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주의의 광풍은 17대 총선에서도 사그라들지 않았다. 몇몇 언론들이 지역주의에 대해 경계하는 기사를 싣기도 했지만 일부 (지역)언론들은 방어차원에서 '역 지역주의' 논리를 펴면서 교묘하게 지역주의를 부추기며 공고화시키고 있다. 참언론대구시민연대 허미옥 사무국장이 대구의 지역신문인 매일신문과 조선일보에 드러난 지역주의 보도행태를 비판하는 글을 보내왔다.

총선을 한나라당 싹쓸이로 마무리 한 대구가 또다시 지역주의 논쟁으로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호남싹쓸이에 대해 언급하지 않고 대구만 비판받는다'고 억울함을 호소하는 측에서는, '정당지지율을 볼 때 한나라당은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고, 열린우리당이 20%대 이상의 지지를 받았다'며 지역주의가 서서히 해체되고 있다고 설명한다. 이런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대구지역 표심이 '한나라당 몰표'로 나타난 데에는 현 정권에 대한 심판의 성격이 강하다고 주장한다.

   
▲ 조선일보 4월 20일자 기자수첩
반면에 '한나라당의 영남권 공략과 지역사회 기득권 언론의 합작품'으로 지역 유권자들을 '묻지마'투표를 유도했다는 측에서는 '지역주의가 일정정도 해소되고 있다'는 주장에 대해 '지역감정을 교묘하게 이용해서 영남권 몰표를 유도했던 자신들의 선거전략을 희석시키기 위한 것'이다고 설명하고 있다. 또한 '현정권 심판론'에 대해 '유독 대구경북권에서만 현 정권에 대한 심판의 의지가 높을 수 있냐?'며 반박하고 있다.  

각 언론뿐만 아니라 학계, 시민단체에서도 선거결과를 다각적으로 해석, 조금씩 다른 결론을 내리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여기에 불을 지핀 것이 매일신문이다. 매일신문의 기사는 4월 19일 "'표쏠림' 총선결과 논쟁 한창"을 시작으로, 4월 21일 - 23일까지 {415 대구 표심 과연 지역주의였나}를 3회 기획시리즈로 싣고 있다. 4월 21일 (上 특정정당 일색 논란), 22일(中 열린우리당 22.3%의 의미), 23일(下 두가지 시각)를 통해 대구지역을 둘러싼 '싹쓸이, 지역주의 문제'에 대해 많은 토론거리를 던져주고 있다.

   
▲ 매일신문 4월 21일 3면
또한 지난 23일 박근혜 대표가 대구를 방문했을 때도 이 문제를 언급해 박 대표로부터 "대구는 그래도 30% 정도는 다른 당과 후보에게 던져 변화의 기미를 보이고 있다"는 대답을 유도하기도 했다.

   
▲ 매일신문 4월 22일 3면
대구경북 한나라 싹쓸이 vs 호남충청선 열린우리당 싹쓸이(?)

이야기의 발단은 지난 16일, CBS <시사자키>에서 총선결과를 두고 인터뷰한 홍준표 의원에서부터 비롯된 것 같다. 이날 방송에서 사회자는 "'경상도 지역 싹쓸이는 지역주의에 의존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있다"는 질문에 홍준표 의원은 "경상도 지역의 싹쓸이만 보지말고, 전라도 지역의 싹쓸이도 봐야지. 경상도 지역문제만을 이야기하면 지역주의 부활을 이야기하면 안 된다"고 설명했다.

   
▲ 매일신문 4월 23일 6면
또한 "경상도 지역에는 열린우리당이 자리를 차지했지만, 전라도 지역에 한나라당에 자리를 차지한 일이 없다. 그런 식의 이야기는 불공평하다. 지역주의 부활은 양쪽 지역을 같이 말해야 한다"고 주장했던 것이다.

그런 이유에서일까?

매일신문 4월 19일(월) 기사에서도 홍준표 의원의 이야기를 머리글로 편집했다. "대구경북 한나라당 싹쓸이면 호남 충청선 열린 우리당 싹쓸이"에서는 "열린우리당이 과반수 의석을 차지했지만 영남권의 참패는 주목할 만 하다, 반면 호남과 충청권에서는 (...중략) 열린우리당의 독무대였다"고 설명하고 이런 상황에도 불구하고 여론은 영남권 특히 대구경북에만 주목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리고 홍준표 의원의 인터뷰 내용을 싣고 있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4월 24일 매일신문 인터넷판에서는 박근혜 대표 인터뷰 내용의 헤드라인을 <박근혜 "어떤 곳은 1%밖에 표를 안 줬다">라고 편집했다. (지면 기사는 <"대선자금 1억7천만원 나와 무관">으로 편집)
 

   
▲ 매일신문 4월 24일 인터넷판
조선일보 기자칼럼 '영남때리기'

이 기사가 실리자 곧 다음날 조선일보에서는 김창균 정치부 차장 대우가 <기자수첩 : 영남 때리기>를 통해 한나라당 측 의견을 뒷받침하고 있다. 김창균 차장대우는 "친여 인터넷 매체는 호남과 충청에 대해선 '지역주의를 극복한 위대한 선택을 했다'는 찬양이 이어지는 반면, 영남에 대해선 '창피한 줄 알라' '나도 영남 출신이지만 부끄럽다"등 일방적 매도가 가해지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호남과 충청에서 열린우리당이 많은 표를 얻은 것은 이상한 일도, 비판받을 일도 아니다. 마찬가지로 이번 총선에서 영남만 지역주의를 극복하지 못했다고 비난하는 것은 정직하지 못한 태도며, 자칫 '영남 고립구도'를 정치적으로 이용하겠다는 의혹까지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를 두고 지역사회에서는 매일신문이 조선일보를 리드하고 있다는 쓴 소리도 제기되는 실정이다.

매일신문 기획 : {415 대구 표심 과연 지역주의였나}, 용기 있는 시도,
총선 시기 매일신문과 한나라당 '묻지마 투표'유도, 면죄부 될 수는 없어

매일신문 기획 {415 대구 표심 과연 지역주의였나} 4월 21일 상편 즉, <특정당 일색논란>에서 주요 내용은 "타지역과 비교해봐라, 참여정부 1년 실정 평가도 담겨있다"는 주장이 강했지만, 4월 22일 중편 <열린우리당 22.3%의미>에서는 "대구경북을 제외한 다른 지역에서 입을 모아 대구경북 선거결과를 비판하는데는 귀담아 들을 부분이 있다"며 조심스럽게 접근하고 있다.

특히 민주당 한 고위 당직자가 한나라당에 던지는 비판은 대구지역언론에서는 좀처럼 보기 어려운 내용이기도 하다.

4월 22일 기사에서는 "한나라당이 호남에서 5%도 얻지 못한 것도 지역주의가 아니냐는 주장에 대해 민주당 한 고위 당직자는 '한나라당이 DJ 정권 5년 동안 한 일이라고는 호남을 소외시키고 줄기차게 공격함으로써 비호남을 묶으려는 전략뿐이었다'"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또한 "'80년 광주를 들먹이지 않더라도 철저한 호남 고립화 전략을 고수해 온 한나라당을 찍을 이유는 하나도 없다'"는 설명도 덧붙이고 있다.

그리고 대구지역 학자들을 인터뷰 <마의 20%를 넘어 22%를 넘어선 것은 희망의 불씨>라는 주장을 뒷받침하고 있다.

이 시리즈를 작성한 매일신문 이동관 기자는 지난 23일, <2004총선, 지역언론 보도 평가와 개선방향>토론회에 참석, {415 대구 표심 과연 지역주의였나} 기획의도를 설명했다.

"선거가 끝나고 결과에 대해 평가가 분분했다. 네티즌들은 주로 영남권 싹쓸이에 대해 비판하는 반면, 대구지역 많은 시민들은 신문사로 전화를 걸어 대구지역만 비판받는 현실이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었다"라며 "쌍방의 주장이 너무나 첨예하기 때문에 지면을 통해 이 문제를 툭 터놓고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이동관 기자의 용기있는 (?)시도는 온오프라인에서 진행되는 상이한 형태의 '지역주의 논란'을 지면으로 끌어올려 많은 토론거리를 제공했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지만, 선거시기 한나라당과 <매일신문>이 합작해서 보여준, 지역유권자에게 '묻지마'투표를 유도했던 행위에 대해서는 면죄부를 줄 수는 없다.

매일신문·한나라당 '묻지마 투표전략' - 영향력 떨어져

어떤 측면에서 보면 이번 선거에서 대구권의 표심은 조금은 변하고 있다고 평가할 수도 있다. 한나라당에 대한 지지율이 16대 선거, 대선 때 비해 점차 떨어지고 있고, 열린우리당이나 민주노동당의 지지율이 눈에 띄게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는 매일신문과 한나라당이 주장하는 것과는 다르다. 그들은 선거결과를 놓고 '대구는 변하고 있지만, 호남은 아직도 그대로다'라는 산술적 평가와, 영남권 정당으로 전락한 자신들의 기반을 면피해볼 수단으로 이용하고 있지만. 그들의 평가 내용은 타당하지 않다.

호남권에서 한나라당을 선택하지 않은 것은 '518과 호남권을 고립시킨 지난 정권에 대한 심판의 의미'가 강하다는 주장에 많은 사람들이 동의하고 있다.

또한 대구지역의 표심이 변하고 있는 것은 그들의 주장대로 '대구가 변하고 있다'고 단편적으로 해석할 것이 아니라 매일신문과 한나라당의 '묻지마'투표 전략의 영향력이 그만큼 떨어지고 있다고 해석해야 한다.

   
▲ 매일신문 4월 24일 5면
선거시기 매일신문의 한나라당 띄우기는 예년만큼 노골적이지 않았지만 방법 면에서는 점차 세련되고 있다. 4월 1일 여론조사 결과 열린우리당 의석수가 과반수를 넘는 것과 관련, '한나라당 TK지역 압승'이라는 주장을 중간제목 등으로 편집하기 시작했고, 박근혜 대표와 정동영 의장과 관련된 기사는 항상 '효도하겠습니다', '죄송합니다'로 대비시키고 있었다.

식목일 행사에 대해서도 '한나라당은 화려하고 화사한 분위기에서 나무를 심는 모습을, 열린우리당은 노인폄하발언에 사죄하는 석고대죄'를 대비시키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유권자에게 제공하는 한나라당 후보와 관련된 정보 편식은 심했다. 4월 2일 후보등록과 관련된 내용을 게재할 때도 한나라당 후보에게 긍정적인 이미지 즉 '한나라당 후보 전과자 없어'등은 부각시켰지만, 한나라당 후보 중 전국 체납 6위였던 한 후보의 내용은 기사에서 빼버렸다.

또한 각종 TV토론에 한나라당 박근혜 후보 3회 불참, 이해봉 대구시지부장 1회 불참 등에 대한 기사를 찾아보기 어려웠고, 각 지역구 토론회에서 몇몇 의원들의 발언 즉 '자갈마당 양성화 발언', '심각할 정도의 색깔 논쟁' 등은 모두 지면을 비켜갔다.

그리고 한나라당의 선거전략 '노인 폄하론 확대', '거여견제론'은 매일신문 지면의 중심명제였다.

매일신문·한나라당 처절한 반성을 전제로, 17대 국회에 임해야

영남권을 기반으로 선거를 치루려했던 한나라당, 그리고 이를 절묘하게 뒷받침한 매일신문. 선거결과에 대해 비판 여론이 높아지자 그들은 "대구와 호남도 같은 싹쓸이", "대구의 표심은 변하고 있다"고 변명을 늘어놓고 있다.

현상적인 평가가 타당할지 몰라도 그것은 '비판을 면하기 위한 또 하나의 변명'일 뿐이다. 그리고 그 변명에 현혹되는 시민들은 점차  줄어들고 있다는 것은 이번 선거결과를 통해 나타나고 있다.

매일신문과 한나라당은 억울함을 호소하기 이전에 선거기간 자신들이 행한, 지역주의 선동 행동과 묻지마 투표를 유도한 행위에 대해 대구시민들에게 사죄하고, 그것을 토대로 17대 국회에 임해야 한다.

허미옥 / 참언론대구시민연대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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