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 마지막 업소가 문을 닫으며 폐쇄된 서울 천호동 성매매 집결지의 역사를 기록한 전시회가 열린다.

여성인권상담소 소냐의 집은 오는 15~21일 서울 강동구립 북카페 다독다독 3호점에서 천호동 성매매 집결지 60년 기록을 담은 ‘기록, 시간을 기억하다: 여성인권역사 아카이브 전시회’를 연다고 밝혔다.

전시는 성매매 여성들 소지품과 시민기록가들이 천호동 성매매 집결지 안팎을 담은 사진 전시, 성매매 집결지를 시각화한 모형 작품으로 이뤄진다. 천호동 집결지 성매매 여성들의 구술 기록 자료도 전시된다.

일명 ‘천호동 텍사스’라는 이름으로 불려온 천호동 성매매 집결지는 1960년대 공수부대 주둔과 지역 상권 형성이 맞물리며 형성됐다. 1980년대 집결지 형태를 갖추고 미성년자 성착취로 악명을 떨쳤다.

1990년대 초엔 약 200여개 업소, 2000여명의 여성들로 최대 규모로 불어났다. 1990년대 후반 경찰의 강력한 단속 영향으로 업소의 반이 줄고 2000년대 재개발 사업이 승인됐지만 업주들은 영업을 이어갔다.

▲지난해 12월22일 오전 서울 강동구 천호동 성매매집결지에서 화재가 발생한 성매매업소 창살에 그을음이 남아있다. 사진=미디어오늘
▲지난해 12월22일 오전 서울 강동구 천호동 성매매집결지에서 화재가 발생한 성매매업소 창살에 그을음이 남아있다. 사진=미디어오늘

그러던 2018년 12월 업소 내 화재 사건이 일어났다. 성매매 여성 2명이 숨지는 등 6명의 사상자가 나왔다. 천호동 집결지 업주들은 건물 지하나 2층을 1평 남짓의 영업용 방으로 개조했다. 연탄 난로를 쓰고, 건물 비상구 마련 등 소방시설 관련 법령을 지키지 않았다. 성매매 업소 자체가 불법이자 무허가로 관리 감독 대상에서 제외되는 점을 악용해서다. 폐쇄 절차가 본격화하는 계기였다.

여성인권단체들은 강동구청 등 기초·지방자치단체와 의회에 성매매 여성들을 위한 자활·생계 지원을 요구했으나 이뤄지지 않았다. 반면 재개발 과정에서 업소 건물주에게는 금전 보상이 제공됐다. 2020년 초까지 영업을 이어가던 5~6곳의 업소가 문을 닫으면서 현재는 대규모 주상복합아파트 공사가 진행 중이다.

▲천호동 성매매 집결지 기록화사업 전시 ‘기록 시간을 기억하다’ 웹자보
▲천호동 성매매 집결지 기록화사업 전시 ‘기록 시간을 기억하다’ 웹자보

소냐의 집은 “집결지는 다양하고 매우 복잡한 정치적 맥락 속에서 빈곤한 여성들의 몸이 자본으로 착취되는 성산업 구조가 하나의 거대한 메커니즘으로 작동하는 곳”이라며 “그럼에도 여성들은 좁고 어두운 방에서도 희망을 꿈꿨고 일상을 일구고자 했다. 이번 기록화 사업으로 우리 역사 일부인 성매매 집결지라는 공간을 기록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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