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사진 강의 7일째.

사진을 본다고들 하지만 읽어야 할 사진도 있답니다. 바로 이런 사진이지요.

   
▲ 1991년 명동 성당 앞의 두 모습. 한 화장품 시위대는 어느 결혼식의 기념을 배려, 외치던 구호를 멈추고 식이 끝나기를 기다렸다. ⓒ 오동명

=본다함은 시각을 통한 단순한 감상이지만, 읽는다함은 새겨봄으로써 그 의미를 파악해내는 이성의 뜻을 가지고 있다는 말이 아니냐고 대통령이 주석을 달아준다.

요즘 시대를 이미지의 시대라고도 합니다. TV나 영화 등 영상매체가 차지하고 있는 비중이 크기에 나온 말입니다. 활자 매체인 신문까지도 읽는 신문에서 보는 신문으로 편집 방향을 바꾼 지 오래되었고요. 이 바쁜 세상에 그 많은 분량의 글을 어찌 다 읽고 살 수 있겠느냐, 그림(사진)으로 대충 세상을 파악하고 살면 되지 하는 거겠지요. 이래서 만화가가 인기가 있는 거구요.

왜곡의 수단에 이용되는 보도 사진

여기에 진실로 포장된 거짓이 생겨나기 시작합니다. 오감 중에 시각은 머리 속으로 빨리 받아들이기도 하지만 기억에 오래 남겨두기도 합니다. 빨리 흡수되고 오래 기억되는 이러한 시각효과가 거짓이나 왜곡의 수단으로 국민에게 악용된다면 그 폐해는 얼마나 클까 하는 것을 대통령님은 생각해 보셨는지요. 특히 신문이나 방송의 보도사진에서 극명하게 나타나고 있답니다. 한 사건을 설명해 줄 수 있는 사진은 여러 수백 장이 됩니다.

그 중에 한 장만이 신문에 게재돼 국민에게 알려지지요. 한 장으로 골라지는 과정(편집)에서 신문사나 신문사주의 성향에 따라 사실과 다른 엉뚱한 사진이 게재, 보도됨으로서 진실을 왜곡하는 경우를 실제로 신문사에 있으면서 자주 봐 왔으니까요. 이를테면 "회장이 어느 정치인은 안 좋아한다고 하니 우리 신문에 안 써"라든가, "회장이 좋아하는 프로 골퍼니까 그 선수는 놓치지 말고 꼭 챙겨라"라는 말을 자주 들어왔다는 말입니다.

민감한 정치사진은 더 심해서 편집과정에서 표정까지도 얼마나 신경 쓰는지 아세요? 며칠 전 대통령께서도 그런 피해를 보셨던 걸로 아는데. 눈 주위를 손가락으로 누르면서 피곤을 풀어 보려하셨다면서요? 이 장면을 마치 곤경에 빠져있는 모습인 양 사진설명까지 달아 신문에 게재됐던 적이 있었죠?

그러나 상대 정치인은 어떻게 나갔습니까? 당당하고 떳떳한 표정을 그 대통령사진과 나란히 편집해 내보냈었잖아요. 나란히 놓인 두 사진을 보고 독자들은 뭐라 생각할까요. 대통령이 궁지에 몰렸구나 아니면 구린 구석이 있으니까 저런 표정을 짓겠지 했겠지요? 이런 류의 사진이 미치는 영향이 별로 크지 않다고 보세요? 아닙니다. 절대적일걸요? 생김새 가지고 이러쿵저러쿵 얼마나 말이 많은 국민인가요, 우리가.

신문 사진 꼭 읽어야 하는 이유
 
읽는 시대에서 보는 시대로 바뀌고 있는 이즈음, 사진이나 만화 등이 역으로 악용되고 있는 점에 나는 치를 떱니다. 국민인 독자를 쉽게 속이는 방법으로 사진이나 삽화, 만화 등을 악용하고 있는 걸 말입니다. 이래서 난 국민들에게 신문 사진을 보지만 말고 꼭 읽고 넘어가라고 합니다.

=사진을 읽으라는 말은 남이 보여주는 대로만 보지 말고 의미나 뜻을 새겨 그 저의를 파악하며 뜯어보라는 말이지 않느냐고 이해한다.

사진을 보며 사진 읽는 습관을 익혀 볼까요?

무표정한 얼굴의 앉아있는 사람들은 어느 화장품회사의 직원들입니다. 회사측의 부당한 해고에 대해 서울 명동성당의 마리아상 건너편에서 항의시위를 하고 있던 중이었습니다. 구호를 외치고 있는데 시위대 뒤로 마리아상 바로 앞에서 갓 결혼식을 끝내고 나온 신랑·신부가 하객들과 기념사진을 촬영하게 됐습니다.

이 때, 시위대를 이끌던 한 사람이 외치던 구호를 멈추더라고요. 비록 전혀 모르는 남이지만 자기들이 시끄럽게 외쳐대며 즐거워야 할 결혼식을 망칠 수는 없다고 생각한 거지요. 시위대들이 자기주장만 해대는 걸로만 알고 있지만 이처럼 현장에서 직접 보면 그렇지 않은 경우를 많이 봅니다.

길에 나와 떠들고 싶어 하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어요. 얼마나 급박한 상황으로 몰리게 됐으면 길로 나왔겠느냐고요. 사용주는 든든한 백이든 챙겨 놓은 돈이 있지만 그렇지 못한 노동자들은 이렇게라도 하소연하고 싶은 거지요. 보입니까? 이들의 남을 배려하는 마음이 보입니까? 이들이 얼마나 건전하고 건강한가 보입니까?

=한 장의 사진에 시위대와 결혼식 장면을 동시에 담았다며 특히, 부케를 던지는 순간이 잘 잡혔단다.

시위장면을 취재하러 나왔기 때문에 시위대 앞에 있었습니다. 와이드(광각)렌즈를 카메라에 장착하고 있었구요. 이런 중에 구호가 멈췄고 먼 뒤로 결혼 피로연이 벌어지고 있는 거예요.

가장 정직한 카메라는 우리 ‘눈’

명동성당의 두 장면을, 그리고 우리나라 20대들의 두 모습을 한 장에 담아내고 싶어졌습니다. 끼워있던 광각렌즈로는 시위대들의 표정이 너무 크게 나오고 뒤의 결혼장면은 너무 작게 나와 이들을 대비적으로 나타내기 힘들 거라 생각하고 망원렌즈로 바로 바꿔 꼈습니다.

그리고 시위대로부터도 좀 더 멀리 떨어져 망원렌즈로 두 장면을 동시에 잡기로 했습니다. 망원렌즈의 성능을 이용한 거지요. 광각렌즈는 렌즈는 가까운 물체를 본래 크기보다 더 크게 강조해주고 먼 물체는 실제 크기보다 더 작게 찍히거든요. 망원렌즈는 렌즈에서 먼 물체를 당겨 크게 찍어주지만 두 물체 간의 크기를 광각렌즈처럼 과장하거나 축소하지 않습니다. 렌즈 초점거리의 차이에 따라 다르지만 앞과 뒤를 비슷한 크기로 보여주거든요.

=우리 눈도 앞엣 것은 크게 보이고 뒤엣것은 작게 보인다며 우리 눈이 광각렌즈와 같냐고 묻는다.

우리 눈을 표준으로 삼았기에 표준렌즈가 우리 눈과 유사합니다. 광각은 우리 눈보다 화각, 즉 보이는 각도가 넓어 물체가 상대적으로 작게 보이고 망원은 우리 눈보다 화각이 좁아 더 크게 보인답니다. 광각은 앞뒤의 물체와 물체 사이의 간격을 실제보다 더 떨어져 보이게 하고 반대로 망원은 더 가까이 붙어 있는 것처럼 찍힙니다. 우리 눈을 기준삼아 광각으로 찍어야 할지, 망원으로 찍어야할지 결정하면 되겠지요?

참. 지난 번 어느 신문이 제 입맛대로 왜곡시킨 사진에 대해 정식 항의하셨던 건 아주 잘 하신 겁니다. 그런 일 다시 생기면 꼭 그때처럼 신문 보도의 피해에 대해 대통령님이 침묵하시면 안 됩니다. 대통령이 그 하찮은 것 가지고 하며 비난하는 부류들이 있겠지만 다수 국민들은 모르고 있던 사실을 알게 되었다고 잘 한 일이라고 격려하고 지지할 것입니다. 이보다 더 좋은 언론개혁의 실질적 행동도 없을 겁니다.

대통령의 자리, 신문 사진의 왜곡 보도에 대해서도 당당한 힘을 발휘할 수 있는 자리입니다. 우리나라에서 몇몇 신문의 오만을 대통령이 아니고 누가 감히 고쳐볼 생각이나 하겠어요. 대통령의 자리는 이렇습니다. 이런들 어떠하리 저런들 어떠하리로 은근슬쩍 타협해서는 안 된다는 말입니다. 침묵하면 대통령의 직무유기에 해당된다 이겁니다. 권한이 크면 의무도 따라서 커진다는 것, 잘 아시지요?  

   
오동명 작가는 1957년 생으로 경제학을 전공했고 중앙일보 사진기자를 지냈다. 직업인이 아닌 직장인으로서 신문사에 근무할 때 3년에 한 권 꼴로 책을 내겠다는 계획을 직장을 그만 두고 변경했다. 1년에 한 권은 꼭 내겠다고. 별 다른 재주가 없어서이기도 하다. 그 약속을 아직까지는 지키고 있다.

2000년엔 <당신기자 맞아> 증보판을, 2001년엔 <신문소 습격사건>을 냈고, 2002년엔 소설<바늘구멍사진기>, 2003년엔 사진취미 책 <설마 침팬지보다 못 찍을까>가 시중에 나와 있다. 2004년 봄엔 여행책 <금요일인데 어디 안 가?(가제)>를 펴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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