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가 지역 뉴스 강화를 위해 BBC의 지역 언론사 파트너십, NHK의 전국 네트워크 활용을 참고해야 한다는 제안이 나왔다. KBS공영미디어연구소가 매달 발행하는 ‘해외방송정보’가 이번달 영국과 일본 공영방송의 지역 뉴스 전략을 소개했다.

영국 BBC는 ‘BBC News’ 애플리케이션 이용자들에게 위치정보에 기반한 뉴스 큐레이션을 제공하고 있다. 앱 이용자가 위치 정보 제공을 동의하면, 이용자가 있는 지역에 관련된 뉴스가 상단에 표시된다. BBC는 이를 통해 특정 지역별 시청패턴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다.

주대우 영국 통신원은 한국에서도 ‘위치기반 뉴스’와 같은 접근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봤다. 지역 뉴스 가치를 높여 그 수요를 높일 수 있고, 일방향적 지상파와 달리 필요한 뉴스를 선택적으로 제공함으로써 “개인화된 형태의 뉴스 애플리케이션”을 꾀할 수 있다는 것이다.

▲BBC News 모바일 앱 화면
▲BBC News 모바일 앱 화면

이를 위해선 지역 언론사와의 파트너십이 토대를 이뤄야 한다. BBC는 2016년 5월 뉴스미디어협회(NMA)와 함께 ‘지역 뉴스 파트너십’(LNP: Local News Partnerships) 프로그램을 만들어 연간 800만 파운드(한화 약 130억원)를 투입하고 있다. 지난해 BBC의 ‘지역 뉴스 파트너십 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68개 지역 언론사가 파트너십에 참여하고 있다.

LNP는 지역 언론 육성부터 뉴스 콘텐츠의 제휴와 유통까지 전방위적 파트너십을 포함한다. 핵심 사업은 BBC가 150명의 지역 저널리스트 고용을 지원하는 ‘지역 민주 리포팅 서비스’(LDRS)다. BBC는 파트너십을 맺은 지역사가 고용한 기자의 급여를 부담하고, 지역사는 해당 기자가 발굴한 지역 뉴스를 BBC와 공유한다. 이렇게 고용된 ‘지역 민주 리포터’(LDR)는 지역별로 잉글랜드 113명, 스코틀랜드 21.5명, 웨일스 11명, 북아일랜드 5.5명이 활동하고 있다.

지역 언론사 기자들에게 데이터 저널리즘 역량을 전수하는 ‘공동 데이터 부서’ 사업도 진행 중이다. BBC는 버밍엄 사옥에 해당 부서를 세워, 데이터 저널리즘 역량이 있는 BBC 기자 3명이 교육을 담당하게 했다. 교육을 받는 지역 언론사 기자들은 3개월마다 4명, 연간 12명으로 추산된다.

BBC 지역 뉴스는 ‘뉴스 허브’ 사이트를 통해 지역 언론사들에게 제공된다. 지역 언론사들은 해당 뉴스에 BBC 출처를 표기해 포털이 아닌 각 언론사 온라인 서비스에서 활용할 수 있다. 그러나 사이트 이용이 불편하고 BBC의 지역 뉴스가 제대로 업로드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있다.

다만 LNP 프로그램이 대규모 언론사에 치우쳤다는 비판도 있다. BBC가 급여를 지원하는 149명의 지역 기자 중 140명은 ‘Reach Plc’ ‘Newsquest’ ‘JPI Media Ltd’ 등 3개 회사에 편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모두 다수의 지역 언론사를 운영하는 대규모 미디어 기업이다.

KBS의 경우 BBC 수준의 지역 언론 교류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지역총국 중에서는 KBS전주총국이 전북지역 언론사들과 함께 지역 현안을 보도하는 ‘풀뿌리K’ 코너를 지난 1월 신설했다. 주 통신원은 BBC 사례를 참고해 지역 뉴스 공급 파이프라인을 다양화할 필요가 있다며 “소규모 지역 언론사 입장에서는 ‘지상파’라는 전국구 플랫폼을 통해 목소리를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수요가 있을 것”이라 분석했다.

▲NHK의 전국 네트워크 구조. 사진=NHK 홈페이지
▲NHK의 전국 네트워크 구조. 사진=NHK 홈페이지

일본 NHK, 지역뉴스 프로그램 정규편성…재해시 단계적 대응

자체 네트워크에서의 협업을 강화하는 NHK 사례도 참고할 만하다. NHK는 도쿄 본부와 전국 8개 블록의 거점국, 거점국 아래 지역국으로 전국 네트워크를 계층화하고 있다. 편성의 자율권은 지역권에 부여하되 재난·재해가 발생하면 네트워크를 단계적으로 활용한다.

안창현 일본 통신원에 따르면 NHK는 지난해 6월 지역 정보를 전국으로 전송하는 프로그램들을 정규편성했다. 오전엔 뉴스 중심의 ‘열도뉴스’, 오후엔 정보 중심의 ‘NHK지역발’ 등이다. 주말엔 지역국이 재해 방지·복구 정보를 제공하는 ‘내일을 지키는 내비게이션’이 신설됐다. 뉴스나 정보프로그램 외의 드라마, 버라이어티 프로그램도 NHK 거점국이나 지역국에서 제작하고 있다.

재해가 발생하면 진행 정도를 고려해 지역국에서 거점국, 전국방송으로 확대한다. 지진은 특정 현에 한정되면 지역국, 여러 현에 걸쳐 진동이 발생하면 거점국, 피해가 크거나 광역에 걸친 경우 전국권 방송에서 다룬다. 태풍의 경우 진행 방향과 상황에 따라 지역국과 거점국이 협력한다.

KBS의 경우 24시간 유튜브 라이브 채널을 재난재해시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방송통신위원회가 최근 별도의 ‘재난전문채널’ 신설 계획을 밝히기도 했으나 실현 가능성은 미지수다. 지역총국 뉴스와 관련해선 지난해 2월부터 ‘뉴스7’을 지역별 자체 편성으로 전환하고, 3월부터 지역 뉴스의 포털 제공을 시작했다. 지역 KBS 내부에선 지역화된 ‘뉴스7’이 지역 콘텐츠의 질을 높였다는 평가와 함께, 고질적인 인력 및 예산 부족으로 한계에 봉착했다는 지적이 따르고 있다.

NHK는 직원 절반 이상을 지역국에 배치한다는 2015년~2017년 경영계획에 따라 지역국 인원을 늘리고 있다. 2016년 기준 도쿄 본부에 정원의 46.6%, 지역국에 53.4%를 배치했다. 구조조정을 추진하되 지역의 제작·아나운서·취재·영상취재 인력 축소는 억제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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