가위원회의 구조, 심사기준, 심사절차, 규정 등에 대해 ‘법적 근거’가 없다고 판시했는데, 이는 제평위 현존 규정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며, ‘자율규제기구’에 대한 존립 근거 또한 말살하는 조치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제휴평가위는 “시시각각 변하는 미디어 생태계에 발 빠르게 대응하기 위해 매년 TF를 구성해 규정을 개정하고 수정해 왔으며, 현재도 이와 관련된 논의가 한창”이라며 “‘양심에 따른 판단, 그리고 규정에 따른 토의와 결정’이 뉴스제휴평가위원회 위원들의 핵심 가치”라고 강조했다.

포털에 “소송 제기해 문제 바로 잡으라”

제휴평가위는 “법원의 가처분 신청 인용을 따르는 것과 별개로 네이버와 카카오가 본안 소송을 제기해 이 문제를 바로잡을 것을 요구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제휴평가위는 포털에 요구사항으로 △네이버와 카카오는 연합뉴스와 관련해 즉시 본안소송을 제기해 적극적인 법률대응에 임한다 △ 연합뉴스 가처분 결과 및 지적된 문제를 양사 임원이 오는 1월 전원회의에 참석해 각사의 입장을 설명한다 △ 그동안 제평위가 제반규정에 따라 해왔던 토의와 의결은 차질 없이 진행될 수 있도록 적극 협조한다 등을 담았다.

▲ 포털 뉴스제휴평가위원회는 네이버와 다음의 언론사 제휴 및 퇴출 심사 기준을 만들고 실무를 담당한다. 디자인=이우림 기자
▲ 포털 뉴스제휴평가위원회는 네이버와 다음의 언론사 제휴 및 퇴출 심사 기준을 만들고 실무를 담당한다. 디자인=이우림 기자

그러면서 제휴평가위는 “제휴평가위원회 활동을 평가해 최근 새로운 버전의 ‘제평위 2.0’에 대한 연구 용역도 마지막 단계에 이르러 향후 미디어 생태계의 변화도 예상되는 상황”이라며 “포털 미디어 시장 환경 조성을 위해 땀 흘렸던 제6기 위원들과 지난 6년간 뉴스제휴평가위원회에서 공정성과 양심을 앞세워 활동했던 모든 위원들의 명예를 위해서도 양대 포털사는 아래 사항(요구사항)을 한 치의 흔들림 없이 이행해주기를 요구한다”고 밝혔다.

제휴평가위가 포털 향한 입장문 왜?

외부에서 보기에 제휴평가위는 포털이 운영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제휴평가위는 15개 단체가 위원을 2명씩 추천하는 기구로 위원 인사와 심의에 포털은 관여하지 않는다. 제휴평가위는 포털의 산하 심의기구가 아니라 포털의 언론 제휴 심사가 논란이 되자 권한 일체를 외부에 넘긴 기구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포털과 제휴평가위 간 신경전이 빚어진 경우도 적지 않다.

제휴평가위가 포털을 향해 소송 촉구 입장을 낸 데는 여러 고민이 맞물린 결과로 보인다. 법원이 가처분 신청을 ‘인용’하고, 제휴평가위의 심사 기준과 방식 전반에 의구심을 표하면서 향후 언론의 집단적인 심사 불복이 이어질 수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카카오가 언론사 뉴스 콘텐츠 제휴 지위를 무력화하는 뉴스 서비스 개편안을 내놓으면서 제휴평가위 탈퇴 가능성이 점쳐진다. 여당의 ‘포털 개혁’ 과제와 언론계의 통합자율규제 기구 논의도 제휴평가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변수다. 

▲ 포털 뉴스제휴평가위원회 구성. 디자인=이우림 기자
▲ 포털 뉴스제휴평가위원회 구성. 디자인=이우림 기자

한 제휴평가위원은 “제휴평가위 내부에도 여러 갈등이 있지만, 그간 많은 논의를 거쳐 만들어낸 공감대가 있다는 점에서는 의미가 있다. 심사 기준을 정비하고, 계속 기준을 강화해온 상황이고, 심지어 2.0으로 개편하는 안까지 준비했는데 가처분 인용 결정이 나와 당혹스럽다”고 했다. 그는 “포털이 가처분 인용 결정 이후 제대로 입장을 내지 않고 있다. 소송에 나서지 않을 수 있어 염려스럽다”고 설명했다.

입장문 전문.

다음은 포털 뉴스제휴평가위원회의 입장문 전문이다.

포털과 함께한 미디어 생태계

지난 20년간 미디어 생태계 핵심 키워드는 ‘포털’이었다. 국내 다양한형태(ex. 신문, 방송, 잡지 등)의 언론사들이 사실상 뉴스의 유통권을 포털에 위임했고 그에 따른 다양한 현상들이 나타났다. 매체간 과도한 트래픽 경쟁을 시작으로 속보·단독·광고의 홍수, 인권침해, 개인정보 유출, 유사 언론매체의 출현 등 사회적 부작용도 적지 않았다. 정기간행물 21,000개, 인터넷신문 10,000개.대한민국에 존재하는 ‘등록된 미디어’의 현실이다. 특히 인터넷신문의 폭발적인 증가세는 글로벌 미디어 생태계에서는 유례를 찾아보기 어려운 현상이며, 그로 인한 폐해는 고스란히 독자들이 피해로 이어졌다.

이러한 문제점을 인식한 학계, 언론계, 시민사회단체, 법조계 등 15개 단체는 민주주의 가치를 지향하고 건전한 공론의 장인 포털 뉴스 미디어 생태계에 새로운 변화의 바람을 불어 넣기 위해 2015년 ‘뉴스제휴평가위원회’를 출범시켰다. 

합의와 자율 원칙 ‘뉴스제휴평가위원회’

뉴스제휴평가위원회는 1년간의 준비 기간을 거쳐 출범했고, 심의위원회는1년 임기의 기수마다 30명의 위원들이 활동하고 있고, 현재는 6기 위원 30명이 활동 중이다. 언론계, 학계, 법조계, 시민사회단체 등 총 15개 단체에서 추천한 각 분야 전문가 30명이 ‘합의와 자율’의 대원칙 아래, 구체적으로는 해마다 개정·수정되고 있는 제평위 규정에 따라 운영되고 있다.

뉴스에 대한 각 기관의 이해관계가 다를 수도 있지만 활동하는 위원들은 자율성을 갖고 토의한 뒤 규정에 의거한 투표와 의결을 통해 지난 6년간 활동했다. 그 결과 어뷰징 감소, 유해광고 감소, 선정적 기사 감소 등 적지 않은 성과를 만들어 내 독자들의 권리 향상에 일조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 가처분 소송의 파장

지난 7월, 미디어비평지‘미디어오늘’의 연합뉴스 관련 보도 이후 제휴평가위원회의 심의 과정과 결과는 언론계는 물론 대한민국 정치권까지 흔드는 ‘빅뉴스’였다. 제휴평가위원회는 130.2점이라는 벌점은 받은 연합뉴스에 대해 32일간 노출 중단 이후 재평가를 통해 ‘강등’초치를 취했고 이후 법적 공방을 거쳐 지난 12월 24일 사법부는 연합뉴스의 가처분 신청을 인용하며 사실상 제휴평가위의 판단을 무효화했다.

해당 판결문을 살펴보면 제휴평가위원회의 구조, 심사기준, 심사절차, 규정 등에 대해 ‘법적 근거’가 없다고 판시했는데, 이는 제평위 현존 규정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며,‘자율규제기구’에 대한 존립 근거 또한 말살하는 조치라고 볼 수밖에 없다.

제평위는 시시각각 변하는 미디어 생태계에 발 빠르게 대응하기 위해 매년 TF를 구성해 규정을 개정하고 수정해 왔으며, 현재도 이와 관련된 논의가 한창이다. ‘양심에 따른 판단, 그리고 규정에 따른 토의와 결정’이 뉴스제휴평가위원회 위원들의 핵심 가치임을 강조하며, 이에 제평위는 다음과 같이 포털에 요구하는 바이다.

제휴평가위원회 요구사항

지난 6년의 제휴평가위원회 활동이 법적 근거도 없는 무의미한 활동이라고 생각하는 위원은 없을 것이다. 변화하는 미디어 생태계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매체의 다양성과 특수성등을 감안한 현실적 대안을 내놓은 곳 또한 뉴스제휴평가위원회다. 특히 지난 5년간 뉴스제휴평가위원회 활동을 평가해 최근 새로운 버전의 ‘제평위 2.0’에 대한 연구 용역도 마지막 단계에 이르러 향후 미디어 생태계의 변화도 예상되는 상황이다.

건강하고 올바른 포털 미디어 시장 환경 조성을 위해 땀 흘렸던 제6기 위원들과 지난 6년간 뉴스제휴평가위원회에서 공정성과 양심을 앞세워 활동했던 모든 위원들의 명예를 위해서도 양대 포털사는 아래 사항을 한 치의 흔들림 없이 이행해주기를 요구한다.

1. 네이버와 카카오는 연합뉴스와 관련해 즉시 본안소송을 제기해 적극
적인 법률대응에 임한다.

2. 연합뉴스 가처분 결과 및 지적된 문제를 양사 임원이 오는 1월 전원
회의에 참석해 각사의 입장을 설명한다.

3. 그동안 제평위가 제반규정에 따라 해왔던 토의와 의결은 차질 없이
진행될 수 있도록 적극 협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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