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가 포털 검색제휴 강등 조치 한 달 만에 포털에 복귀했다. 연합뉴스가 포털 네이버와 카카오(다음)를 상대로 낸 가처분 신청이 ‘인용’되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이번 결정이 언론의 ‘대거 불복’ 사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초유의 가처분 인용에 제휴평가위 ‘당혹’

서울중앙지방법원은 12월24일 “본안소송에서 해지통보의 위법 여부에 관한 최종 판단이 내려질 때까지 효력을 정지시키는 것이 타당하다”며 연합뉴스의 강등 조치(콘텐츠 제휴 계약 해지)에 반발한 가처분 신청을 인용했다. 즉 연합뉴스는 본안 소송을 통해 법적 판단을 구하기 전까지 제재 이전의 포털 제휴 지위가 유지된다. 앞서 기사형 광고 문제로 포털에서 강등 결정된 연합뉴스는 지난달 15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포털 계약 해지 효력정지’ 가처분을 신청한 바 있다.

▲ 포털 뉴스제휴평가위원회는 네이버와 다음의 언론사 제휴 및 퇴출 심사 기준을 만들고 실무를 담당한다. 디자인=이우림 기자
▲ 포털 뉴스제휴평가위원회는 네이버와 다음의 언론사 제휴 및 퇴출 심사 기준을 만들고 실무를 담당한다. 디자인=이우림 기자

연합뉴스와 포털 뉴스제휴평가위원회의 분위기는 엇갈렸다. 성기홍 연합뉴스 사장은 사내 게시판에 “제휴평가위원회와 포털의 일방적 계약해지 결정이 절차적 정당성을 잃은 과잉 제재이자, 국가기간뉴스통신사 연합뉴스의 공적 역할을 위축시킨다는 우리의 주장이 받아들여진 것이라고 해석한다”며 “언론의 자유가 포털 사업자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흐름에 제동을 건 결정”이라고 평가했다. 반면 양대 포털은 별도의 입장을 내지 않고 있다. 

포털과 제휴평가위에선 당황한 기색이 감지된다. 한 제휴평가위원은 “재판부마다 성향이 다를 수는 있지만 통상적으로 가처분이 인용된 사례가 없었기에 이번 결과는 예상치 못했다”고 했다. 전 제휴평가위원 역시 “화해권고 정도 결정이 나올 줄 알았는데, 재판부가 적극적인 판단을 해서 놀랐다”고 했다.

업계에 따르면 그동안 포털 제재에 맞선 가처분 신청이 인용된 적은 없다. 제휴평가위 설립 이전인 2011년 민중의소리가 어뷰징 행위로 네이버에서 퇴출되자 가처분 신청을 냈으나 법원은 ‘기각’ 결정했다.

당시 재판부는 “두 회사 간 계약에는 언론사가 뉴스 검색횟수를 정당하지 않은 방법으로 늘리려고 실질적으로 동일한 기사를 작위적으로 제목만 바꾸거나 부수적인 내용을 일부 변경해 재송신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며 “수차례에 걸쳐 제목과 작성기자의 성명만 다르고 내용이 같은 기사를 반복해 전송하는 등 주로 네이버 인기검색어와 관련된 연예뉴스기사를 중복 전송한 사실이 소명된다”며 계약 해지가 ‘적법하다’고 판단했다.

제휴평가위의 결정으로 검색제휴에서 퇴출된 폴리뉴스가 지난 3월 시장지배적 사업자로서 포털의 막강한 지위와 심사 기준과 절차에 부당함을 호소하며 네이버를 상대로 낸 가처분 신청 결과는 ‘화해 권고’였고, 양측은 불복해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제평위 근간 뒤흔든 결정문

서울중앙지방법원의 결정문을 보면 연합뉴스의 ‘압승’으로 요약할 수 있다. 심리 과정에서 연합뉴스가 제시한 논리 대부분이 수용된 반면 제휴평가위의 반박 입장은 수용되지 않았다.

재판부는 가처분 인용의 이유로 ‘포털의 시장지배적 지위와 일방적 약관’ ‘국가기간통신사로서의 역할’ ‘일방 제휴 중단에 따른 언론의 재산상 손해’ ‘포털 뉴스제휴평가위 구조와 심사 등의 부적절성’ 등을 제시했다.

특히 결정문의 상당한 분량이 제휴평가위 구성과 심사 전반에 대해 적극적으로 의문을 제기하는 내용이라는 점이 이례적이다.

▲ 연합뉴스 사옥. 사진=미디어오늘
▲ 연합뉴스 사옥. 사진=미디어오늘

결정문은 △재평가의 구체적인 결과와 사유를 통지하지 않아 이의제기와 시정에 제약이 있고 △청문, 의견진술 절차가 있는 미디어심의기구와 달리 방어권 보장이 취약하고 △제평위원 선임 기준·절차에 대한 객관성·독립성을 보장하기 위한 규정이나 장치가 존재하지 않고 △주관적 평가가 가능한 비중이 크고 항목도 포괄적·추상적이고 △제평위원들이 단기간 내에 충실히 심사할 수 있을지 불분명하고 △연합뉴스가 관련 사업을 폐지하고 시정했음에도 이를 반영하지 않았고 △제휴심사 규정이 바뀔 때마다 언론에 자동으로 적용해오는 등 심사와 약관 연동이 부적절한 점 등을 지적했다.

제휴평가위의 폐쇄적 운영과 위원 선임 기준이 불분명한 점은 그간 시민사회를 중심으로 지속적으로 비판이 이어진 내용이다. 다만 제휴평가위가 최근 들어 제재를 강화한 점에서는 시민사회가 긍정적 평가를 내린 반면 일부 언론사들은 불만을 표출해 ‘이견’을 보인 상황이었다. 

다른 제휴평가위원은 “현행 제휴평가위 운영 방식과 구조에 부정적인 생각을 갖고 있다”고 전제하면서도 “재판부가 제휴평가위의 자율성을 인정하지 않은 점은 납득하기 힘들다. 이 같은 방식으로 5년 간 심사를 해왔는데 갑자기 제휴평가위 조직 자체를 부정해버리니 당혹스럽다. 이런 식이면 어떤 식의 자율규제도 강제력을 갖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반면 한 업계 관계자는 “제휴평가위 모델의 특수성이 한계에 봉착했다고 판단한다”며 “제휴평가위는 언론사가 자발적으로 서약한 ‘자율규제’ 모델이 아니라 ‘계약 관계’에서 규정을 강제하는 특수한 모델이다. 재판부는 계약이 적절한지를 따져볼 여지가 있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했다.

대거 불복 사태? 제평위 ‘재구성’ 논의 힘 붙나

이번 가처분 결과가 나오고 대대적으로 보도되면서 언론계에 미칠 파장이 작지 않다고 보는 시선도 있다.

전 제휴평가위 관계자는 “단순히 ‘손해가 예상되니 가처분을 받아들인다’ 정도가 아니라 제휴평가위 기구 자체를 인정하지 않는 결정이다. 이와 같은 구조에서 내려진 그간의 수 많은 제재를 포함해 앞으로의 제재 효력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앞으로 제재를 받는 다른 언론사들도 가처분 신청을 한 다음 재판 때까지 버티는 식으로 대응할 수 있지 않겠나”라고 지적했다. 

이번 가처분 결정으로 제휴평가위 ‘재구성’ 요구는 더욱 강력해질 전망이다. 현재 제휴평가위는 자체적으로 심사 및 운영 방안 등을 개선하는 ‘제휴평가위 2.0’ 보고서를 발주해 개선 작업을 준비하고 있다. 여기에 카카오의 뉴스 서비스 개편에 따른 제휴평가위 탈퇴 가능성이 대두됐고 오는 1월 카카오가 탈퇴 여부에 대한 입장을 밝힐 계획이다.

여당 차원에서는 ‘포털 뉴스 개혁’ 의제를 강하게 밀어붙이고 있다. 언론단체들은 ‘징벌적 손해배상제’의 대안 차원에서 통합 자율규제기구 논의를 본격화했는데, ‘실효성’을 위해 포털 제휴 심사와 연계하는 방안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있다. 오는 1월 제휴평가위 회의를 기점으로 재구성 논의가 터져나올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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