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털 속보 기수 연합뉴스 부재에 “더 많이 더 빨리” 주문만
포털 속보 기수 연합뉴스 부재에 “더 많이 더 빨리” 주문만
연합뉴스 빠진 자리 차지 하기 위한 전략?
CP사들, ‘질보다 양’이라는 ‘관행’ 선택
“결국 온라인 기자들 갈아 넣겠다는 것”

국가기간뉴스통신사 연합뉴스 기사를 지난 8일부터 포털 사이트에서 찾아볼 수 없게 됐다. ‘기사형 광고’ 논란 때문이다. 포털 뉴스제휴평가위원회 제재심의소위원회에서 감경 안이 논의됐지만 기존 안대로 32일간 노출 중단으로 결론 났다.

연합뉴스가 포털에서 한 달간 빠질 것이라는 소식이 알려지자 눈길은 CP(콘텐츠 제휴)사들로 쏠렸다. 그동안 연합뉴스가 포털에서 차지하는 지분을 나눠 갖게 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내실은 없는 모습이다. 그동안 이어왔던 ‘디지털 경쟁’처럼 콘텐츠 질보다는 양 중심 경쟁이 이어질 전망이다.

▲디자인=이우림 기자
▲ 디자인=이우림 기자

속보와 기사량 중심인 연합뉴스 보도

포털 제휴(네이버 기준)는 제평위 평가 △60점 이상일 경우 검색 제휴 △70점 이상일 경우 뉴스스탠드 제휴 △80점 이상일 경우 CP 제휴 순이다. CP 제휴는 쉽게 말해 ‘인링크’, 포털 사이트 내에서 뉴스를 볼 수 있는 제휴를 의미한다. CP 제휴를 통과한 매체들은 모바일 기준 네이버에서 채널도 만들 수 있다.

이번 연합뉴스 제재와 관련한 수혜는 CP사들에 몰릴 것으로 예상됐다. 네이버의 경우 연합뉴스는 채널 구독자 수가 400만명을 넘겼다. 독자가 다른 언론과 중복으로 연합뉴스를 구독했을 수도 있지만, ‘400만’은 연합뉴스의 포털 내 영향력을 보여주는 대표적 수치다. 

그러나 정작 타 언론사들에서 뾰족한 수가 나오고 있지는 않다. 연합뉴스가 갖는 특수성 때문이다. 연합뉴스는 포털에서 심층 기획보다 속보와 기사량으로 승부를 보는 곳이다. 르포와 시론 등 기사도 있지만 스트레이트 보도 중심이다. 질보다 양이라는 이야기다. 연간 정부 보조금 330억원을 받는 연합뉴스는 기자 수만 600명이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기자 수부터 다른 언론사들과 비교 되지 않는다.

언론사들은 ‘연합뉴스 공백 맞춤형 전략’으로 ‘질보다 양’을 택했다. 국가기간뉴스통신사가 포털에서 제외된 사상 초유의 사태를 맞이했지만 언론사들은 관행처럼 이어오던 기사량 중심 전략을 그대로 이어가고 있다.

A경제지 ㄱ관계자는 “연합뉴스가 빠진다고 해서 따로 전략을 수립하지 않았다”며 “전략이 있다면 온라인 기사를 많이 쓰라는 지시 정도다. 이는 이전부터 많이 나왔던 이야기”라고 말했다.

B온라인매체 ㄴ기자는 “경영진과 데스크 지시 사항은 하나다”라며 “간단하다. 새로운 것은 없고 빠르게 그리고 많이 쓰라는 것”이라고 전했다.

▲연합뉴스 사옥. 사진=금준경 기자
▲ 연합뉴스 사옥. 사진=금준경 기자

“결국 온라인 기자 갈아 넣겠다는 것”

기사 양을 우선하는 전략은 포털 등장 이후 언론계에 만연한 고질병이다. 한국 언론 사회에서 ‘디지털 대응=온라인 클릭 수’이기도 하다.

트래픽이라는 눈에 보이는 수치에만 골몰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는 기자들에게 온라인 대응 기사를 뽑아내라는 주문으로 이어진다. 몇몇 언론사 수뇌부들 사이에서는 “수치만큼 정확한 지표가 있는가”라는 의식이 만연하다.

연합뉴스가 포털에서 빠지는 것과 관련해 고질병이 잠시 개선되는 것 아니냐는 기대감도 있었다. 그러나 언론사들이 기존 전략 강화로 노선을 정하면서 죽어나는 것은 온라인 전담 부서와 자회사 소속 기자들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이미 편집국 소속 기자들에게도 온라인 기사 양산 주문이 계속돼 온 상황이다. 일선 취재기자들은 업무 과부하를 호소하고 있다. 추가적인 온라인 기사 양산은 온라인 전담 부서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통상적으로 언론사들은 편집국 내 온라인 대응 부서를 두거나 별도 법인으로 자회사를 두고 있다. 조선일보, 동아일보, 한국경제, 매일경제는 자회사를 통해 온라인 대응을 하고 있다. 중앙일보, 국민일보, 세계일보 등은 본지 편집국 내 온라인 대응 부서가 있다. 한겨레와 경향신문은 온라인 대응 부서가 없다.

C경제지 ㄷ기자는 “해봐야 콘텐츠 질보다 기술적 부분에 대한 고민 수준이다. 예를 들면 포털 클릭 수를 높이기 위해 새벽 시간대, 밤 시간대 기사를 어떻게 송출할 것인가 문제”라며 “결국 기사를 많이 쓰라는 이야기로 되돌아온다”고 말했다.

D온라인매체 ㄹ기자는 “야간 당직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며 “이런 이야기만 나오는데, 콘텐츠 질에 대한 고민이 어디 있는가. 결국 온라인담당 기자들을 갈아 넣겠다는 이야기”라고 꼬집었다.

▲ 사진=Gettyimagesbank
▲ 사진=Gettyimagesbank

“포털에 꽂히는 기사 안 따라갈 수가 없어”

과거에는 연합뉴스가 쓰면 다른 매체들이 쫓아가는 현상이 있었다. 여론 형성 과정에서 연합뉴스 영향력이 절대적이었다. 이른바 ‘연합뉴스 맹신론’이 언론을 장악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이는 온라인 시장에서도 이어졌다. 연합뉴스가 빠르게 쓰면 우선 다른 매체들은 복사해서 붙여넣는 기사로 따라갔다. 여기에 네이버도 반응했다. 정치, 사회, 경제 등 각 섹션별 주요 뉴스에는 같은 주제로 많이 쓰인 기사들이 묶여 올라간다. 연합뉴스 기사가 속도전 성격으로 깃발을 들면 다른 매체들이 쫓아가는 형국이었다.

연합뉴스가 빠졌지만 이 현상은 여전하다. 연합뉴스가 포털에서 빠지기는 했지만 언론들은 전재를 맺고 있다. 연합뉴스에서 1보를 쓰면 해당 기사를 언론들이 받아서 포털에 전송하는 방식이 이어지고 있다.

연합뉴스가 쓰지 않은 기사래도 이슈가 되는 보도라면 타사는 쫓아가는 데 급급하다. 한 주제를 놓고 다른 관점을 담은 기사를 내놓기보다 포털에 걸린 기사를 작성하기 위해 일단은 쓰고 본다는 이야기다. 자극적 이슈나 가십을 다룬 기사가 반복적으로 보도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ㄴ기자는 “‘기승전 포털 잘못’으로 이야기가 흐를 수 있지만 포털이 존재하는 한 연합뉴스가 빠진다고 해도 달라질 게 없다”며 “연합뉴스 쫓아가기는 기본이고, 지금은 네이버 주요 뉴스란에 꽂히는 기사 쫓아가기가 이어지는 중”이라고 했다.

ㄷ기자는 “한 달 동안 유의미한 변화가 있을지 미지수”라며 “가십성 연예인 기사가 생활란을 장악하고 자극적 국제 뉴스가 세계란을 장악한 현실이 어떻게 달라지겠는가”라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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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엔 2021-09-14 16:05:26
포털 1면에는 자기가 원하는 언론사 뉴스만 뜨도록 규제해야 한다.
독자들에겐 보기 싫은 뉴스 안볼 권리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