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형택 전국언론노동조합 SBS본부장이 15일 SBS와 대주주 TY홀딩스에 사장 임명동의제와 단체협약 복원을 요구하며 노숙농성에 들어갔다.

언론노조 SBS본부는 이날부터 서울 목동 SBS사옥 로비에서 본부장 노숙농성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사측의 단체협약상 사장·공정방송 책임자 임명동의제 조항 삭제 요구로 무단협 사태를 맞은 지 이날로 44일째다. 사측이 무단협을 이유로 ‘임명동의제를 적용하지 않겠다’고 통보한 가운데 TY홀딩스는 SBS 임원 인사를 이번 주 내로 단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정형택 본부장은 “이번 주 SBS 임원 인사가 유력한데 지금 상태로는 구성원 임명동의제 없이 사장과 본부장을 선임하게 된다”고 전한 뒤 “박정훈 SBS 사장은 단협은 물론 지난 12일 임금협상 상견례 자리에도 출석하지 않았다. 변화의 기미 없는 사측 태도에 노숙농성을 시작한다”고 말했다.

▲15일 서울 목동 SBS 사옥에 차려진 언론노조 SBS본부 농성장에 텐트가 세워져 있다. 사진=김예리 기자
▲15일 서울 목동 SBS 사옥에 차려진 언론노조 SBS본부 농성장에 텐트가 세워져 있다. 사진=김예리 기자

이런 가운데 SBS본부는 오는 22~28일 쟁의행위 찬반 투표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13년 만이다. 정 본부장은 조합원 편지를 통해 “이제는 결단해야 한다. 구성원들을 철저히 무시하며 협상에 나설 뜻이 없는 사측을 상대로 더 이상 인내할 수 없다”며 “쟁의행위 투표를 거쳐 1100명 조합원의 뜻을 하나로 모으겠다”고 했다. 언론노조 SBS본부는 지난 9일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노동쟁의 조정을 신청한 상태다. 조정 기한은 23일까지다.

언론노조 SBS본부는 오는 16일을 조합원 ‘결집의 날’로 정했다. SBS본부는 SBS 구성원들이 이날 점심 SBS 사옥 로비에 모여 임명동의제와 무단협 상황 해결을 요구하기 위한 결의에 동참해 줄 것을 요청했다.

정 본부장은 편지를 통해 “2008년부터 도입돼 경영진에 대한 최소한의 감시와 견제 기능을 해왔던 노조 추천 사외이사와 감사위원도 이제 우리 일터에는 없다”며 “어떠한 견제도 받지 않겠다는 저들의 퇴행이 우리에게 또 어떤 위기를 불러올지 벌써부터 걱정”이라고 했다. SBS는 2008년 노사 합의로 노조 추천 사외이사제와 감사위원을 도입했지만 노사관계가 악화된 지난해부터 사측 인사로 이를 채웠다.

정 본부장은 “사측은 임금, 근로시간, 복지 등 노동자의 핵심적 권리를 담고 있는 단체협약마저 일방적으로 없앴다. 12월부턴 조합활동 보장 조항 적용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며 “더 이상의 침묵은 우리의 존엄을 스스로 포기하는 일이다. 행동만이 바꿀 수 있다”고 강조했다.

SBS 노사는 2017년 노사 합의로 SBS 사장 및 편성·시사교양·보도 부문 최고책임자 선임 시 구성원 투표를 통한 동의 절차를 거치는 임명동의제를 도입하고 단협에 못박았다. 그러나 SBS 경영진은 지난해 말 방송통신위원회로부터 조건부 재허가를 받은 직후인 올초부터 단협상 임명동의제 폐기를 요구했고, SBS본부가 받아들이지 않자 지난 4월 단협 해지를 통고했다. 이에 단협 기한이 만료된 지난달 3일 언론노조 SBS본부는 무단협 상황을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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