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본사 앞에서 보도국 작가의 노동자성을 주장하는 피켓 시위가 열린 지 10일 째 전국언론노조 임원도 시위에 참여해 “MBC 사장이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촉구했다.

전대식 언론노조 신임 수석부위원장(부산일보 기자)은 17일 정오께 MBC 본사 앞에서 “MBC와 중노위(중앙노동위원회)는 방송작가 근로자성 인정하라”는 피켓을 들고 1시간 가량 1인 시위에 임했다. 언론노조 임원이 이번 피켓 시위에 참여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전대식 언론노조 신임 수석부위원장이 17일 MBC 본사 앞에서 “MBC와 중노위(중앙노동위원회)는 방송작가 근로자성 인정하라”는 피켓을 들고 1인 시위를 했다. 사진=손가영 기자
▲전대식 언론노조 신임 수석부위원장이 17일 MBC 본사 앞에서 “MBC와 중노위(중앙노동위원회)는 방송작가 근로자성 인정하라”는 피켓을 들고 1인 시위를 했다. 사진=손가영 기자

 

언론노조 방송작가지부 등은 지난 8일부터 매일 주중 1시간씩 MBC 앞에서 피켓 시위를 벌이고 있다. 오는 19일 중노위의 MBC 보도국 작가 2명의 부당해고 구제신청 사건 판정을 앞두고 중노위가 이들의 노동자성을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하기 위해서다. 지난해 6월 계약이 해지된 작가 2명은 근무 기간 10년 동안 MBC에 종속된 직원처럼 일했다며 부당해고를 주장하고 있다.

전 수석부위원장은 “이들이 여느 (정직원) 동료와 다를 바 없이 일한 사실, 문화체육관광부가 작가들과 표준계약서를 쓰라고 한 사실, 일방적으로 사람을 잘라선 안된다는 사실은 어렵고 복잡한 문제가 아니”라며 “이건 MBC 작가 2명 개인의 문제가 아닌 언론계 보편의 문제기도 하다. MBC 경영진이 근본적 답을 내놔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 부산지방노동위원회 근로자위원으로 참여한 바 있는 그는 “함께 일할 땐 저마다 동료라고 생각하면서 부당해고 문제가 제기되면 직원들은 갑자기 ‘그가 노동자가 맞느냐’며 인식이 바뀐다”며 “언론계는 사회적 연대로 공정언론 파업을 할 수 있었다. 이 문제도 비가 와서 같이 우산을 쓰다가, 비 그치면 비정규직을 내보낼 게 아니라 함께 우산을 써야 할 동료라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고도 했다.

▲17일 MBC 앞 피켓시위에 참여한 박영직 MBC아트지부장. 사진=손가영 기자.
▲17일 MBC 앞 피켓시위에 참여한 박영직 MBC아트지부장. 사진=손가영 기자.

 

언론노조는 이와 관련 특별 위원회를 구성할 계획이다. 가칭 ‘모두를 위한 산별 특별위원회’로 언론노조 내 소규모 사업장과 비정규 노동 현안에 대응하기 위한 기구다. 출판노동자, 작가 등 방송계 비정규직 등 업종과 회사를 구분하지 않는 통합적 기구를 꾸리고 있다. 구체적인 내용은 오는 25일 신임 위원장 취임식에서 발표할 예정이다.

전 수석부위원장은 “외부에서 정규직이나 큰 규모의 언론사 위주로 노동운동이 진행됐다는 비판이 거세지고 있어 노조의 고민도 깊다. 방송을 넘어 신문사도 프리랜서를 뽑은 뒤 일을 잘하면 기간제로 쓰고, 이후 무기계약직으로 고용하는 기형적 고용 구조가 나타나고 있다”며 “이에 대응하는 답을 찾기 위해 앞으로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시위엔 총 9명의 참가자가 피켓을 들었다. 전주KBS의 ‘23년차’ 진아무개 보도국 작가를 포함해 박영직 언론노조 MBC아트지부장, 문화예술노동연대 오경미 사무국장이 참여했다. 민주노총 서울지역본부 서부지역지부 노조 활동가 5명도 함께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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