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언론중재법) 개정안 처리를 놓고 여야가 소강 국면에 돌입했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간 협의체가 만들어지면서 숨 고르기에 들어간 것이다.

추석 이후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둘러싸고 또다시 여야가 들끓을 전망이다. 민주당은 오는 26일까지 협의를 마친 뒤 27일 국회 본회의 처리를 한다는 방침이다. 국민의힘은 협의가 되지 않는다면 상정도 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협의체에 참여한 최형두 국민의힘 의원은 17일 미디어오늘과 국회 의원회관에서 만나 “민주당이 우리를 밟고 가면 할 수 있는 게 없다”며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를 통해 국민들에게 이 법 문제를 호소하는 방법 말고 무엇이 있겠는가”라고 말했다.

▲ 지난달 10일 국회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최형두 국민의힘 의원이 발언하고 있다. ⓒ민중의소리
▲ 지난달 10일 국회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최형두 국민의힘 의원이 발언하고 있다. ⓒ민중의소리

이어 “우리가 요구하는 것의 핵심은 언론 중재 기능을 활성화하고 기능을 쉽게 하자는 것”이라며 “또 허위사실에 대한 정정보도가 효과가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신속한 명예회복이 핵심”이라고 덧붙였다.

정부여당이 추진 중인 언론개혁을 두고선 “검찰개혁이 뜻대로 되지 않으니 이제는 언론을 타깃으로 정한 것”이라며 “정부가 나서서 언론을 개혁하겠다는 발상 자체가 비민주적이다”라고 꼬집었다.

문화일보 기자 출신이기도 한 최 의원은 언론을 향해서 아쉬움을 표했다. 최 의원은 “언론 스스로 팩트체크 기능을 활성화 해줬으면 한다”며 “또 언론사 스스로가 정정보도에 인색하지 않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 한병도 더불어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앞줄 왼쪽)와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수석부대표(앞줄 오른쪽) 등이 지난 8일 국회 운영위 소회의실에서 열린 언론중재법 여야 8인 협의체 상견례 겸 1차 회의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민중의소리
▲ 한병도 더불어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앞줄 왼쪽)와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수석부대표(앞줄 오른쪽) 등이 지난 8일 국회 운영위 소회의실에서 열린 언론중재법 여야 8인 협의체 상견례 겸 1차 회의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민중의소리

-언론중재법 개정안 관련 협의체가 회의를 이어가고 있다. 어떠한 방향으로 논의가 이어지고 있는가.

“지금까지는 큰 주제에 대해 한 바퀴 돌면서 8명이 이야기를 해왔다. 그동안 당사자들이 직접 논의한 적이 없지 않나. 양측 언론계 당사자들이 충분한 시간을 갖고 이야기 하고 있다. 2시간씩 회의를 오늘까지 7차례 진행했다. (인터뷰 이후 8회차 회의 진행) 민주당 쪽도 우리 의견을 많이 알게 됐을 것이다. 그렇지만 견해차는 좁혀지지 않고 있다. 우리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나 열람 차단 청구권 등을 중점으로 이야기 중이다. 이는 국내외 단체들이 걱정하는 문제이기에 협상 대상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허위 보도로 인한 국민 피해가 있어서는 안 되고 인터넷으로 인해 확산하는 피해를 바로 잡는 이야기도 중점적으로 하자고 제안 중이다.”

-정의당이나 언론 단체에서는 ‘반쪽짜리 협의체’라며 반발하기도 했다.

“이 협의체에서 언론 관련 이슈가 모두 다뤄질 일은 아니라고 본다. 언론중재법 개정안은 등록 언론사만 대상으로 하고 있다. 사회적 합의 기구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많이 있지 않나. 거기까지 나아가야 한다. 협의체에서는 언론중재법 체계 내에서 논의할 수 있는 논의만 이뤄지고 있다.”

-고의‧중과실 추정 조항을 삭제한다는 논의가 전날 당 대표 토론에서도 나왔다.

“말도 안 되는 이야기다. 민주당에서 이미 뺀다고 공언했던 대목이다. 그걸 이제 와서 협상안이라고 하는 것은 속이 뻔한 이야기다. 논의 대상이 전혀 아니다.”

▲ 지난달 19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회의실에서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 등 의원들이 언론중재법 개정안 통과에 반대하는 피켓을 들고 있다. ⓒ민중의소리
▲ 지난달 19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회의실에서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 등 의원들이 언론중재법 개정안 통과에 반대하는 피켓을 들고 있다. ⓒ민중의소리

-국민의힘 안은 무엇인가.

“언론 중재 기능을 활성화하고 기능을 쉽게 하고 허위사실에 대한 정정보도가 효과가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신속한 명예회복이 핵심이다. 징벌적 손해배상제는 우리나라 헌법에도 맞지 않다. 오히려 명예회복에도 오래 걸린다. 현행 개정안은 권력자들의 사전 봉쇄 효과, 언론에 대한 위축 효과를 가져오기 위함이다. 같은 크기 같은 지면으로 정정보도를 내라는 것은 시대에도 맞지 않는다. 지금 누가 지면을 보는가. 이 법의 실효성도 없지 않은가. 권력 말 내부 제보를 막기 위함이 아니겠는가. 이 법이 통과되면 취재원 보호를 결국 못하게 될 것이다.”

-민주당은 26일까지 논의한 이후 바로 27일 상정한다는 방침이다. 26일까지 논의가 마무리되지 않는다면 27일 국민의힘은 어떠한 대응에 나설 예정인가.

“언론 단체라든가 원로, 소수당에서 이걸 왜 하느냐고 하지 않는가. 민주당에서는 대선 이후에 발효된다고 하는데 왜 강행하는 것인지 모르겠다. 앞서 언급했듯 사회적 합의 기구를 만들면 된다. 다뤄야 할 주제가 많다. 민주당이 우리를 밟고 가면 할 수 있는게 없다. 필리버스터를 또 해야 한다. 상당 부분이 위헌적이라고 다들 걱정하는데 민주당만 하늘을 가리고 있다.”

-언론인 출신이기도 하다. 언론개혁 요구 목소리가 있을 만큼 오늘날 언론인들이 갖고 있는 문제도 분명 있을 텐데.

“뉴욕타임스에 보면 팩트체크만 전문으로 하는 기자가 있다. 아주 훈련된 기자다. 또 워싱턴포스트에는 글렌 캐슬러(Glenn Kessler) 팩트체크 대기자가 있다. 이 사람은 주요 정치인의 모든 말을 팩트체크한다. 많은 뉴스가 정치인의 SNS에서 시작된다. 언론 스스로가 팩트체크 기능을 활성화 해주면 된다. 또 언론사 스스로 정정보도에 인색하지 않으면 좋겠다. 고정란을 또 만들면 어떨까 싶다. 그러면 더 퀄리티 높은 언론이 되지 않겠는가. 언론도 스스로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 홍수에 마실 물이 없다고 하지 않나. 위기이지만 기회다.”

▲ 박병석 국회의장과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지난달 31일 국회의장실에서 언론중재법 개정안 처리 협의체 구성 등의 내용이 담긴 여야 합의문을 들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민중의소리
▲ 박병석 국회의장과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지난달 31일 국회의장실에서 언론중재법 개정안 처리 협의체 구성 등의 내용이 담긴 여야 합의문을 들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민중의소리

-문재인 정부의 언론개혁 움직임에 대해서는 어떻게 평가하는가.

“검찰개혁이 뜻대로 되지 않으니 이제는 언론을 타깃으로 정한 것이다. 정부가 나서서 언론을 개혁하겠다는 발상 자체가 비민주적이다. 문재인 대통령도 지난달 17일 한국기자협회 창립 57주년을 맞아 ‘대한민국 기자들은 진실의 기반 위에서 자유와 책임으로 균형을 잡으며 민주언론의 길을 걸어왔다’고 했다. 찬사를 보냈다. ‘정부는 여러분이 전하는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언론 자유와 민주주의 발전을 위해 언제나 함께하겠다’고 약속했다. 약속했으니 실행하는 모습을 기대하고 있다.”

-문 대통령과 김부겸 국무총리는 언론중재법 개정안에 대해 어느 정도 한 발 뒤로 물러서는 모습을 보였다.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두고 여야는 강행과 저지라는, 극한의 대립 구도를 보였다. 문 대통령이 그때까지 아무 말이 없다가 지난달 31일 협의체를 구성한다고 하자 ‘환영한다’며 첫 입장을 표명했다. 민주당 강성 의원들의 ‘막가파식’ 밀어붙이기를 더 이상 방조하거나 조장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언론중재법 개정안 이외에도 포털 뉴스편집권,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 등에 대한 문제도 산적해 있다. 어떻게 풀어나가야 한다고 보는가.

“사실 허위‧조작 보도는 SNS와 유튜브 등 1인 미디어에서 나오는 경우가 더 많다. 현재 8인 협의체가 논의 중인 언론중재법 개정안은 레거시 미디어라 불리는 정통 미디어에 대한 것이다. 공영방송 지배구조법, 1인 미디어 규제법, 포털 뉴스편집권 문제 등을 이번 협의체에서 다루기에는 시간과 자원이 모자라다. 일단 언론중재법 개정안 강행 처리를 막은 뒤 사회적 합의 기구에서 포괄적으로 언론과 관련된 이슈를 담아가야 한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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