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갯속에 빠진 서울신문 ‘독립’
안갯속에 빠진 서울신문 ‘독립’
공개매각 선언했던 1대 주주 기획재정부 행보에 다시 시선
3대 주주 호반건설 측 “대주주 되는 일, 여전히 가능하다”

‘서울신문 독립’ 계획이 다시 원점이다. 서울신문 우리사주조합과 호반건설의 서울신문 지분 매입 합의가 무산한 가운데 우리사주조합은 우선 사장 선임 절차에 들어가겠다고 밝혔다. 1대 주주 기획재정부와 3대 주주 호반건설의 행보에 다시 시선이 모인다. 

지난달 29일 서울신문 우리사주조합이 호반건설의 보유 지분(19.4%)을 사들일 자금 대출 계획을 표결에 부친 결과는 ‘부결’이었다. 사주조합은 5일 지분 매매 합의 이행 무산을 공식 확인하는 통지문을 호반건설 측에 보냈다.

호반건설 지분 인수 대출 계획건에 대한 조합원 표결은 찬성 43.3% 반대 56.1% 나왔다. 앞서 우리사주조합이 4월 말 호반건설의 지분 전량을 매입한다는 내용의 표결에선 찬성률이 72.6%였다. 조합원들은 분담해야 할 경제적 부담과 함께 우리사주조합 이사회가 사전에 구체적 대출 계획을 알리지 않다가 입장을 바꾼 데 대한 불신을 ‘부결’ 원인으로 꼽는다.

우리사주조합은 처음 자금조달 방안을 설명하면서 조합원 개인이 대출에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구조라고 공지했다. 서울신문사로부터 인수자금을 우리사주조합 명의로 대출하고 원리금을 조합 명의로 질 계획이었다. 그러나 법률 검토 결과 서울신문사가 지분 변화 과정에서 자금 대여를 하는 과정에 배임 가능성이 제기됐고, 결국 조합원 개인이 약 50만 원의 원리금을 매달 분담하는 계획으로 선회했다.

▲서울신문 우리사주조합이 지난해 7월22일 저녁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20층 국제회의장에서 만민공동회를 열었다. 사진=김예리 기자
▲서울신문 우리사주조합이 지난해 7월22일 저녁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20층 국제회의장에서 만민공동회를 열었다. 사진=김예리 기자

대출 계획 안건에 찬성표를 던졌다고 밝힌 한 서울신문 구성원은 “경제적 부담을 느껴 반대표를 던지는 세력이 있고, 호반건설 지분 매입 자체에 반대하는 세력이 있고, 현 사주조합 집행부에 대해 불신임 뜻을 표하는 세력이 있을 것이다. 이 세 가지 요인이 모두 영향을 미쳤다고 본다”고 전했다.

서울신문 우리사주조합 이사회는 차기 사장 선임 절차를 조속 진행하기로 했다. 이사회는 지난 1일 조합원들이 투표로 직접 선출한 인사를 서울신문 사장추천위원회에 후보로 추천하는 안을 의결했다. 고광헌 서울신문 사장 임기는 지난 5월 초 만료됐으나, 사주조합이 지분 변화 문제 해결을 우선 과제 삼으면서 선임 절차가 연기돼왔다.

일각에선 사주조합 이사회가 표결 결과에 책임지고 사퇴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고 있다. 6일 현재 사주조합 이사진 탄핵을 위한 총회 개최안 발의 서명에 개최 요건인 정족수 20%가 넘는 조합원이 참여한 것으로 알려져 총회가 열릴 예정이다. 사내 게시판에는 본래 사주조합 주최의 구성원 전체 표결 결과 부결이 나오면 조합 집행부가 총사퇴하는 것이 그동안 서울신문 내 관례라고 밝히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서울신문 1대 주주’를 목표로 달려온 구성원들은 이제 어디로 갈까. 1대 주주 ‘탈환’ 계획이 원점으로 돌아갔다는 말은 2019년 호반건설이 당시 3대 주주였던 포스코 지분을 기습 매입한 뒤, 기재부가 지난해 서울신문 지분 공개매각 방침을 선언한 상황에 다시 놓였다는 얘기다. 2019년 이후로 건설 대기업의 적대적 입수합병론에 대한 구성원 불안감이 커졌다. 박록삼 서울신문 우리사주조합장은 “눈앞에 나타나지 않은 상황을 그리기엔 어려운 상황”이라고 했다.

▲서울신문 사옥인 서울 프레스센터. 사진=김예리 기자
▲서울신문 사옥인 서울 프레스센터. 사진=김예리 기자

1대 주주 기재부는 관심을 두고 현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 기재부 국고국 관계자는 “호반건설과 서울신문의 지분 매매가 처리되길 바랐는데 아쉬운 마음”이라며 “기재부 보유 지분 처리 방향에 대해서는 고민만 하고 있다. 공매에 부치기엔 수익이 난다고 해도 결손금 처리 탓에 배당이익을 꾀하기 어려워 녹록지 않고, 주주권을 행사하기도 어려운 탓”이라고 했다.

호반건설은 이번 대출 계획 무산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특히 호반건설 보유 지분이 50%를 넘지 않는 선에서, 즉 신문법을 위반하지 않고 서울신문 대주주가 되는 방안에 대해서도 선을 긋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신문법을 보면, 자산 규모 10조원 이상 대기업집단은 일반일간신문 지분 2분의 1 이상을 소유하지 못한다. 호반건설은 올해 대기업집단에 지정됐다.

호반건설 고위관계자는 “서울신문 지분을 매입한 지 3년 만에 우리도 지쳐 우리가 샀던 그 가격(180억원)에 팔겠다고 밝힌 것인데, ‘딜’이 깨졌으니 기재부와 사주조합, 호반 과점주주 체제로 그냥 가는 것”이라고 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면서 “호반건설이 서울신문 주주가 된 뒤 구성원들과 대치 관계에서 우리가 사주조합 지분 전량을 사려다 무산된 적이 있다. 2차로 조합이 우리 지분을 사려 한 것도 최근 무산이 된 셈”이라면서 “신문법상 주식 총수의 50% 이내에서 대주주가 되는 일은 여전히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어 “전자신문과 EBN을 인수한 것은 서울신문과는 무관한 일”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서울신문 지분은 기획재정부 30.49%, 우리사주조합 28.63%, 호반건설 19.40%, 한국방송공사 8.08%, 자기주식 9.96% 등으로 구성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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