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2일 신임 청와대 디지털소통센터장에 고주희 전 한국일보 디지털전략부장을 임명했다. 한국일보 편집국에선 ‘폴리널리스트’ 논란에 앞서 고 전 부장의 내정 사실에 ‘씁쓸하다’는 반응이 많다. 고 내정자는 지난해 하반기까지 한국일보 편집국의 CMS 개편을 주도했는데, 당시 크고작은 오작동이 끊이지 않는 등 내부에선 실패작이란 평가가 지배적이다.

고 내정자는 2000년 한국일보에 입사해 2008년까지 근무한 뒤 네이버로 이직했다. 이후 한국일보가 디지털 전략을 강구하기 시작한 2018년 다시 영입돼 디지털전략 관련 부서에서 일했다. 고 내정자는 이듬해 디지털전략부장에 임하며 한국일보가 단행하는 ‘디지털 퍼스트’ 조직개편 전략을 주도했다. 이후 1년이 지난 뒤인 지난해 8월 퇴사했다.

한국일보 기자들에 따르면 고 내정자는 지난해 한국일보 편집국 디지털 전환 이래 불거진 혼란을 책임지고 사퇴했다. 당시 한국일보는 업무 프로세스와 조직, 도구를 모두 디지털로 전환한다는 목표 아래 새 CMS 도입도 단행했다. 고 부장 주도로 외부 개발업체와 20여억원 규모의 계약을 맺고 CMS ‘허브’를 개발했다.

 ‘허브’ 가동 이래 기사 작성이나 출고 시스템을 비롯해 기본 기능에서 크고 작은 사고가 끊이지 않았다. 단독 기사가 예정보다 앞서 출고되거나 기사 작성 중 커서가 움직이거나 사진 검색이 되지 않아 현장 근무가 어려워지기도 했다. 언론노조 한국일보지부는 당시 노보를 통해 회사가 개발디자인업체와 맺은 계약서류를 공개하라고 밝히기도 했다. 고 부장은 지난해 7월 ‘허브’ 도입 한 달 뒤 퇴사했다. 한국일보 기자들에 따르면 고 부장은 ‘허브는 그럼에도 최고의 CMS’라는 취지의 ‘퇴사의 변’을 전 사원에게 이메일로 남겼다.

▲고주희 신임 청와대 디지털소통센터장 내정자
▲고주희 신임 청와대 디지털소통센터장 내정자

한 한국일보 기자는 “애초에 그가 ‘한국일보 사람’이라고 생각을 하지 않다보니 (폴리널리스트 논란보다는) 허탈함이 크다. 한국일보 편집국은 지금도 지난해 불거진 CMS 오류를 수정 중”이라고 했다. 또다른 한국일보 기자는 “한국일보에서 일을 엉망으로 한 뒤 책임회피성 이메일을 남기고 사실상 권고사직 수준으로 나간 인물인데, 어떻게 청와대에서 디지털소통을 제대로 책임지겠느냐는 의문이 대체적이다. 청와대가 인사검증을 어떻게 한 것이냐고 묻기도 한다. 그만큼 청와대에는 쓸 사람이 없었다는 뜻 아니냐”고 했다. 

고 내정자는 한국일보 퇴사 과정과 폴리널리스트 지적에 대해 “제가 말씀드리는 것은 적절하지 않은 것 같다. 청와대 대변인실에 문의해 달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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