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기홍 연합뉴스 사장 내정자가 8일 시작된 포털 노출 중단과 관련해 “일하는 방식과 관행을 냉철하게 자성하고 거듭나는 발판으로 삼아야 한다”며 “사태를 초래한 원인과 경과를 전반적으로 들여다보겠다”고 밝혔다. 구성원들에는 “취재 보도와 콘텐츠 생산에 투여하는 에너지는 약화시키지 말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성 내정자는 이날 사내 구성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뉴스제휴평가위원회(제평위)는 ‘기사형 광고’ 건으로 포털 노출 중단 제재 뿐 아니라 재평가에 해당하는 벌점을 의결했다”며 “사장 내정자로서 이번 사태의 대응 방향에 대한 인식과 각오를 말씀드리겠다”고 했다.

연합뉴스 기사는 8일 오전 11시부터 네이버·다음 포털에서 노출이 중단된 상태다. 제평위가 지난달 25일 내린 포털 노출 32일 중단과 재평가 등 중징계에 따른 것이다. 앞서 미디어오늘은 지난 7월 연합뉴스가 홍보사업팀을 통해 기사형 광고 2000여건을 포털에 ‘기사’로 전송해온 사실과 홍보대행사와 맺은 계약서, 내부 문건을 공개했다. 제평위는 연합뉴스의 요청으로 오는 10일 전례 없는 재심의를 앞두고 있다.

성기홍 내정자 “뉴스 질에 영향 미쳐선 안돼… 사태 원인 살피겠다”

성 내정자는 “포털 노출 중단 사태는 어찌 보면 신문의 ‘정간 사태’와도 같은 매우 충격적 상황”이라면서도 “중요한 것은 위기에 맞닥뜨리는 우리의 태도”라고 했다. 그러면서 “돌이킬 수 없다면, 우리의 과오와 실책에 대한 제재는 감수해야 한다”며 “제재 그 너머를 대비해야 한다”고 했다.

▲성기홍 연합뉴스 사장 내정자. 연합뉴스 유튜브 갈무리
▲성기홍 연합뉴스 사장 내정자. 연합뉴스 유튜브 갈무리

성 내정자는 “유통의 문제가 생산의 문제로까지 확산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며 “우리가 생산한 콘텐츠가 포털에 노출되지 않지만, 취재 보도와 콘텐츠 생산에 투여하는 에너지는 약화시키지는 말아야 한다”고 했다. “연합뉴스 홈페이지 독자가 있고 또 다른 플랫폼의 연합뉴스 독자가 있다. 특히 신문과 방송 매체들에 대한 연합뉴스의 뉴스 공급도 변함없이 중요하다”며 “많은 독자들을 잠시 잃었다고, 모든 독자들을 외면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했다.

이어 “편집국을 비롯, 관련 실·국에서 ‘포털 노출 중단 대응방안’을 마련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비상상황인만큼 각 파트별, 사원별 대응 지침을 보다 구체화해서 우리 콘텐츠가 최대한 확산하도록 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번 사태를 초래한 원인과 경과는 사장 취임 이후 전반적으로 다시 들여다보겠다”고 했다.

성 내정자는 뉴스제휴평가위의 재평가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포털 노출 중단 기간이 끝나더라도 재평가 관문이 또 남아 있다. 재평가는 ‘해당 언론사의 저널리즘 품질 등 전반에 대한 평가를 통해 강등 및 퇴출 여부를 최종 결정하는 과정’이다. 제휴등급이 떨어지거나 퇴출되는 일은 단연코 없어야 한다”고 했다.

장기 대응으로는 “연합뉴스 콘텐츠의 대(對) 디지털 플랫폼 전략을 다각화할 것”이라고 했다. 성 내정자는 “연합뉴스는 2000년대 포털 시대에 접어들면서 중흥의 시대를 맞이했지만 우리의 혁신에 의해서 비롯된 것이 아니다. 미디어 환경 변화에 편승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며 “포맷과 장르의 혁신을 꾀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디지털미디어콘텐츠국을 신설해 기자와 개발자, 디자이너가 함께하는 콘텐츠인큐베이터 팀을 두겠다고 밝혔다.

▲서울 종로구 연합뉴스 사옥. 미디어오늘 자료사진
▲서울 종로구 연합뉴스 사옥. 미디어오늘 자료사진

성 내정자는 “연합뉴스는 창립 이후 80·90년대엔 독점 뉴스통신사로서 취재 보도에 이점을 누렸다. 2000년대 포털이 생겨나서는 마감시간 없이 빨리빨리 기사를 써온 연합뉴스가 속보를 원하는 포털의 뉴스 유통공간을 그냥 차지하면서 영향력을 키웠다”며 “주어진 정책과 환경의 변화에 수동적으로 올라타 여기까지 온 것”이라고 했다.

그는 “포털은 현재 뉴스를 유통하는 매우 중요한 플랫폼이지만, 전부는 아니다. 미디어 생태계 질서는 계속 바뀔 것”이라며 “이번 사태를 연합뉴스의 낡은 질서와 관성을 깨고, 오히려 혁신 발전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성 내정자는 현재 간이 집무실에서 업무 중이다. 오는 15일 주주총회에서 공식 선임된다.

충격파 큰 연합뉴스 구성원 “현 경영진, 대책 아무것도 없어”

연합뉴스 구성원들은 포털 노출 중단이 시작되자 연차를 막론하고 충격파가 큰 모습이다. 전국언론노동조합 연합뉴스지부는 이날 성명을 내고 “현 연합뉴스 경영진의 무책임에 분노한다”며 “어떤 대책을 시행하고 있느냐”고 물었다.

연합뉴스지부는 “포털에서 연합뉴스 콘텐츠가 보이지 않고 과거 기사마저 검색되지 않는 걸 지켜본 구성원의 충격은 이루 말할 수 없다”며 “분노를 자아내게 하는 것은 일선에서 체감하는 대책이나 지침이 전혀 없다는 것”이라고 했다. 지부는 조성부 현 연합뉴스 사장을 향해 “(대응에) 자신이 없다면 제평위가 제재를 결정한 이후 사장 혼자만이라도 사퇴했어야 마땅했다”며 “새 사장이 취임할 때까지 시간을 보내면서 급여와 퇴직금을 충실히 챙겨나가야겠다고 판단했다는 의구심(이 든다)”고 했다.

지부는 현 경영진을 향해 “추가 임기에 따른 급여와 퇴직금을 모두 반납함으로써 책임을 다하라. 대다수 조합원의 뜻”이라고 밝혔다. 이어 성 내정자를 향해서도 “취임과 동시에 이번 포털 노출 사태와 관련한 진상조사에 착수하라”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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