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와 서울시의회의 ‘강대강’ 대립이 연일 이어지며 2022년 예산안이 법정 처리 시한을 넘겼다. 최악의 경우 예산안 의결을 하지 못해 올해 예산을 기준으로 임시 편성하는 ‘준예산’ 가능성까지 거론된다. 막바지까지 타협을 보지 못한 대표적인 쟁점 예산 가운데는 TBS 출연금이 있다.

당선 이후 TBS를 겨냥한 공세를 펴온 오세훈 서울시장은 2022년 TBS 출연금 가운데 30%에 달하는 123억 원 삭감안을 의회에 제출했다. TBS에는 양대노조가 있는데, 2노조인 언론노조 TBS지부가 기자회견, 1인 시위 등을 통해 가장 적극적으로 반발하고 있다. 지난 22일 서울 상암동 TBS 사옥에서 만난 조정훈 언론노조 TBS지부장은 “‘뉴스공장’이 변화해야 한다는 데는 공감한다”면서 “그러나 정치에 의해 프로그램의 존폐가 결정되는 건 적절하지 않다”고 밝혔다.

2020년 재단법인 전환을 계기로 TBS 내 노동 문제는 상당 부분 개선됐지만 한계도 있다. 조정훈 지부장은 정규직화가 이뤄졌음에도 경력을 제대로 산정하지 않거나 차별적으로 직군을 분류하는 차별 요소 해결을 우선 과제로 꼽았다. 그는 주요 보직 임명과 해임에 구성원들의 동의를 받는 임면동의제 도입 역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조정훈 언론노조 TBS지부장. 사진=언론노조 TBS지부 제공
▲ 조정훈 언론노조 TBS지부장. 사진=언론노조 TBS지부 제공

다음은 일문일답.

- 오세훈 서울시장이 TBS 출연금을 대폭 삭감하는 예산안을 내면서 대립이 이어지고 있다.
“예산 논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준예산을 준비하는 것 같다. 최악의 상황이 오지 않기를 바라고 있다. 물론 예산을 줄이거나 늘리는 경우는 있을 수 있다. 보통은 5~10% 정도 선에서 논의한다. 통상 10%만 삭감해도 큰 폭의 삭감이라고 본다. 그런데 서울시는 30%에 달하는 예산을 한 번에 깎겠다고 한다. 이런 식의 삭감 사례는 들어보지 못했다. 협의하는 절차도 미비했다. 서울시는 논의를 꼬아서 ‘재정 독립을 해야 한다’는 프레임으로 주장하고 있는데, TBS 예산 독립이 과제인 건 맞지만 이번 경우는 상식적인 삭감이 아니다.”

- 예산이 삭감된다면 구체적으로 어떤 영향이 있나.
“출연금과 광고 등 수익을 더해 한 해 예산이 515억 원 정도 된다. 여기에서 123억 원이 줄어든다고 봐야 한다. 인건비와 기본적인 행정경비, 현재 임대하고 있는 청사관리, 방송장비, 송신소 등의 비용들 합치면 연 376억 원 수준이 나간다. 결국 제작비 몫이 크게 줄어드는데, 그러면 연 100억 원이 넘는 광고 수익마저 줄어들 수밖에 없기에 추가적인 예산 감소가 예상된다. 단순히 출연금만 깎이는 게 아니라 광고 수익도 줄어드는 거다. 실질적인 제작비는 없거나 미미해질 것이다.”

▲ 서울시 의회 앞에서 1인 시위 중인 조정훈 지부장. 사진=언론노조 TBS지부 제공
▲ 서울시 의회 앞에서 1인 시위 중인 조정훈 지부장. 사진=언론노조 TBS지부 제공

- ‘김어준의 뉴스공장’이 예산 삭감에 영향을 미쳤다고 보는 시선이 많다. 공정성 논란이 있는 건 사실이다.
“회사 차원에서 대선 관련 가이드라인 등을 준비하고 있고, 노조 차원에서도 논의하고 있다. 기준 마련으로 끝나지 않고 계속 실천하고 수정 보완해 나가는 작업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뉴스공장’에 대한 여러 비판이 있고, 견제도 있다. ‘뉴스공장’이 100% 완벽한 프로그램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우리 구성원들도 ‘뉴스공장’에 비판적인 경우가 적지 않다. 이 프로그램이 영향력에 걸맞은 품위를 갖추고 체질 개선을 하는 등 변화의 필요성엔 공감한다. 그러나 정치에 의해 프로그램의 존폐가 결정되는 건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정치가 언론을 좌우하는 불행한 일이 더는 반복되지 않았으면 한다.”

▲ 김어준 '김어준의 뉴스공장' 진행자. 사진=TBS 제공
▲ 김어준 '김어준의 뉴스공장' 진행자. 사진=TBS 제공

- 대선을 앞두고 이슈화하는 것 아닌가하는 시선도 있다.
”선거 때마다 ‘뉴스공장’이 이슈의 한 부분을 차지하는데 사실과 다른 문제제기가 나오기도 한다. TBS가 보도를 편성할 수 있다는 건 이미 법적 판단 등을 통해 명확하게 정리됐지만, 마치 보도를 할 수 없다는 식의 주장이 나오고 매번 그럴 듯한 문제제기처럼 만들어진다.”

- 예산 논란과 별개로 TBS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김어준 이후의 TBS를 준비해야 하는 것 아닌가하는 지적도 있다.
“우리도 아쉬운 점이다. ‘뉴스공장’이라는 킬러콘텐츠를 기반으로 시너지 효과를 내 다른 프로그램들도 살아나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다. 새로운 킬러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 내부에서 여러 시도를 하고 있지만 ‘뉴스공장’만큼 인기를 끄는 프로그램이 나오지는 않았다. 이 대목에선 개선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 지난달 기자회견 때 ‘2시간 프로그램’으로 전체를 평가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비중으로 따지면 ‘뉴스공장’은 2시간 방영되는 정도이기에 전체인 것처럼 규정해선 안 된다는 의미다. TBS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편성하고 있다. 특히 시민의 관점을 담은 프로그램을 중시하고 있다. ‘시민영상 특이점’ ‘우리동네 라디오’는 시민 참여 프로그램이다. ‘우리동네 라디오’는 마을미디어 종사자 분들을 중심으로, 시민이 직접 라디오 프로그램을 제작하고 참여하는 방식이다. ‘정준희의 해시태그’와 같은 미디어 비평 프로그램, 과학 콘텐츠 ‘신박한 벙커’ 등도 있다. 최근에는 유튜브 콘텐츠 ‘짤짤이쇼’를 선보였는데 반응이 좋았다.” 

▲ 시민들이 직접 기획과 제작을 맡는 '우리동네 라디오'
▲ 시민들이 직접 기획과 제작을 맡는 '우리동네 라디오'

- 재단법인화 이후 TBS에 대대적인 정규직 전환이 이뤄졌다.
“나는 임기제 공무원 출신이다. 재단법인 전환 이전에는 함께 일하는 동료지만 정규직과 비정규직으로 나뉘었다는 점이 안타까웠다. 당시엔 정규직 전환을 하지 않기 위해 계약 기간 2년을 채우지 못하게 했다. 재단법인 전환을 계기로 인력 구조의 대부분을 차지하던 비정규직, 프리랜서 인력 상당수를 정규직으로 전환할 수 있었다. 물론 100% 전환하지 못한 점은 아쉽지만 대한민국 방송사 중 최초로 대대적인 정규직 전환을 했다는 점에서는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니 우리가 더 좋은 결과를 만들어내야 한다. TBS가 방송사 정규직 전환의 모범적인 모델을 만들어 다른 방송사들에도 영향을 미치면 좋겠다.”

- 정규직 전환 이후에도 차별 요소가 있나.
“여러 측면에서 있다. 우선, 기간제 노동자와 과거 공무원 신분의 노동자 간의 임금 격차가 크다. 전환 과정에서 전환 이전에 일한 경력을 제대로 인정 받지 못한 경우도 많아 경력을 다시 산정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직군 체계의 차별 해소를 위한 단일직군화도 중요하다. 이와 관련해선 최근 용역보고서가 나오는 등 해결의 기미가 보이는 상황이다.”

- TBS지부는 ‘전문직’ 직군의 차별 문제를 지적해왔다.
“TBS는 직원을 ‘일반직’과 ‘전문직’으로 나눈다. 전문직군을 별도로 둔 표면적인 이유는 교대근무를 하거나 협업을 해야 하는 등 개인적인 업무만으로는 성과를 낼 수 없는 분들을 위해 별도 평가체계를 만든 것이라고 한다. 그런데 실상은 과거 임기제 공무원 직군은 일반직, 그 외의 파견·용역·계약직·프리랜서 등 나머지 직군이 사실상 전문직으로 분류됐다. 전문직군의 연봉 상한선이 일반 직군의 80%에 그치는 등 차별로 이어지고 있다. 실제 전문직 분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전문직군 직원 80명 중 96.3%에 달하는 77명이 참여한 조사에서 이들 전원이 제도 개편이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이들 모두는 일반직군과 통합을 통한 전문직 제도의 폐지를 희망했다.”

▲ 조정훈 언론노조 TBS지부장. 사진=언론노조 TBS지부 제공
▲ 조정훈 언론노조 TBS지부장. 사진=언론노조 TBS지부 제공

- 편성과 보도 측면에서 과제는 어떤 게 있을까.
“TBS에는 아직 임면동의제가 없다. 임면동의제를 도입해 본부장이 과반 이상의 동의를 받아 정당한 권한을 행사하고 이에 따른 책임도 분명히 할 수 있어야 한다. 전략기획실장, 보도본부장, TV제작본부장, 라디오제작본부장에 대한 임면동의제가 필요하다고 본다.”

- TBS가 어떤 역할을 해야 한다고 보나.
“TBS는 여러 역할을 요구받고 있다. 특히 소외된 이들을 위한 플랫폼이 돼야 한다고 본다. 그렇기에 사각지대에 좀 더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청취율과 시청률을 고려하는 방송 시장에선 많은 담론, 특히 소외된 목소리를 담아내기에는 한계가 있기에 그런 역할을 TBS가 할 수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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