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블 설치·수리 불법도급 논란이 불거진 현대HCN에서 노조탄압 증언이 잇따르고 있다. 간접고용·개인 도급 노동자들이 하청업체에 교섭을 요구하자 각 사측이 ‘원청과 재계약하지 않겠다’고 밝히는 사례가 속속 나오고 있다. 한 업체는 1일 간접고용으로 일하던 노조 지회장에 대해 해고 통보하고 도급으로 전환하기도 했다.

민주노총 희망연대노동조합에 따르면 유선방송사업자 현대HCN의 포항남구서비스센터를 맡는 하청업체는 1일 오전 희망연대노조 HCN비정규직지부의 ㄱ 포항남구지회장에게 해고를 통보하고 그의 업무 형태를 ‘도급’으로 전환했다. ㄱ 지회장은 기존 설치·수리를 함께 하는 ‘멀티’ 일을 하다, 도급 업무인 ‘설치’를 맡게 됐다.

ㄱ 지회장에 따르면 센터장은 그에게 이날부터 (본래 업체가 지원하던) 차량지원비를 내고, 6월 이후부턴 차량도 반납하라고 했다. 업체는 소속 노동자엔 차량을 지원하지만 개인도급 노동자에겐 하지 않는다. 6월30일은 원청 HCN과 업체의 계약만료일이다. 노조에 따르면 센터 측은 “당신 말고 200만원을 준다고 하면 어린애들이 줄 선다”며 이같이 통보했다. 

현대HCN은 현대백화점그룹이 운영하는 복수종합유선방송사(MSO)로 전국 서울, 부산, 대구경북과 충북 등 8개 SO에 가입자 133만명을 두고 있다. 시장 점유율은 3.95%다. 현대HCN은 지역별 서비스센터의 케이블 설치‧수리 업무를 1~2년 계약에 외주업체에 주고 있다.

▲현대HCN 로고
▲현대HCN 로고

정보통신공사업법상 건물외벽, 옥상, 전봇대 작업은 기간통신사업자(원청)나 정보통신공사업자(하청업체)만 해야 하지만, 하청업체들은 이를 ‘개인 도급’에 맡겨왔다. 이들 설치·수리 노동자들은 업체 지시에 따라 전일제로 일하고 야간·주말 당직도 서지만 ‘건당’ 급여를 받는다. 기본급 없는 100% 실적급제다. 노조에 따르면 이들은 같은 사업장에서 평균 10여년 일해 왔다.

업체가 노동자와 근로계약을 맺는 경우에도 고용불안은 여전하다. 고용연장 여부가 원하청 간 계약에 맡겨지는 탓이다. 서면 근로계약을 맺지 않는 사례도 허다한데, ㄱ 지회장이 이런 경우였다. 업체는 이날 ㄱ 지회장이 일해온 8년 만에 ‘6월30일’ 기한을 명시한 근로계약서를 작성하도록 했다고 한다.

ㄱ 지회장은 “지난 29일 설치작업을 하려 주상복합 아파트에 갔는데, 관리소장이 마스크를 쓰지 않고 말하고 케이블 보관함 키를 주지 않아 갈등이 생겼다. 이후 사측은 1일부로 본래 맡던 멀티(수리·설치)에서 도급기사들이 전담하는 설치로 업무를 전환하겠다고 했다”고 밝혔다. 희망연대노조는 “업체 소속이던 지회장에게 사실상 해고 통보한 것으로, 도급제로 일방 전환한 것”이라며 “근로계약 체결은커녕 기존 소속 노동자도 도급 전환을 강행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포항남구서비스센터의 ㄴ센터장은 미디어오늘에 “ㄱ 기사는 근로계약 상태 그대로다. 며칠 전 관리소장과 갈등을 빚는 등 사고가 났기 때문에 A/S(수리) 업무를 중단한 것이다. 계약은 원래 6월30일 끝나고, 기본급도 지급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현대HCN 케이블 노동자들은 지난해 10월 노조를 만들고 불법도급 해결과 타 유료방송사와 인수 국면에서 고용보장을 요구해왔다. 현대HCN 인수 절차를 밟고 있는 KT스카이라이프는 간접고용 구조를 유지하겠다는 계획을 밝히면서 고용불안이 커지고 있다.

▲희망연대노동조합은 30일 세종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불법도급 문제와 고용보장 요구를 걸고 과기부 장관에 면담을 요청했다. 사진=희망연대노조
▲희망연대노동조합은 30일 세종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불법도급 문제와 고용보장 요구를 걸고 과기부 장관에 면담을 요청했다. 사진=희망연대노조

HCN비정규직지부에 따르면 경북 구미의 A센터에선 사측이 “안정적인 회사노조로 들어오라, (희망연대) 노조에 가입하면 (센터가) 전송망 업무를 재입찰하지 않도록 하겠다”는 말로 노조 탈퇴를 종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미 B센터는 “00센터 사례 못 봤느냐. 기사들이 노조 가입하니 (외주계약) 그만두지 않나”라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포항북구서비스센터장은 지회의 교섭 요구에 “업무에 지장이 생긴다. 회사에선 직장폐쇄를 할 수밖에 없다”고 말히기도 했다.

희망연대노조는 지난달 서울지방고용노동청에 현대HCN 하청업체 사업장 특별근로감독을 신청했다. 지난달 30일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불법도급 해결과 고용보장을 요구하며 면담을 요청했다. 원청 현대HCN 관계자는 “희망연대노조가 주장하는 내용을 접한 적이 없다. 사실 확인 뒤 어떻게 할지를 검토할 예정”이라며 “외주하청업체와는 업체 직접고용을 전제로 계약한다. 원청이 업체 내 불법도급 문제에 직접 관여하면 하도급법 위반”이라며 “불법도급 문제는 원하청 상호 협의한 기준에 따라 재계약 여부에 반영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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