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반건설이 서울신문 2대주주인 우리사주조합에 조합이 보유한 지분을 전량 매입하겠다고 전격 제안했다. 우리사주조합은 조합원 투표로 제안 수용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호반건설의 우리사주조합 보유 지분 인수 제안은 이번이 두 번째다.

호반건설은 7일 우리사주조합에 보낸 공문을 통해 “주식회사 호반건설은 서울신문 우리사주조합원과 구성원들이 동의하는 경우 우리사주조합이 보유한 서울신문사 주식 전부를 취득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매입대금으론 총 510억원을 제시했다. 공문에 따르면 이는 우리사주조합이 보유한 서울신문 지분에 매길 300억원과 임직원 총 420명에 ‘특별위로금’ 명목으로 지급할 1인당 5000만원을 합산한 값이다.

호반건설은 “최대주주가 될 경우 다음 내용을 원칙으로 서울신문의 위상 제고와 임직원 처우를 개선할 것을 확약한다”며 편집권 독립 보장과 2022년 임금 10% 인상 등 6가지 조건을 제시했다.

호반건설은 △서울신문 편집권 독립 보장 △2022년 임금 10% 인상 및 점진적 중앙일간지 수준 보장, 복지제도(초·중·고·대 자녀학자금과 휴양시설) 호반그룹 수준 개선 △인사 차별과 인위적 구조조정 일절 금함 △매년 25억원 투자해 디지털 인프라와 해외지사·특파원 확대, 기자 충원과 재교육, 취재환경 개선 △매년 20억 홍보비 집행 △서울신문사 차입금(1200억원) 조기 상환 노력 등을 확약 사항으로 걸었다.

▲미디어오늘 자료사진
▲미디어오늘 자료사진

호반건설은 우리사주조합이 지난 5일 호반건설 보유 지분 인수 합의 무산을 알린 통지문에 대한 회신에서 이같이 제안했다. 서울신문 우리사주조합은 서울신문 지분 28.6%를 지닌 2대 주주, 호반건설은 19.4%를 지닌 3대 주주다. 호반건설은 “귀 조합이 서울신문 주식 매매 합의를 이행할 수 없다는 점에 당사는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길이 없다”고 밝힌 뒤 “귀 조합이 당사 제안에 대한 검토가 어렵다고 판단하거나 수용하지 못한다고 결정하면 당사는 본 제안을 철회할 것”이라고 했다.

호반건설 고위관계자는 8일 통화에서 “사주조합이 호반건설 지분을 가져가면 우리는 손을 떼었을 텐데 다시 원위치다. 이후 기재부 공매가 나온다면 참여하기도 우습고 갈등이 벌어질 테니, 우리사주조합 새 집행부가 들어설지 여부를 모르는 상황에서 일단 우리 제의를 공개 논의하길 바라는 마음에서 제의한 것”이라고 했다. 이 관계자는 “우리가 말하는 경영편집 분리가 어떤 면에서는 서울신문의 독립”이라며 “오해로 시작했지만 직원들이 선의를 이해해 판단해주길 바란다”고 했다.

앞서 호반건설과 서울신문 우리사주조합은 4월 말 사주조합 제안으로 호반건설 보유 지분 전량을 180억원에 매입한다는 합의를 맺었다. 우리사주조합원들은 73% 찬성률로 합의안에 찬성했으나, 매입자금 대출과 원리금 상환 계획을 재차 투표에 부친 결과 부결이 나와 무산됐다.

우리사주조합은 7일 저녁 호반건설의 제안 사실을 공지하고 조합원 표결에 부치겠다고 밝혔다. 우리사주조합은 사내 게시판에서 “서울신문의 취약한 지배 구조 및 내부 준비 부족 상황 중에서 우려했던 일이 벌어졌다”며 “다만 호반건설 측 제안 금액의 적정성과 추가 협의 가능 여부 등을 확인한 뒤 사주조합원 총의를 묻도록 하겠다”고 했다.

우리사주조합과 전국언론노동조합 서울신문지부는 호반건설의 제의에 조합원 의견을 먼저 살펴보겠다는 입장이다. 박록삼 우리사주조합장은 “적정성을 검토해 총의를 모으겠다는 게시판의 내용이 현재의 입장”이라고 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서울신문지부는 “투표 결과를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했다.

▲서울신문 우리사주조합이 지난해 7월22일 저녁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20층 국제회의장에서 만민공동회를 열었다. 사진=김예리 기자
▲서울신문 우리사주조합이 지난해 7월22일 저녁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20층 국제회의장에서 만민공동회를 열었다. 사진=김예리 기자

앞서 호반건설은 2019년 9월에도 한 차례 우리사주조합에 지분 전량 매입을 제안한 적이 있다. 호반건설이 같은 해 6월 포스코 보유 지분을 전격 사들여 ‘건설사의 적대적 인수 시나리오’가 일고 구성원 반발이 일 때다. 호반건설은 당시 사주조합이 정한 회계법인의 평가 가치 중 높은 것으로 매매가를 정하고 임직원 5000만원 위로금·편집권 독립·구조조정 금지 등을 조건으로 걸었다. 우리사주조합은 집행부 내부 결정으로 즉각 제안을 거부했다.

우리사주조합과 서울신문지부는 호반건설의 포스코 보유지분 매입 당시 반발 성명을 내고 “호반건설의 인수합병 작업은 분명 여기서 끝이 아닐 것”이라며 “호반건설이 구성원들의 뜻과 무관한 공격적 M&A을 이어간다면 서울신문에 어떤 혼란이 생길지는 불 보듯 뻔하다. 돈 몇 푼에 독립 언론 투쟁 30년의 자존심을 팔아치울 정도로 서울신문 구성원들의 됨됨이는 천박하지 않다”고 했다.

한편 지난 7일 우리사주조합 집행부 탄핵안이 발의돼 우리사주조합은 “총회 소집 요건을 충족했는지 확인한 뒤 이에 대해서도 공식 처리하도록 하겠다”고 공지했다. 우리사주조합이 제의한 호반건설 지분 매입을 위한 대출상환 계획안이 부결된 뒤 일부 구성원들은 집행부 사퇴를 요구해왔다. 이후 탄핵안 총회 개최를 요구하는 조합원 서명이 정족수인 20%를 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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