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B청주방송 고 이재학 PD 사망 사건 조사 결과 그의 부당해고 책임자로 지목된 전직 청주방송 간부가 여전히 자신은 부당해고와 위증을 한 적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징계 절차를 앞둔 나머지 책임자들은 외부 단체와 언론으로부터 인격권을 침해당했다며 사내에 고충처리위 구성까지 요청했다.

9일 고용노동부가 양이원영 의원실(더불어민주당)에 제출한 청주방송 전 기획제작국장 A씨의 부당해고 구제신청 판정서를 보면, A씨는 이재학 PD가 자발적으로 사직했다고 주장했다. 이 PD가 프리랜서 제작진의 인건비 인상을 요구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자 스스로 프로그램에서 하차했다는 주장이다.

A씨는 이 PD가 사망한지 8개월째인 지난해 10월 청주방송에서 징계 해고됐다. 이 PD 사건과 관련해 회사의 명예를 훼손했고 PD 진행비를 부당하게 사용했다는 게 징계 사유다. A씨는 징계 사유를 모두 인정할 수 없다며 11월 충북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 신청을 접수했다.

▲ 고 이재학 PD가 남긴 유서 전문을 재편집. 디자인=이우림 기자
▲ 고 이재학 PD가 남긴 유서 전문을 재편집. 디자인=이우림 기자

충북지노위는 지난 2월 “징계 사유는 정당하고 징계 양정은 적정하며 징계 절차도 적법했다”며 A씨 부당해고 신청을 기각했다. 특히 이 PD 사건의 책임과 관련해서 “A씨가 이 PD를 일방적으로 프로그램에서 그만두게 한 사실은 정당한 징계 사유로 인정된다”고 밝혔다.

A씨는 이를 전면 부인해왔다. 자신은 “프로그램 제작 과정에서 프리랜서 PD 섭외 등에 관한 권한은 있으나, 근로자 해고에 대한 권한은 없다”고 지노위에 밝혔다. 특히 이 PD가 생전 지인들에게 밝혀왔던 자신의 위증과 소송 방해 관련해선 결백을 주장했다. A씨는 이 PD의 근로자 지위 확인 소송 1심에 증인으로 나와 ‘이 PD는 외주업체(프리랜서) 자격으로, 연중 일시적으로 프로그램에 참여했다’거나 ‘국장-CP-담당PD-프리랜서PD 순의 업무 관계로 이 PD에게 지시를 하거나 그의 보고를 받은 적이 없다’고 증언했다. 이 PD를 PD라고 부르지 않았다고도 밝혔다.

이는 이 사건 진상조사위원회 결과와 정반대다. 지난해 3~6월 간 이재학 PD 사망 경위를 조사했던 조사위는 A씨와 이 PD는 서로 업무를 지시하고 보고하는 수직적 관계에 있었고 이 PD가 다른 정규직 PD처럼 청주방송에 종속돼 일했다고 밝혔다. 또 A씨가 프리랜서 인건비 인상을 요구 받은 자리에서 이 PD를 바로 해당 프로그램에서 방출시켰고, 나머지 프로그램에서도 하차시켜 사실상 그를 해고했다고 결론 냈다.

충북지노위는 당시 이 PD가 제작하던 ‘아름다운 충북’, ‘쇼! 뮤직파워’ 등 프로그램에서 “A씨가 프리랜서 PD에 대한 섭외 권한이 있었고, A씨도 이를 인정한다”며 “청주방송의 PD, 사무직원, 작가 등의 관련자들은 일관되게 이 PD가 A씨로부터 프로그램에서 그만둘 것을 일방 통보받았다고 진술했다”고 밝혔다.

충북지노위는 또 “A씨가 회사와 사전 협의 등을 거치지 않고 일방으로 이 PD를 프로그램에서 그만두게 한 것은 적정한 업무 처리로 보기 어렵다”며 “이로 인해 이 사건 회사의 명예에 손상을 입히는 등 악영향을 끼친 것은 정당한 징계 사유”라고 인정했다.

충북지노위는 다만 A씨가 위증을 했다는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지노위는 “아는 사실을 진술하지 않았거나 애매모호하게 진술했다는 사유만으로 사실을 왜곡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회사도 이에 대한 객관적인 입증을 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 지난 1월27일 오전 ‘청주방송 고 이재학 PD 대책위원회’가 서울 기자회견을 마치고 상암동 거리를 행진했다. 사진=손가영 기자
▲ 지난 1월27일 오전 ‘청주방송 고 이재학 PD 대책위원회’가 서울 기자회견을 마치고 상암동 거리를 행진했다. 사진=손가영 기자

지노위는 PD 진행비 부정 사용 사유에도 “정당한 징계 사유”라며 청주방송 손을 들어줬다. 청주방송은 A씨가 2018~2020년 동안 4개 프로그램에서 총 1205만8790원의 PD 진행비를 부정 사용했다고 주장했다.

A씨는 “프로그램 제작 과정에서 촬영, 섭외 등 업무를 총괄했고 표준제작비 예산안도 사용자로부터 사전에 승인받았으며 제작 후에도 지출 결의를 통해 사후 승인을 받았다. 절차적으로도 문제가 없다”며 반박했다.

충북지노위는 “A씨가 3개 프로그램 담당 PD로 관리하면서 영상 촬영 등 직접적인 제작 과정엔 참여하지 않았다”며 “대부분의 PD 진행비 사용 일시와 장소가 실제 프로그램 제작과는 관련이 없다고 보이며 이는 회사의 ‘방송제작비 지급규정’에서 정한 제작의 사용 목적과 용도에 어긋난다”고 A씨 주장을 기각했다.

이 PD가 사망한 지 1년이 넘은 가운데 진상조사위가 책임자로 규명한 직원 4명은 모두 책임을 부인하고 있다. 남은 3명 중 정직 3개월 징계를 받은 전 경영기획국장은 징계 직후 징계 효력 취소 가처분 소송을 내 회사와 법적 다툼을 벌였다.

나머지 2명의 직원은 지난 2월 “진상조사위 결과로 인해 외부 언론과 단체로부터 중대하게 인격권을 침해당해 정신적 고통을 입었다”며 사내에 고충처리위원회 구성까지 요청했다. 진상조사위는 이들이 이 PD에게 유리한 진술서를 써준 직원들을 회유해 진술서 철회를 유도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억울함을 호소하며, 이를 언급하는 외부 시민사회단체 및 언론이 정신적 고통을 준다는 입장이다. 청주방송은 남은 2명의 징계 절차에 아직 돌입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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