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서울지법 민사합의 51부(재판장 신영철 부장판사)가 최장집 대통령 자문 정책기획위원장이
조선일보를 상대로 제기한 ‘월간조선 11월호 발행-판매-배포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인 이후 사법부
결정에 대한 조선일보의 비판보도가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이에 대한 비판 여론이 비등하다.

조선일보는 지난 11일 서울지법의 월간조선 11월호 배포금지 결정 이후 “이번 결정은 아직도 사회적 논쟁이 계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일부 쟁점 사항에 대한 조선일보의 추가 보도를 금지하고 일부 결정 내용에서는 사실 관계조차 부정확하다”며 담당 재판부의 결정을 ‘평가절하’하고 나섰다.

조선은 재판부가 ‘역사적 결단’을 가치중립적으로 판단한 것은 비상식적이며, ‘최 교수가 한국 전쟁을 민족해방전쟁이라고 주장한 바가 없다’고 했으나 90년 ‘한국전쟁연구’에 실린 논문에서 6.25를 ‘민족해방전쟁’이라고 표현했고, 더구나 재판부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이면서 광범위하게 후속 보도를 금지한 것은 언론자유를 침해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조선일보는 이어 ‘민족해방 정말 없었나’(11월 13일 2면), ‘언론자유의 문제’(11월 13일 사설),
‘가처분 결정, 헌법 정신에 맞나’(11월 13일 허 영 연대 교수 기고), ‘언론자유 언론이 함께 지켜야’(11월 16일 장원호교수 기고) 등을 통해 연일 법원의 결정에 이의를 제기하고 있다.

특히 월간조선을 비롯해 조선일보, 주간지 등에서도 논란이 된 부분을 논의할 수 없도록 못 박은 것에 대해 이를 언론자유 침해로 규정하고 있다.

이에 대해 법조계와 언론학계 등에선 “그동안 헌법 수호 등 법질서 존중을 주창해온 조선일보가 자신들의 이해 관계에 반했다는 이유로 사법부 결정에 정면으로 반기를 들고 ‘여론몰이’에 나서고 있는 것은 자칫 심각한 사법 불신을 야기할 수 있다”며 강한 우려감을 표시하고 있다.

박형상 변호사는 “재판부의 판결은 ‘6.25는 역사적 결단’ 등 문제가 된 부분에 대한 논의를 금지시킨 것이지, 기본적으로 사상과 언론의 자유를 막은 것은 아니다”며 “사법부의 결정을 자의적으로 해석해 비판을 가하는 것은 온당치 못한 처사”라고 말했다.

서울대 강명구 교수(언론학)도 비슷한 입장을 보였다. 강 교수는 “법원은 월간조선 보도를 일종의 오보로 인정했고, 그런 만큼 오보까지도 언론자유의 영역에 해당할 수 없다고 결정한 것인 데도 조선일보가 사법부의 판단을 문제 삼고 있다”고 지적했다.

더구나 명예훼손에 따른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이면서 같은 내용을 다른 매체에 게재하는 것을 허용할 경우 사실상 가처분 신청 수용의 ‘효력’이 없어진다는 점에서 ‘문제된 부분에 대한 일체의 논쟁을 중지한’ 법원의 결정은 정당하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조광희 변호사는 한겨레 기고문을 통해 “가처분 결정을 하면서 같은 내용을 다른 매체에 게재하는 것을 허용한다면 가처분의 실질적 효력이 거의 없다”고 지적했다. 조선일보는 17일 법원의 가처분 결정과 관련 이의신청을 제출했다.

이에앞서 11일 재판부는 결정문에서 “최 위원장이 국가 중요 직책을 맡고 있는만큼 언론이 논문·저서 등을 통해 이를 검증하고 그 결과를 출판하는 것은 언론 자유에 속한다”며 “그러나 사실과 다른 허위의 내용을 보도하거나 비방중상, 과도한 인신공격이 되는 것은 허용할수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가 명예훼손 소지 가능성을 인정한 부분은 ‘역사적 결단’ ‘민족해방전쟁’ ‘북진은 가공할 사태’등이다. 이에 따라 서울지법 민사집행과는 최교수의 의뢰를 받아 13일 조선일보사내에 보관중이던 월간조선 11월호 재고분 363권을 압류 조치했다.

재판부는 또 최교수측에 대해서도 본안 소송에서 가처분 결정이 뒤집힐 것에 대비해 5천만원 공탁을 명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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