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유선방송사업자인 현대HCN의 케이블 설치‧수리‧철거 노동자들이 노동조합을 설립했다. 이들은 간접고용 비정규직이거나 개인도급 노동자들로, 현대HCN의 매각을 앞두고 정규직 전환 등 고용안정과 노동조건 개선을 요구한다.

희망연대노동조합은 ‘함께살자 HCN비정규직지부(함께HCN지부)’가 설립됐다고 12일 밝혔다. 현대HCN은 현대백화점그룹이 운영하는 복수종합유선방송사(MSO)로 전국 서울, 부산, 대구경북과 충북 등 8개 SO에 가입자 132만 8000여명을 두고 있다. 시장 점유율은 3.95%다. 함께HCN지부 노동자들은 전국 외주 서비스센터 20여곳에서 케이블의 설치와 수리, 철거, 내근, 장비관리, 공사 업무 등을 맡고 있다.

일부 노동자는 9~10시간 등 전일에 가까운 노동을 하지만 신분은 개인사업자다. HCN은 케이블 설치‧수리 업무 일부를 불법으로 개인도급에 맡기고 있다. 정보통신공사업법상 유료방송·통신 설치·수리업무 중 건물 외벽, 옥상, 전봇대 작업은 기간통신사업자(원청)나 정보통신공사업 등록을 한 사업자(협력업체)만 할 수 있다. 나머지는 외주업체 소속인 간접고용 비정규직이다. SK브로드밴드나 LG유플러스, 티브로드, 딜라이브, CJ헬로(LG헬로)의 경우 설치‧수리 노동자들이 노조를 띄우면서 2017년부터 이들을 외주하청업체 등 소속으로 전환한 바 있다.

▲현대HCN 로고.
▲현대HCN 로고.

HCN 케이블 노동자들은 원청의 매각 흐름 속에서 새로운 고용불안에 놓였다. 위성방송사업자 KT스카이라이프는 현대HCN 인수 절차에 나섰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달 현대HCN의 매각 관련 법인분할 변경허가를 조건부 승인해 현재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 심사를 앞두고 있다. 희망연대노조는 “사측은 인수 과정에서 가입자를 유지하고 이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해온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고용에 단 한 마디의 언급도 없다”고 했다.

희망연대노조는 “통신사에 가입자를 팔아넘기는 데 급급한 현대HCN, 조합원 고용은 상관없이 가입자만 원하는 KT스카이라이프에 맞서 노조를 세워 고용보장과 노동조건 개선을 요구하며 싸우겠다”고 밝혔다.

강지남 함께HCN지부장은 미디어오늘에 “동종업종에 비해 늦게 노동조합을 시작했다. KT스카이라이프 인수를 앞두고 절실한 마음”이라며 “동종 업종 기사들은 (외주업체 소속) 정규직으로 전환되고, 최근 LG헬로비전의 동료 기사도 노동조건이 개선되는 것을 보고 직접 행동하고 움직여야 가능하구나 싶었다. 점심 먹을 시간 없이 장시간 일하는 구조를 바꾸고 싶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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