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사와 기자들은 기사를 보도한 후 소송에 걸릴 수 있다. 대형 언론사들은 기자들이 사내 법무팀 변호사에게 보도 관련을 자문을 구하고, 외부 변호사를 선임해 소송에 대응하는 제도를 잘 마련해 뒀다. 하지만 영세 언론사들은 한번 소송에 걸리면 적은 인력으로 소송에 대응하느라 업무가 마비될 뿐 아니라, 존폐 위기를 느낀다고 했다.

미디어오늘 취재 결과 종합일간지, 지상파, 종합편성채널 등 대형 언론사들은 대부분 사내 법무팀을 두고 변호사를 고용하고 있다. 하지만 사내 변호사가 기자들의 소송 건을 직접 맡아 변호하는 경우는 드물다.

사내 변호사의 경우 회사의 계약 문제 등을 주로 담당한다. 보도 전 법률 자문, 정식 소송 전 단계인 언론중재위원회 대응까지는 기자들에게 도움을 준다. 정식 소송은 사내 변호사 대신 외부 법률사무소나 로펌에서 소송대리인을 선임해 소송에 대응한다. 같은 변호사라고 할지라도 전문 분야가 다르고, 보도한 내용에 따라 사안을 더 잘 대응할 수 있는 전문 변호사가 있기 때문이다.

또 대한변호사협회가 2019년 낸 ‘사내변호사의 사건수임 범위에 대한 검토의견서’를 보면 사내변호사는 사용자인 회사의 지시나 방침에 따라 회사가 아닌 제3자의 사건을 수임하는 것은 금지된다. 제3자가 회사직원이고 해당 사건이 회사직원으로서의 업무수행과 관련된 경우라도 마찬가지다. 다만 사내변호사가 개업변호사의 지위를 겸하고 사용자의 지시를 매개로 하지 않으면 독립적인 개업변호사의 지위에서 사건을 수임할 수 있다.

실제로 보도로 인해 소송을 겪은 종합일간지의 A기자는 “사내 변호사는 보도 전과 후(소송에 걸린 상황)에 상담해주고, 소송은 외부에서 변호사를 선임한 뒤 회사에서 수임료를 내주는 식”이라고 설명했다. 종합편성채널의 B기자도 “회사 법무팀은 언론중재위원회 대응과 소송을 대리할 법무법인 선임까지만 관여한다”고 말했다. 경제지의 C기자도 “사내 변호사는 회사 내 계약서 검토 등의 업무를 주로 한다. 같은 변호사지만, 소송하는 변호사와는 성격이 다르기 때문에 외부 로펌에서 변호사를 선임한다”고 했다.

대형 언론사라 할지라도 소송에 걸린 기자들이 기사작성 업무와 동시에 수개월 혹은 수년 동안 소송에 대응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5인 미만 언론사들은 소송에 걸릴 경우, 대형 언론사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물적·심적 중압감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신들의 회사가 없어질지도 모른다는 위기의식을 갖고 있는 기자도 있었다.

▲ 수첩과 노트북. 사진=pixabay
▲ 수첩과 노트북. 사진=pixabay

‘참세상’이 만든 청년과 노동자를 위한 대안 월간지인 ‘워커스’는 편집장을 포함해 총 4명의 직원이 있다. 윤지연 워커스 편집장은 “2018년 웹하드 카르텔 기사를 썼다. 보도 이후 ‘기사게재금지가처분신청’ 소장이 날아들었다. 민주당 당직자 출신인 A씨가 카르텔에 관련됐다고 썼는데, 그가 보낸 것이었다. 실명도 쓰지 않았고, 반론도 실었는데 기사를 삭제해달라고 했다”고 설명했다.

윤지연 편집장은 이어 “그래서 저는 언론중재법의 열람차단 청구권에 대해 말하고 싶다. 만약 이 사건이 언론중재위원회로 간다면 어떤 중재위원을 만나느냐에 따라 판단이 달라질 것이다. 어떤 기준으로 열람차단 청구권이 행사되는지 불안하다”고 토로했다.

윤지연 편집장은 “이기긴 했지만, 어찌 된 일인지 300만원의 소송 비용을 부담해야 했다. 부담스러웠다”고 말했다. 소규모 인력으로 운영하는 워커스에겐 300만원의 비용 지출도 벅찼다. 워커스는 ‘소셜펀치’라는 사이트에서 현재 상황을 설명했고 펀딩을 통해 다행히 소송 비용을 마련할 수 있었다.

워커스는 유성기업 관련 보도 후에도 5000만원을 배상하라는 민사소송에 걸렸다. 윤지연 편집장은 “언론중재법 개정안에 고위 공무원이나 대기업의 경우 징벌적 손해배상 청구자에서 제외한다고 했지만, 사실 대기업은 우리 같은 소규모 매체에 소송을 걸지는 않는다. 전화하거나 내용증명을 보낸다”고 말한 뒤 “대기업 하청 업체, 제조업 공장 등과 관련 기사를 쓰면 소송이 들어온다. 그런 곳들이 대기업은 아니지만, 워커스보다 훨씬 규모가 크다. 이런 곳들이 소송을 걸기 전 매체에 전화해 ‘소송으로 가면 언론사에 피해가 예상되지 않냐’며 협박을 한다. 5000만원 수준의 돈으로도 소규모 언론사는 위축될 수밖에 없다. 현재 언론중재법에는 빈틈이 참 많다”고 토로했다.

5인으로 운영되는 비마이너의 강혜민 편집장은 “다행히 아직 소송 걸린 적은 없다”면서도 “법률 자문을 구하는 제도 같은 건 따로 마련돼 있지 않다. 언론중재법에 대한 걱정이 크다. 소송이 걸리면 존폐 위기가 걱정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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