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울어진 운동장의 균형을 맞추는 관점 미디어의 선두주자”와 “우리편이 열광하는, 뉴스를 신념으로 소비하게 만드는 가장 큰 스피커”.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을 향한 상반된 평가가 나왔다. 한국언론학회가 주최하고 TBS가 후원한 ‘디지털 시대의 저널리즘과 TBS 뉴스공장’ 세미나가 한국언론학회 학술대회의 일환으로 16일 오후 열렸다. 

뉴스공장 PD “관점 미디어의 선두주자”

첫 발제자로 나선 양승창 ‘김어준의 뉴스공장’ PD는 ‘뉴스공장’ 콘텐츠의 차별성과 성과를 강조했다. 그는 ‘뉴스공장’이 한국리서치 라디오 청취율 조사에서 부동의 1위를 기록하고 있고 2017년 3월 2만 명대였던 TBS유튜브 구독자수는 현재 114만 명에 달한다는 점을 자료로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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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창 PD는 “왜 사람들이 ‘뉴스공장’에 열광했는지를 살펴보면 공영방송이 장악되고, 언론이 총파업과 해직 사태를 맞는 등 제대로 된 언론 활동이 안 되는 상황에서 ‘뉴스공장’이 기울어진 운동장의 균형을 맞추려 노력했고 진실만을 보도하기 위한 노력에 호응하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밝혔다.

양승창 TBS '뉴스공장' PD. 사진=TBS 중계
양승창 TBS '뉴스공장' PD. 사진=TBS 중계
양승창 TBS '뉴스공장' PD. 사진=TBS 중계
양승창 TBS '뉴스공장' PD. 사진=TBS 중계

양승창 PD는 “새로운 인터뷰이 발굴을 위해 노력하고, 제보자 중심으로 당사자 인터뷰를 하기 위해 노력했다. 경계를 넘어 다른 매체에도 섭외요청을 드려 뉴스 허브 역할을 담당하고자 노력했다”며 “독특한 시선, 유머러스한 전달 방식으로 신선하게 접근하고, 미디어의 딱딱함을 탈피해서 시사 프로그램의 새로운 포맷을 제공했다. 라디오 및 팟캐스트 시장 활성화에도 역할을 한 것 같다”고 평가했다.

정치적 편향성 논란에 대해 양승창 PD는 “편향성 시비가 불고 있는데 각 정당별로 고정 코너를 만드는 등 시비를 줄이려 노력했다”며 이혜훈, 하태경 등 보수정당 정치인들의 고정 코너 사례를 언급했다.

양승창 PD는 “보수언론과 정치권의 모니터링이 강화되면서 민원이 많이 들어오고 있다. 그러다보니 편견이나 선입견이 생기는 것 같다”며 “그래서 (섭외가 안 돼) 기계적 균형 맞추기 어려울 때가 있고 이로 인해 아이템을 포기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논란이 된 오세훈 서울시장의 후보자 당시 ‘생태탕집’ 보도에 대해 “KBS 취재로 검증된 사안을 바탕으로 했고 해당 후보에 반론 인터뷰를 요청했지만 거절 당했다”고 설명했다.

'김어준의 뉴스공장' 제작 현장. 사진=TBS 제공
'김어준의 뉴스공장' 제작 현장. 사진=TBS 제공

그러면서 양승창 PD는 “관점 미디어가 주목 받고 있는 트렌드라고 들었다. 뉴스공장은 관점 미디어의 선두주자가 아닌가 생각한다”며 “제작진 입장에선 음모론이라는 색안경을 끼고 비판하는 일각의 주장과 보도에 대응해야 하는 점에서 어려움이 있다. 그럼에도 제작진은 이슈의 중심에 서고자 한다. 최대한 다양한 의견과 반대되는 의견을 담으려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정파언론 문제 고민해야” “지지자 열광 스피커”

양승창 PD 발표 이후 다른 발제와 토론을 통해 다양한 의견이 오갔다. 이 가운데는 양승창 PD 발표와는 달리 ‘뉴스공장’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뉴스공장’ 패널 이력이 있는 김완 한겨레 기자는 “‘뉴스공장’이 사실을 전달하는 메신저 역할을 하는데 그 사실이 불편하고 논쟁적이어서 문제가 되는 게 아니다”라며 “뉴스공장은 메신저가 아니라 큰 스피커를 틀고 떠드는 프로그램이다. 제작진이 이를 부인하고 싶어 하는 거 같다. 열광적으로 듣는 청취자에게 우리편의 얘기를 하는  가장 큰 스피커 기능을 하고 있는 것이고, 그게 높은 구독과 인기로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완 기자는 “출연하는 입장에서 김어준 진행자가 언론을 싸잡아 냉소하는 태도가 불편했다. 진행자로서 부적절하다고 생각한다”며 “삼성 문제에 대해 김어준식 세계관에선 삼성을 비판하지 않는 언론 뿐이지만 실제로는 삼성의 노동권을 말하는 언론도 있다. 이 것이 공론장을 공정하게 바라보는 태도인지 의문이다. 논의 방식도 거대한 카르텔에 맞서는 민주 정부라는 구도에 종속시켜 주장하는 식”이라고 분석했다.

김완 한겨레 기자. 사진=TBS 중계
김완 한겨레 기자. 사진=TBS 중계

뉴미디어 시대 유튜브, 팟캐스트 등의 성과를 강조한 양승창 PD와 달리 김완 기자는 “뉴미디어 시대 신념에 따른 뉴스 소비가 지상파에서 경쟁력이 있다는 사실을 ‘뉴스공장’이 입증했다”며 “뉴스를 신념으로 소비하게 만드는 가장 큰 스피커라는 점에서 언론이 어떻게 받아들여야 되는가 고민이 든다”고 밝혔다.

또 다른 발제를 맡은 성민규 울산과학기술원(UNIST) 교수는 ‘뉴스공장’을 ‘정파언론’으로 규정했다. 그는 ‘음모론’ 논란을 언급하며 “누구나 합리적 가설을 갖고 있다. 하지만 가설을 수립하기 위해서는 많은 자료와 토론이 필요하다”며 “근거 없이 말하는 것은 커다란 사회적 파장을 일으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성민규 교수는 지난 9월23일 김어준 진행자가 화천대유 문제를 다루는 보수언론의 의도를 가리켜 “선거에 영향을 주기 위해”라고 발언한 대목을 지적하며 “보다 구체적인 근거를 제시해야 한다. 가설을 세웠다면 적절한 근거를 찾기 위한 보다 구체적인 근거를 제시할 필요가 있다. 그것이 없을 때 언론의 책무가 사라진다”고 지적했다.

성민규 교수는 “뉴스공장만이 문제의 원인이라고 보지는 않는다. 하지만 정파언론 문제에 있어 ‘뉴스공장’이 어느 만큼 거리를 둘 수 있는가를 끊임없이 고민할 필요가 있다”며 “정부 정책의 해설자라는 지적에 대해서도 신중히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프로그램 밖 환경도 고려해야”

김동원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강사는 ‘뉴스공장’ 논쟁을 위해 근본적으로 한국 민주주의 제도와 저널리즘 관계에 대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양당 체제, 팬덤 정치 등 최근 한국 정치의 경향을 설명한 뒤 “‘뉴스공장’ 문제는 ‘뉴스공장’만 비판한다고 풀린다고 보지 않는다. 우리는 ‘뉴스공장’에 대한 평가를 하기 전에 지난 10년여 세월에서 우리는 어떠한 민주주의를 필요로 하고 있는가, 이를 위해서는 어떠한 언론이 필요한지부터 물어야 하지 않을까”라고 반문했다.

이강택 TBS 대표
이강택 TBS 대표. 사진=TBS 캡처

현장 객석에 자리한 이강택 TBS 대표는 마무리 발언을 통해 “말씀하신 비판에 대해 인정한다”면서 “다만 김어준의 문제, ‘뉴스공장’의 문제 자체로만 봐선 안 된다. 현재 야당 패널이 많이 늘었는데 지난해도 그 전에도 똑같이 요청했지만 (야당) 출연자들이 나오지 않았다. 이를 프로그램 내의 편파성 문제로 이해한다는 건 진실에 부합하지 않는다. 총체적으로 봐주시면 좋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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