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45도가 넘어가는 지독한 무더위가 이라크 바그다드의 거리를 끓게 하고 있던 21일 오후 현지 시간 6시경, 이라크 사람들과 전 세계의 시청자들은 충격적인 방송을 접하게 되었다 .
알 자지라 방송, 메인 뉴스 앵커의 방송 멘트 다음에 나타난 김선일씨의 죽고 싶지 않다는 애타는 목소리가 공개되는 순간부터 한국인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김선일씨는 작년 12월 필자가, “이라크에 진출한 뜻 있는 젊은 기업”이라는 아이템으로 가나무역을 중심으로 다큐멘터리를 제작하다 만났다. 내가 인터뷰라도 할라치면 카메라를 피해 다니며 “저는 화면 발 안 나와요”라며 수줍어하던, 그였기에 나로서는 이번 사건이 엄청난 충격이었다.

하지만 24시간이 지난 후 그는 팔루자 도로변에서 우리에게 돌아왔다. 한국 정부가 긴급하게 알 자지라에 인도적인 호소를 하는 방송을 내 보냈지만, 그 뒤에 따라온 “노”라는 한국 정부의 파병 고수 방침이 아마 그들에게는 극단적인 행동을 하게 만들지 않았나 하는 추측을 해본다.

처음 한국 정부 추가 파병 방침 재검토 불가라는 소식을 들었을 때, 몇몇 생각 있는 사람들이 이 뉴스가 해외로 흘러가는 통로인 통신사나 인터넷판 영문 기사를 막아 보려고 했다. 다행히 통신사 기자들이 협조해 주어서 본인들이 쓴 기사들을 내렸고 영문판으로 된 뉴스 기사에서 삭제하려고 했었다.

그러나 정작 외교부에서 ‘한국군 추가 파병 강행’이라고 공개 외신 브리핑을 가지는 바람에 모든 노력들이 수포로 돌아갔고, 그 뒤 1사간이 지나지 않아서 아랍계 방송국들과 외신들이 보도를 하기 시작했다. 그 때는 이미 때가 늦어 버렸다.

그 방송이 나가고 있을 때 이라크 사람들은 나에게 “24시간이 지난 다음에, 그리고 납치된 사람을 구한 다음에 저런 방송을 하지, 아니 한국 정부가 망설이는 흉내라도 내야지, 저러면 저 사람을 한국 정부는 포기한 것이냐”라고 이야기했다. 방송의 위력은 그 다음날 안타까운 결과로 우리에게 나타났다.
마지막으로 그렇게도 카메라만 보면 도망가던 선일 씨가 좋은 곳에서, 카메라를 무서워하지 않는 세상에서 행복하길 간절히 빈다.

김영미 PD는 

   
지난 2000년 SBS  특집 다큐멘터리 ‘동티모르 푸른 천사’를 연출하면서 본격적으로 방송활동을 시작했다. 2002년에는 <KBS일요스페셜> 아프가니스탄의 남녀 차별문제를 다룬  ‘부르카를 벗은 여인들’을 연출했으며, 2002~2004년까지 2년여 동안 일본 니혼TV에서 아프간과 카쉬미르 특집 등 총 20여편을 제작했다.

지난해부터는 SBS <그것이 알고 싶다>를 통해 ‘일촉즉발, 이라크를 가다’, ‘바그다드, 전쟁은 끝나지 않았다’, ‘그들은 모두 평화를 외쳤다 –이라크 무자헤딘’ 등 이라크 문제를 다룬 프로그램을 제작하기 시작했다. 올 4월에는 MBC  <특집 다큐멘터리> ‘파병, 그 머나 먼길’을 연출하기도 했다. 김 PD는 현재 프리랜서 다큐멘터리 피디로 한국과 일본에서 활동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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