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이 독자에게 배달되는 게 당연하지 않은 세상이다. 독자에게 전달되지 못한 신문이 계란판을 만드는데 사용되거나 헐값에 온라인 쇼핑몰에서 팔리기도 한다. 심지어 해외로 수출된다는 사실이 알려진 가운데 쓰레기 소각시설의 점화용 물품, 즉 소각장 불쏘시개로 쓰이는 사실이 확인됐다. 

미디어오늘이 강원 횡성군에 정보공개청구해 받은 ‘소각시설 점화용 신문 구입 현황(2016~2020년)’을 보면 횡성군은 강원일보, 강원도민일보, 조선일보 등의 신문을 수의계약으로 구매해 소각시설 점화용 물품으로 사용했다. 2016년부터 2020년까지 5년간 소각시설 점화용으로 구입한 신문은 총 844만300원(4만2030kg)이었다. 

현재 인터넷 쇼핑몰에서 새 신문지를 구매할 때 kg당 보통 400~800원 수준이고 배송료를 포함하면 600~1000원 정도다. 포장지, 습기 제거, 완충제 등을 목적으로 새 신문지를 판매하고 있다. 이에 비하면 횡성군이 구입한 신문 단가는 더 저렴했다. 

▲ 온라인상에선 완충제, 포장재 등 다양한 목적으로 독자에게 전달되지 못한 새 신문지를 헐값에 판매하고 있다
▲ 온라인상에선 완충제, 포장재 등 다양한 목적으로 독자에게 전달되지 못한 새 신문지를 헐값에 판매하고 있다

 

강원일보는 kg당 단가가 180원(일부는 kg당 200원)으로 가장 저렴했다. 횡성군은 강원일보를 2016년 69만4800원(3860kg), 2017년 164만7000원(9150kg), 2018년 115만원(6060kg), 2019년 147만원(7350kg)을 각각 신문 구매하는데 사용했다. 2020년에는 강원일보를 구매하지 않았다. 

강원도민일보의 경우 2019년에는 kg당 200원, 2020년에는 kg당 250원에 신문을 팔았다. 횡성군은 2019년에 20만8000원(1040kg), 2020년에 174만5000원(6980kg)어치 이 신문을 구매했다. 

조선일보 신문을 구매하기도 했다. 횡성군은 2018년 조선일보 서원주지국에서 3만7500원(150kg)어치 신문을 구입했다. 단가는 kg당 250원이었다. 

2016~2018년에는 원주에 있는 종합신문센터에서 신문을 구매했다. 종합신문센터는 해당 지역에 자신들만의 별도의 지국을 세우지 못한 신문사들의 신문들을 배급하는 곳을 말한다. 2016년에 66만6000원(3330kg), 2017년 23만4000원(1170kg), 2018년 58만8000원(2940kg)을 각각 구매했다. 

▲ 독자에게 전달되지 못한 신문 중에는 소각장 점화용 불쏘시개로 사용되기도 했다. 사진=pixabay
▲ 독자에게 전달되지 못한 신문 중에는 소각장 점화용 불쏘시개로 사용되기도 했다. 사진=pixabay

 

횡성군 쪽에 소각용 물품을 목적으로 따로 계약을 맺은 건지 등을 물었다. 횡성군 관계자는 25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따로 협의한 건 아니다”라며 “필요한 시점에 전화를 하면 횡성지사에서도 다른데서 신문을 받아오는데 남은 걸 모아놓은 게 있으면 사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원주에서도 신문을 구매한 이유에 대해 횡성군 관계자는 “횡성군 관내에 신문이 없어서 물어물어 신문을 구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kg당 180~200원 수준의 단가는 신문구독료가 아닌 폐지를 처분하는 수준이었다. 강원일보 횡성지사 쪽 관계자는 이날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신문이 묶어서 오는데 꽉 묶으면 옆에 파손되는 게 있다. 그런 망가진 신문을 독자에게 줄 수 없어서 빼놓았다가 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해당 관계자는 “예를 들어 독자가 반려견을 키우는데 신문이 필요하다고 문의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면 저희가 몇부씩 모아놨다가 드리기도 한다”고 말했다. 

강원도민일보 횡성지사 쪽 관계자도 이날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폐지가 남는데 그 쌓인 것을 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해당 관계자는 군청 뿐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kg당 200원의 가격으로 신문을 살 수 있다고 했다. 

‘남는 신문이 많은가’라는 질문에 해당 관계자는 “두달이면 1톤 차량에 거의 실린다”고 했다. ‘본사에서 지사로 너무 많이 주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는 “그렇지 않다”며 “몇부씩 조금씩 여유로 보내준다”고 답했다.  

횡성희망신문이 정보공개청구 등으로 취재한 내용을 보면 횡성군은 소각시설 점화물품으로 신문지와 함께 목재, 경유 등을 사용하고 있다. 

한편 미디어오늘이 정보공개청구한 결과 강원도 인제군과 영월군은 점화연료로 경유를 쓰고 신문을 사용하지 않는다고 했고, 철원군·정선군·양양군·속초시 등은 소각시설에서 신문을 사용하지 않는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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