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추가파병 관철을 위한 보수신문의 여론왜곡이 ‘점입가경’에 이르고 있다.

민실위는 지난 3월24일자 보고서에서 스페인 마드리드 열차 폭파사건 이후 ‘조중동’이 보인 섬뜩한 논조에 대해 지적한 적이 있다. 당시 ‘조중동’은 이 사건을 계기로 “한국도 테러에 대비해야 한다”며 호들갑스러움을 보였다. 그러면서도 ‘조중동’은 “테러는 어떠한 이유에서도 용납할 수 없고, 용납해서도 안된다”고 했다. 테러 응징 차원에서는 만약 미국이 공동 군사작전을 요구해오면 한미 동맹관계를 고려해 이를 수용해야 한다는 주장도 은연중 들어 있었다. 조중동이 추가파병 논란 때마다 전면에 내세웠던 ‘평화와 재건’은 이처럼 허망한 것이었다.

보수신문은 추가파병론이 중대한 고비에 직면하게 되자 이번에는 여론 왜곡까지 서슴지 않고 있다.

실제로 조선일보는 지난 23일자에서 김씨 죽음에 분노한 일부 네티즌들의 글을 이용해 ‘테러조직을 응징하라’고 노골적인 부추김까지 시도했다. 조선일보는 이를 두고 25일자 사보에서 돌출사건을 잘 처리한 자사의 순발력을 ‘자화자찬’했지만 이를 지켜본 많은 이들은 실소를 금치 못했다. 서울신문까지 24일자 가판에서 네티즌들의 뜻을 왜곡해 머릿기사 제목을 <경악…분노…“응징”>으로 뽑은 대목에서는 아연실색할 수밖에 없었다. 보수신문은 이후에도 일부 인터넷 포털사이트 등이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파병 찬성론이 급증하고 있다며 추가파병을 대세로 굳히려 했다.

하지만 이는 명백한 민의의 왜곡이라는 것이 민실위의 판단이다. 보수신문의 귀에는 23일부터 또다시 들불처럼 번지고 있는 파병반대의 함성이 들리지도 않는단 말인가. 아니, 보수신문의 눈에는 망연자실해 하는 김씨 부모의 모습이 보이지도 않는단 말인가. 그러한 슬픔을 듣고, 볼 수 없어서 여론을 왜곡시키면서까지 추가파병을 강행해 이 나라를 자식 잃은 부모들의 비통 속으로 몰아넣으려 하는 것인가. 보수신문은 MBC가 지난 25일 실시한 국민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절반 이상인 56.5%가 추가파병에 반대하고 있으며, 또 김씨 사건 이후 파병에 찬성해온 14.5%도 파병반대로 돌아섰다고 보도한 것을 뭐라 설명할 것인가.

민실위는 보수신문이 국민 불안 해소를 위한다며 보수정치인들을 부추겨 이미 반인권법으로 규정된 ‘테러방지법’을 다시 제정하려 드는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국민’은 보수신문보다 현명하다는 것을 왜 아직도 모르는가.

  전국언론노동조합연맹 민주언론실천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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