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가 박재동씨가 자신의 성추행에 대한 미투(#me too)를 보도한 SBS를 상대로 낸 정정보도 청구소송에서 최종 패소했다. 

대법원 민사1부(주심 대법관 이기택)는 25일 박씨가 SBS를 상대로 제기한 정정보도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심리불속행 기각 결정을 내렸다. 심리불속행은 원심 판결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해, 본안 심리를 하지 않고 상고를 기각하는 제도다.

대법원은 “이 사건 기록과 원심판결 및 상고이유를 모두 살펴보았으나 상고인의 상고이유에 관한 주장은 이유 없음이 명백하다”며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판결한다”고 판시했다.

SBS는 지난 2018년 2월 3차례 보도를 통해 박씨가 후배 만화가 이아무개씨에 대해 성추행과 성희롱을 하고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강의하면서도 성희롱 발언을 했다고 보도했다. 박씨는 지난해 이씨의 고발과 한예종 학생들이 고발한 성폭력 피해 증언 일부가 허위라며 소송을 냈다.

1심과 2심 재판부는 모두 피해자 제보와 SBS 보도 내용이 사실에 부합하고 제보 경위도 신빙성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2018년 박재동씨 성추행에 대한 SBS 8뉴스 미투 보도 갈무리
▲2018년 박재동씨 성추행에 대한 SBS 8뉴스 미투 보도 갈무리

2심 재판부는 이씨 진술에 대해 “사건을 직접 경험한 자가 아니라면 알 수 없는 구체적인 내용이 담겨 있고 그 내용이 당시의 주변 상황에 부합할 뿐만 아니라 그 주요 부분이 일관된다. 경험칙에 비추어 비합리적이거나 진술 자체로 모순되는 부분이 없고, ○○○(동료작가)의 진술 등 변론에 나타난 다른 자료로 그 신빙성이 뒷받침된다”고 했다. 

이어 “피해사실 제보 경과에 관한 사실들은 상당 부분 당시 존재하던 자료로 인정할 수 있고 피해자의 관련 진술 내용 또한 구체적이고 전후 모순이 없으며 자연스러워 신빙성을 인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2심 재판부는 보도의 공익성에 대해서도 “만화계에서 일어난 저명인사의 성추행 또는 성희롱 등에 따른 미투 운동 사례 등을 대중에 알려 여론을 형성하고 공개 토론에 기여하고자 하는 것으로 공공의 이해에 관한 사항의 보도”라고 판시했다.

이씨는 통화에서 “사법부의 현명한 판결에 존중과 감사를 전한다. 같은 피해를 입은 피해자들에게 용기를 주는 일이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는 “가해자 박재동씨를 비롯해 2차 가해자들의 굉장히 많은 2차 가해가 있었다. 위법행위에 대해 현재 진행 중인 소송도 있고 대응 예정인 것도 있다. 절대 지치지 않고 끝까지 노력해 법적인 책임을 꼭 묻겠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19일엔 박씨 성폭력에 대한 고발에 ‘거짓 미투’를 주장하는 페이스북 페이지를 제작하고 피해자가 법원에 제출한 자료를 유출한 A씨가 피해자에 대한 명예훼손 혐의로 1심에서 벌금 500만원을 선고받았다. A씨는 더불어민주당 김민석 의원실 5급 비서관으로 채용돼 논란이 일었고, 현재는 면직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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