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타파의 보도는 다툼이 있는 관련자들의 추측과 오해, 서로에 대한 의심 등을 근거로 한 일방적 주장이다.”

2020년 2월13일 뉴스타파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프로포폴 주사를 상습적으로 맞았다는 공익신고가 접수돼 검찰이 수사에 나섰다”며 공익신고자 단독인터뷰를 내보냈다. 그러자 삼성전자 커뮤니케이션팀은 당일 해명자료를 내고 “불법 투약 사실이 전혀 없다”며 뉴스타파를 향해 “악의적인 허위보도에 책임을 물어 민형사상 법적 대응을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덧붙여 “추측성 보도는 당사자는 물론 회사, 투자자에 큰 피해를 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로부터 1년 8개월이 흐른 지난 12일, 서울중앙지법 형사 11단독(장영채 판사) 심리로 진행된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마약류관리법 위반 1심 재판에서 검찰이 벌금 7000만 원 및 추징금 1702만원을 선고해 달라고 했다. 검찰의 공소사실에 의하면 이 부회장은 서울 강남 성형외과 등에서 2015년 1월부터 2020년 5월까지 41회에 걸쳐 프로포폴을 불법 투약했다. 이재용 부회장은 이날 법정에서 불법 투약 혐의를 모두 인정했다. 1년 8개월 전 삼성전자 커뮤니케이션팀의 해명과는 전혀 다른 전개였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연합뉴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연합뉴스
▲뉴스타파 보도화면 갈무리.
▲뉴스타파 보도화면 갈무리.

이처럼 입장을 뒤집은 점에 주목한 언론은 이 사안을 꾸준히 보도해온 뉴스타파 정도였다. 뉴스타파는 이 부회장이 성형외과를 벗어나 한남동 자택에서도 프로포폴을 상습 불법 투약했으며 해당 병원장이 이 부회장 범죄 혐의를 감추기 위해 증거인멸을 시도하고 관계자를 회유했다는 내용 등을 보도해왔다. 삼성 측은 “과거 병원에서 의사의 전문적 소견에 따라 치료를 받았고, 이후 개인적 사정 때문에 불가피하게 방문 진료를 받은 적은 있지만 불법 투약 의혹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는 입장이었다.  

삼성의 ‘말 바꾸기’에도, 다수 언론은 이재용의 ‘입’만 쳐다본 것 같다. 이날 이 부회장은 최후 진술에서 “치료에 의한 일이었지만 깊이 반성합니다. 이번 일로 다시 한 번 저를 돌아보고 이런 의혹을 사는 일 없도록 하겠습니다”라고 말했으며, 판사가 “상당히 오랜 기간 프로포폴을 투약한 것 같은데 출소 이후엔 별다른 문제 없이 지내고 있느냐”고 묻자 “네. 자신있습니다”라고 답했다. 다수 언론은 이 부회장 발언과 함께 검찰의 구형 사실을 건조하게 전하는데 그쳤다. 

이 사건은 수사부터 쉽지 않았다. 검찰수사심의위원회(수사심의위)는 지난 3월26일 8대6으로 검찰에 이재용 프로포폴 불법 투약 사건에 대한 수사 중단을 권고했다. 당시 “프로포폴 불법 투약 의혹이 수사심의위를 소집할 만한 사안이었는지도 의문”(한겨레 사설)이라는 주장은 소수였다. 뉴스타파 보도에 나온 것처럼 한남동 자택에서의 상습 투약 정황을 검찰이 증거로 특정할 수 있었다면 41회보다는 투약 횟수가 훨씬 많았을 가능성도 높다. 지난해 채승석 전 애경개발 대표는 강남 한 성형외과에서 103회에 걸쳐 프로포폴을 불법 투약한 혐의 등으로 1심에서 징역 8개월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된 바 있다. 

돌이켜보면 이 사건은 의문점도 많고 따져볼 점도 적지 않다. 그럼에도 언론은 삼성 사주에게 관대해 보인다. 심지어 국내 1위 광고주는 해명자료를 거짓으로 내도 상관없다는 분위기다. 만약 고위공직자나 정치인이 똑같은 말 바꾸기를 했다면 언론 보도는 어땠을까. 뉴스타파 보도를 “악의적인 허위보도”로 매도했던 삼성전자는 사과문을 내야 한다. 해명자료에서 ‘허위주장’을 펼쳤던 것에 대해서도 사과해야 한다. 그리고 기자들은 뉴스타파의 ‘고군분투’에 아주 약간이라도 부끄러움을 느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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