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언론인들이 경기도 대장동 개발 사업에서 막대한 이익을 누려 논란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일부 매체는 보도에 소극적이다. 자사 출신이 연루됐기 때문이다. 

화천대유 지분을 100% 갖고 있는 김만배씨는 27일 참고인 신분으로 서울 용산경찰서에 출석했다. 화천대유와 그 관계사들이 배당금과 분양으로 거둔 수익이 수천억 원에 달한다는 점에서 특혜 의혹이 정가를 강타하고 있는 터다. 

김씨는 법조계 고위 인사를 대거 영입한 까닭에 “제가 좋아하는 형님들로, 멘토 같은 분들이라 모셨다”고 밝히며 이목을 집중시켰다. 특히 곽상도 의원 아들에게 퇴직금 50억원을 지급한 경위를 ‘산재 보상’이라는 취지로 답해 공분을 샀다.

▲ 28일자 주요 종합일간지 1면 모음. 왼쪽 상단부터 시계 방향으로 한겨레, 동아일보, 중앙일보, 경향신문.
▲ 28일자 주요 종합일간지 1면 모음. 왼쪽 상단부터 시계 방향으로 한겨레, 동아일보, 중앙일보, 경향신문.

최근 머니투데이를 퇴사한 김씨는 2019년부터 편집국 사회부 선임기자이자 부국장 대우를 받았다. 화천대유 자회사 격인 ‘천화동인 7호’ 대주주는 배성준 전 머니투데이 법조팀장으로 그 역시 1000여만 원 출자로 배당금 120억원을 받아 입길에 오르내렸다. 배 전 팀장도 최근 퇴사했다. 

머니투데이가 이 사안을 어떻게 보도했는지 독자 시선이 쏠리는 이유다. 28일자 경향신문, 국민일보, 동아일보, 서울신문, 세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한국일보 등 주요 종합 일간지는 1면에 김씨의 경찰 출석 사진을 싣고 비중 있게 보도했다. 

경제지인 매일경제 역시 1면에 “대장동 개발 논란 핵심인사 경찰 출두”라는 제목으로 김씨 사진을 실었고, 한국경제는 사진 대신 “영화배우 박중훈도 화천대유 ‘전주’였나”라는 단독 보도를 게재했다. 

반면, 머니투데이는 관련 소식을 사회 23면 기사 말미에 실었다. “화천대유 대주주 김모씨는 이날 경찰에 출석하면서 기자들에게 ‘(회사 운영에서) 불법은 없었다’며 ‘정치권에서 로비나 도움을 받은 적은 없다. 법률고문단으로 재직하던 분들은 좋아하던 형님들로 대가성을 갖고 있지 않다’고 했다”는 내용이다. 

자사 출신이 대장동 개발 의혹 몸통으로 지목된 상황에서 보도에 소극적인 것. 머니투데이 지면엔 등장하지 않았으나 김씨의 경찰 출석 소식은 온라인 기사를 통해 보도됐다. 머니투데이는 27일 오전 “화천대유 대주주 경찰 출석… ‘곽상도 아들, 산재로 50억’”이라는 제하의 보도에서 “경기 성남시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을 받고 있는 자산관리회사 화천대유의 대주주 김모씨가 27일 경찰에 출석했다”고 전했다. ‘김만배’라는 실명은 ‘화천대유 대주주 김모씨’라는 설명으로 대신했다.

▲ 머니투데이 28일자 23면.
▲ 머니투데이 28일자 23면.

송기용 머니투데이 편집국장은 28일 통화에서 “현재 경찰 조사가 진행되는 과정인 만큼 섣부르게 추측하거나 더 취재해 기사를 쓰는 것은 부담스러운 상황”이라며 “(김만배씨가) 우리 회사를 그만두고 나가신 분이라고 해서 취재를 아예 안 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송 국장은 이어 “실제 어제 용산경찰서 출두 소식은 취재해서 보도했다”면서도 “하지만 그 이상 보도하는 데에 부담스러운 면이 있다. 최선을 다해 보도하는 게 원칙이지만 타사 만큼 보도하지 않는다고 지적한다면, 부담스럽고 인지상정이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고 밝혔다. 

MBC ‘뉴스데스크’도 27일 메인뉴스를 통해 “화천대유 자회사 관계자들이 곽상도 의원한테 최대 한도를 채워 이른바 쪼개기 후원금을 낸 사실도 확인됐다”고 전하면서도 자사 기자가 후원자였다는 사실은 제대로 보도하지 않았다. 

MBC는 “화천대유 자회사 대주주이자 대장동 개발 설계자로 알려진 남모 변호사와 그의 부인이 2016년과 17년 각각 500만원씩, 또 다른 자회사 대주주 정모 회계사도 2017년 500만원을 후원했다”고 보도했는데, 곽 의원에게 500만원을 후원한 남욱 변호사의 부인은 정아무개 MBC 기자다. 

지난 16일 퇴사한 정 기자는 위례신도시 개발 사업 회사의 임원으로 등재돼 있고, 남편인 남욱 변호사는 화천대유 자회사 ‘천화동인 4호’ 소유주다. 

▲ 경기 성남시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을 받는 화천대유의 최대주주 김만배씨가 지난 27일 오후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를 마치고 서울 용산경찰서를 나서고 있다. ⓒ 연합뉴스
▲ 경기 성남시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을 받는 화천대유의 최대주주 김만배씨가 지난 27일 오후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를 마치고 서울 용산경찰서를 나서고 있다. ⓒ 연합뉴스

앞서 제3노조인 MBC 노동조합은 정 기자를 겨냥해 “회사 업무를 하면서 위례신도시 개발이라는 거대한 프로젝트의 자산 관리나 개발 이익 수령을 위해 임원으로 활동했다”며 “겸업금지 위반보다 더 큰 문제는 공익을 대변하는 MBC 기자 신분으로 성남 노른자 위례신도시 개발을 주도하면서 거액의 개발 이익을 노렸다는 점”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전국언론노조는 28일 성명을 통해 “화천대유 사태는 가뜩이나 거센 시민들의 언론 불신에 기름을 붓고 성실하고 정의로운 다수 언론인들의 사기를 꺾는 부작용을 극대화하고 있다”며 “이들의 역겨운 행태에 대한 도덕적 비난을 넘어 과연 범죄 혐의에서 자유로운 것인지 엄정하고 신속한 수사와 명명백백한 진상 규명이 필요하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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