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선마이크의 주인은 누구인가. 지난 21일 새벽 정리해고를 둘러싸고 노사간 팽팽한 줄다리기를 벌이던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에선 때아닌 도청 소동이 벌어졌다.

0시30분 현대자동차 노조측은 협상을 하던 도중 협상테이블 바닥 밑에서 방송용 무선마이크를 발견했다. 김권수 노조 대외협력부장은 곧바로 기자들이 모여있는 곳으로 달려와 거칠게 항의했다.

“절대 이런 비겁한 짓은 하지말라. 이건 도와주는 게 아니다.” 김부장은 항의를 마친 뒤 “무선마이크의 주인이 누구냐. 자수하면 책임을 묻지 않겠다”고 말했지만 ‘자수’를 하는 방송사는 없었다.

당시 현대자동차 노사와 중재단은 노조원들에게 상당히 민감한 정리해고에 대한 노조의 수용여부를 논의하고 있었다. 이것이 그대로 알려질 경우 노조원들에게 악영향을 미쳐 협상이 원천적으로 백지화될 위험도 있었다는 게 당시 관계자들의 얘기다.

이런 가운데 취재기자와 노조측은 한 방송사를 무선마이크 설치 주범으로 지목했다. 무선마이크를 통해 회의내용을 엿듣지 않고는 알 수 없는 내용을 뉴스로 내보냈기 때문이다.

기자들 사이에선 이 방송사가 협상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었을 뿐만 아니라 취재윤리도 망각한 처사를 저질렀다며 한때 이 방송사에 대한 비판기사를 공동으로 쓰자는 얘기까지 오갔다.

그러나 이 방송사는 현재까지 관련 사실을 강력 부인하고 있다. 또 노조의 손에 발각된 무선마이크의 주인도 아직 나타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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