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정보 프로그램 화면에 출연 의사나 병원으로 이어지는 전화번호를 띄우는 방식으로 특정 병원을 홍보한 방송사에 법정제재가 추진된다. 지난 8월 5기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출범한 뒤 7번째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방송심의소위원회는 18일 회의를 열고 실버아이TV에 방송심의규정 42조(의료행위 등) 위반을 적용해 법정제재 ‘주의’로 의견을 모아 전체회의에 올렸다. 해당 조항(3항3)은 “방송 중 실시간 의학상담의 경우를 제외하고 시청자를 출연 의료인과 직·간접 연결시켜서는 안 된다”고 명시한다. 현행 의료법 56조도 방송을 통한 의료광고를 금지한다.

고령층이 목표 시청자인 실버아이TV는 지난달 25일 ‘헬스투데이’에서 정형외과 전문의가 출연해 무릎 통증 주제를 다뤘다. 화면에 출연 의사가 속한 병원으로 연결되는 전화번호를 띄우고, 진행자가 방송 종료 뒤에도 시청자들에게 해당 번호로 전화할 것을 권유했다. 외주제작사 ‘앤트앤비’가 방송을 제작했고, 헬스투데이는 제작사로부터 송출·편성료를 받거나 무상으로 방송분을 제공받고 송출했다.

▲ⓒGetty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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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견진술에 출석한 이재원 실버아이TV 대표는 “제작사가 출연자를 자의로 접촉해 프로그램을 만들고 있다”며 “제작사 측에는 절대 병원을 연결해선 안 된다고 경고 중”이라고 했다. 이 대표는 “어르신 시청자가 궁금한 걸 물어보려는 욕구가 있어서 전화하게 된다”며 “(조항 위반)을 앞으로 저희가 잘 체크해 꼼꼼히 한다면 (그래도) 의료정보 프로그램 이용에 있어 시청자 문의를 무시할 수는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윤성옥 위원은 이에 “(해당 조항의 취지는) 프로그램 안에서 시청자가 직접 전화하며 상담해주란 얘기다. 그 외에 직간접적으로 연결해선 안 된다”며 “의사의 홍보방송이지 정보프로라 보기 어렵다고 판단된다”고 지적했다.

이 대표는 해당 출연의가 프로그램에 협찬을 하거나 돈을 내고 출연하는지 아느냐는 질문엔 “솔직하게 말씀드리면 제작사는 제작비 지원은 분명히 받는 걸로 안다”고 했다. 방송심의 규정을 지키게 되면 경영상 문제가 생기느냐는 질문엔 “업계와 시장에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광복 소위원장은 “지난 9월 심의회의에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의료프로그램에 대해 꼼꼼히 체크해줄것을 지시했다고 했는데, 문제 프로그램이 방영된 건 10월이다. 전혀 그런 말이 먹히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이 대표는 “제가 직접 모니터링하고 꼼꼼히 살피겠다”고 했다.

심의위원 4인이 주의, 1인(윤성옥)이 경고 의견을 내 방송소위는 주의를 의결했다. 이상휘 위원은 “방송업계의 구조적 문제점”이라면서도 “(방송사 입장은) ‘내가 가난하니 남의 물건을 훔칠 수밖에 없지 않느냐’는 얘기다. 이해되지만 인정돼선 안 되는 부분”이라고 했다.

실버아이TV는 2019년 다른 프로그램에서도 특정 의료인 또는 병원과 연결하는 번호를 자막으로 고지해 같은 조항 위반으로 법정제재 주의를 받은 바 있다. 지난해엔 같은 프로그램에서 특정 은행의 ARS 결제 서비스를 알려주는 자막을 고지해 광고심의소위원회에서 광고효과 조항 위반으로 행정지도(권고)를 받았다.

다른 케이블채널들도 줄줄이 ‘사실상의 병원 광고’로 법정제재를 받았다. 지난 8월 방통심의위가 출범한 이래 가요티비와 메디컬TV, 동아TV, 텔레노벨라, GTV, SBSCNBC(현 SBS비즈), 팍스경제TV 등 7개 등록채널이 ‘주의’를 받았다. 인디필름, 스마일TV플러스, GTV는 방송소위 의견진술을 앞두고 있다. 이들 일반PP는 등록채널로 방송통신위원회의 ‘허가·승인’을 받지 않는 탓에, 방송평가 감점요인인 ‘주의’ ‘경고’ 등을 받아도 제재 효력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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