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4선 의원이자 언론의 징벌적 손해배상제(3배)를 담은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을 추진했던 노웅래 민주연구원장이 현재의 언론중재법 개정안의 ‘고의 또는 중과실 추정’ 조항에 문제가 있으며 당도 수정하라는 요구에 대해 수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노 원장은 가짜뉴스 방지를 위한 제도는 필요하다면서도 문제가 있는 조항이 있다면 논의해야 하며 실효성이 없는 형법상 명예훼손 제도도 정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의원총회에서도 문제된 조항을 수정하고 더 숙의해야 한다고 요구해 주목을 받았다.

노 원장은 지난 2일 밤 미디어오늘과 전화통화에서 이같이 밝혔다. 그는 지난 2월 미디어언론상생TF단장 시절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의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을 주도했으나 이번 언론중재법 개정안과 다른 점을 두고 “달라진 것이라면 고의 중과실 추정 조항이 들어간 것”이라며 “민변이나 (민주당) 내부에서도 그런 추정 원칙은 문제가 있다고 보는 것 아니냐. 그래서 합의기구(협의체)에서 논의한다면 수정안을 검토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고 말했다.

노 원장은 ‘고의 또는 중과실 추정 조항을 삭제할 수 있다는 뜻이냐’는 질의에 “(언론중재법안이 나온 이후) 많이 바뀌었고, ‘고의 중과실 추정’하는 것도 수정하겠다고 했다”며 “개선의 여지나 논의의 여지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여야가 서로 기본적으로 논의 과정 상의 신뢰가 안쌓였으니까 앞으로 논의(숙의)하면서 해야 할 것”고 말했다.

열람차단 청구 조항을 두고 노 원장은 국민들이 가짜뉴스 피해를 봤을 때 가장 필요로 하는 제도이며, 잘못된 보도가 빨리 열람차단이 되도록 해야 구제가 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 제도가 도입되면 정치권력자들이 언론사의 의사와 무관하게 포털측에 요청해 기사를 차단시키는 방식의 편법적 악용사례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를 전하자 노 원장은 “열람차단권도 악용될 소지가 있다면 일반인 구제를 위한다는 (취지가 훼손되지 않는) 측면에서 당연히 다시 검토할 필요는 있겠죠”라고 답했다.

노 원장은 독소조항으로 지목된 조항의 삭제여부를 두고 “전반적으로 더 논의해야 하고 수위조절이 필요한 것은 해야 하겠지만 원안보다 상당부분 수정 보완됐고, 일부 남은 부분이 있다고 하면 같이 논의가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노 원장은 그러나 “논의할 수는 있지만, 합의를 전제로 처리여부를 결정해야 한다는 것은 또다른 문제”라며 “논의 과정에서 합리적 논의는 필요하지만 적어도 27일 우리가 처리하기로 했다면 우리가 책임지고 어떤 상황에서도 처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합의처리가 안되면 다수결도 해야 한다고도 했다.

▲천대엽 대법관 후보자 인사청문특위 위원장을 맡은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4월28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천대엽 대법관 후보자 인사청문특위 위원장을 맡은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4월28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치권력자나 경제권력자를 징벌적 손해배상 청구대상에서 배제한다고 해도 결국 그 사람들이 이 제도를 더 악용하게 될 것이라는 우려는 해소되지 않는다는 반론에 노 원장은 “그 우려가 있는 것은 언론의 역할이 그런 것처럼 악용할 소지가 있으면 언론이 가만히 두면 안 된다”며 “비판해야 한다. 법으로 악용할 소지를 최소화하는 게 필요하고 그렇다 해도 필요하다면 언론이 할 몫이 있다”고 답했다.

노 원장은 논의과정을 두고 “기본적으로 숙의과정이 필요하다”며 “나는 당심과 다르게 민심을 쫓아서 욕먹더라도 의총에서 숙의과정이 부족하고, 수정해야 하는 부분은 논의가 필요하다면 논의해야 한다고 (문제제기를) 했다”고 전했다. 그는 “(고의 또는 중과실) 추정 부분은 문제 소지가 있는 부분이 여럿 있고, (수정 요구를) 받아들일 뜻을 밝혔고, 그 부분에 대해서는 의총에서도 내 의사를 밝혔다”고 말했다. ‘고의 중과실 부분을 통째로 들어내는 것도 수정사항 중의 하나이냐’는 질의에 노 원장은 “그것도 논의과정에서 얘기해야 하겠지만 수정한다고까지 했다”며 “그 부분은 내가 의총에서 얘기한 것처럼 당의 입장으로 어느 정도 수용이 가능하다고 본다”고 밝혔다.

협의체에 김용민 의원 등 ‘원점에서 재검토하는 것은 있을 수 없다’고 주장하는 의원이 포함된 것을 두고 노 원장은 “김용민 의원이 협의체에 들어갔다고 해도 문제 제기된 부분에 대해 당연히 수용하기로 입장정리가 된 것을 다시 되돌리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답했다.

“가짜뉴스 방지 제도는 필요” vs “언론 징벌하겠다 의식 담겨, 민주당이 전국민 표현자유 억압?”

그러나 노 원장은 가짜뉴스의 폐해를 방지하기 위한 제도가 필요하다는 인식을 확고하게 내비쳤다. 언론중재법 개정안 등 언론에 징벌 배상책임을 묻도록 한 법안과 관련해 ‘아시아에서 언론자유가 1위라고 주장하면서 그 자유를 확대시키기는커녕 책임을 강화하겠다면서 언론을 징벌하는 방법을 쓰는 게 과연 바람직 한 것이냐’고 묻자 노웅래 원장은 “나도 언론을 했지만 가짜뉴스를 할 자유는 없다”며 “가짜뉴스가 판치지 않느냐. 빛의 속도로 전파되는 것이고, 언론에 대한 불신이 심하다. 여론조사에도 나온다”고 했다.

노 원장은 “정치권력이나 자본권력을 가진 사람이 징벌 배상 청구를 못하게 했는데, 이 법안을 언론자유와 표현의자유 침해로 연결시키는 것은 아닌 것 같다”며 “속보경쟁으로 쓰고 보자는 식으로 사실검증도 제대로 하지 않아 가짜뉴스가 범람하고 있다. 이런 언론의 취재방식에서 최소한의 부담과 불편을 감당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성급하게 보도하는 것은 잘못이지만 정치인 말을 보도하는 경우도 많고, 일반인이 피해를 입는 기사 보다 공익적인 성격과 논의에 관한 기사도 있는데, 이런 보도는 폭넓게 보도되도록 장려해야 하지 않느냐’고 질의하자 노 원장은 “정치권력과 경제권력이 악용할 소지만 없다면, 가짜뉴스에 대해서는 이제는 제동을 걸어야 한다”며 “표현의 자유와 가짜뉴스를 써낼 자유는 별개”라고 했다.

언론이 피해를 입혔다면 책임지고 배상할 부분은 해야 하지만 그 배상의 방식과 규모를 법으로 강제하는 것은 또다른 부작용과 피해를 낳을 우려가 있지 않느냐는 반론에 노 원장은 “현행법상 징역형이나 벌금형이나 다 할 수 있지만 충분한 실효성은 없다”며 “그러니 새로운 장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도입하더라도 꼭 징벌의 방식으로 해야 하느냐’, ‘형법상 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죄 사실적시 명예훼손죄도 있지 않느냐’는 질의에 노 원장은 “이런 (징벌 배상) 방법으로 했으면 그렇게(그법이 없어지도록) 하는게 맞다”며 “형법이 실효성이 없으면 정리하는게 맞다. 새로운 법이 안착하면서 그렇게 되도록 하는 건 맞겠다”고 답했다.

특히 ‘근본적으로 이 법안이 갖고 있는 문제의식은 일종의 말하고 주장하는 표현의 행위라고 볼 수 있는 보도행위를 불법과 악으로 규정하고 징벌하겠다는 것이며, 이후 1인 미디어에까지 적용할 경우 전국민의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법안을 민주당이 추진하려 하기 때문에 언론계가 이를 수용할 수 없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에 노웅래 원장은 “피해를 보는 사람이 많아서 가짜뉴스가 사회 악, 암적인 존재가 됐다면 이제는 브레이크를 걸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하다”며 “일단은 만들어서 연착륙이 되도록 하는게 필요하다고 본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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